파산 위기에 몰린 광물자원공사가 4억달러(약 4500억원)어치 해외 채권 발행에 나선다. 투자자들이 한국 정부의 공기업 지원능력을 얼마나 신뢰하느냐가 채권 발행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해외채권 4억弗 발행 나선 광물자원公…'심폐 소생' 가능할까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광물자원공사는 이달 중순 해외에서 5년 만기 채권 4억달러어치를 발행하기로 했다. 오는 10일 해외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수요예측(사전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공사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으로 다음달 초 만기가 돌아오는 멕시코 자회사 MMB의 채권(4억6000만달러)을 갚을 계획이다.

광물자원공사는 현재 존폐 기로에 서 있다. 이 공사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는 5조9241억원으로 자산(3조9598억원)보다 2조원가량 많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지 오래다. 광물자원공사는 호주 물라벤 유안탄광산 지분 4%(680억원)과 미국 로즈몬트 동광사업 지분 7.95%(424억원) 등 보유 자산을 잇달아 매각하며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대규모 부채를 갚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번 해외 채권 발행에 실패하면 공기업 최초로 ‘채무불이행’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많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도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광물자원공사의 신용등급을 다른 공기업보다 낮게 평가하고 있다. 무디스는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다섯 번째인 ‘A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여섯 번째인 ‘A’로 매겼다. 신용평가사들은 정부의 지원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국내 공기업 대부분에 한국 정부와 똑같은 신용등급(S&P 기준 AA)을 주고 있다.

IB업계에선 투자자들이 정부의 광물자원공사 ‘심폐소생술’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채권 수요 확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정부는 광물자원공사를 우량 공기업인 광해관리공단과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조원이 넘는 자기자본을 가진 광해공단과의 통합이 성사되면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광해공단 노조의 강력한 반대가 걸림돌이다. 광해공단 노조는 광물자원공사와 합치면 오히려 동반 부실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