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 저점 하반기로 늦춰질 가능성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산업 리포트
공급 물량 증가로 재고 넘쳐
가격하락세 연말까지 지속될 듯
공급 물량 증가로 재고 넘쳐
가격하락세 연말까지 지속될 듯
국내 반도체 기업의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올 들어 3개월 연속 동반 급락했다. 가격 하락세는 연말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기업 실적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수요가 적은 상반기에는 실적이 부진하겠지만 하반기가 되면 서버용 D램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존 전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D램 가격 3개월간 37% 하락
31일 시장조사기관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3월 PC용 DDR4 8기가비트(Gb) D램 고정거래가격은 개당 4.56달러로, 전월(5.13달러)보다 11.1% 떨어졌다. D램 가격은 올 들어 3개월간 37.1% 하락했다. 반도체 경기가 꺾이기 직전인 지난해 9월과 비교하면 6개월 동안 44.3% 급락했다. 3월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128Gb MLC 기준)도 4.11달러로, 전월(4.22달러)에 비해 2.6% 내렸다.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세다.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대형 PC 거래처에 제품을 대량 공급할 때 매기는 가격이다. 전체 D램 거래량의 20% 안팎을 차지하고 있어 가격 동향을 알려주는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다. 증권가는 최근 한껏 낮아진 반도체 시황에 대한 눈높이와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D램 가격은 올해 말까지 지속적으로 떨어지되, 하락폭은 연말로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라며 “가격 하락으로 하반기 메모리 수요가 살아날지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고 했다. D램익스체인지는 D램 전체 평균가격이 2분기 15~20%, 3분기 10% 안팎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반도체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사상 처음으로 ‘어닝 쇼크’를 미리 고백했다. 3월 26일 ‘1분기 예상실적 설명자료’라는 내용의 공시를 통해서다.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잠정 실적 발표 전에 실적 악화 사실을 공개했다. 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기 시작한 2009년 2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증권가 예상치에 비해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 규모가 크게 미달할 것으로 예상되자 시장 눈높이를 낮추기 위해 ‘고해성사’를 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1년 전(15조6420억원)보다 60%가량 줄어든 6조원대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상저하고’ 전망 흔들리나
삼성전자는 “예상보다 훨씬 좋지 않은 디스플레이와 메모리 사업 환경이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1분기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11조5500억원)보다 7조원(6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반도체값 하락 시기를 맞아 주문을 최대한 미루려는 고객사와 가격 할인폭을 최소화하려는 메모리업체 간 샅바싸움이 예상외로 길어지면서 실적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업계 2, 3위 업체가 받는 타격은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3월 들어 국내 증권사들은 2조원 안팎이던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1조2000억원 수준까지 떨어뜨렸다.
실적 전망은 엇갈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경영진은 올 하반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되살아난다는 올초 전망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반도체 경기 저점을 애초 예상(2분기)과 달리 하반기로 보는 시각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공급 물량 증가가 재고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도 중요한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 등 주요국 경기가 둔화하면 반도체와 스마트폰 시장 침체가 더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D램 가격 3개월간 37% 하락
31일 시장조사기관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3월 PC용 DDR4 8기가비트(Gb) D램 고정거래가격은 개당 4.56달러로, 전월(5.13달러)보다 11.1% 떨어졌다. D램 가격은 올 들어 3개월간 37.1% 하락했다. 반도체 경기가 꺾이기 직전인 지난해 9월과 비교하면 6개월 동안 44.3% 급락했다. 3월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128Gb MLC 기준)도 4.11달러로, 전월(4.22달러)에 비해 2.6% 내렸다.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세다.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대형 PC 거래처에 제품을 대량 공급할 때 매기는 가격이다. 전체 D램 거래량의 20% 안팎을 차지하고 있어 가격 동향을 알려주는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다. 증권가는 최근 한껏 낮아진 반도체 시황에 대한 눈높이와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D램 가격은 올해 말까지 지속적으로 떨어지되, 하락폭은 연말로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라며 “가격 하락으로 하반기 메모리 수요가 살아날지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고 했다. D램익스체인지는 D램 전체 평균가격이 2분기 15~20%, 3분기 10% 안팎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반도체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사상 처음으로 ‘어닝 쇼크’를 미리 고백했다. 3월 26일 ‘1분기 예상실적 설명자료’라는 내용의 공시를 통해서다.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잠정 실적 발표 전에 실적 악화 사실을 공개했다. 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기 시작한 2009년 2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증권가 예상치에 비해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 규모가 크게 미달할 것으로 예상되자 시장 눈높이를 낮추기 위해 ‘고해성사’를 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1년 전(15조6420억원)보다 60%가량 줄어든 6조원대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상저하고’ 전망 흔들리나
삼성전자는 “예상보다 훨씬 좋지 않은 디스플레이와 메모리 사업 환경이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1분기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11조5500억원)보다 7조원(6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반도체값 하락 시기를 맞아 주문을 최대한 미루려는 고객사와 가격 할인폭을 최소화하려는 메모리업체 간 샅바싸움이 예상외로 길어지면서 실적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업계 2, 3위 업체가 받는 타격은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3월 들어 국내 증권사들은 2조원 안팎이던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1조2000억원 수준까지 떨어뜨렸다.
실적 전망은 엇갈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경영진은 올 하반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되살아난다는 올초 전망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반도체 경기 저점을 애초 예상(2분기)과 달리 하반기로 보는 시각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공급 물량 증가가 재고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도 중요한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 등 주요국 경기가 둔화하면 반도체와 스마트폰 시장 침체가 더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