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발행 '고사' 수준…1분기 ICO 모금액 99.8% 급감
최근 1∼2년 새 우후죽순 탄생해 거액을 끌어모았던 가상화폐(암호화폐)의 기세가 '사망 진단'을 받을 정도의 수준으로 꺾였다.

1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가상화폐 연구 사이트인 토큰데이터는 올해 1분기 블록체인 기술개발 기업들이 가상화폐공개(ICO)로 모은 자금이 1억1천800만 달러(약 1천339억원)라고 집계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집계된 690억 달러(약 78조2천800억원)와 비교하면 99.8% 줄어든 금액이다.

ICO는 특정 사업자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코인을 발행하고 투자자들에게 팔아 돈을 모으는 활동으로, 일반 기업들의 주식시장 상장(기업공개·IPO)처럼 주목을 받았다.

WSJ은 "ICO 시장은 죽었다"며 "어쨌거나 그냥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진단을 내렸다.

ICO의 급격한 위축은 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는 데다가 가상화폐의 전체적인 가격이 내려가고 거래량도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WSJ은 "ICO 모금액 감소는 수년간의 가상화폐 호황이 너무 앞서간 것이라는 점, 잠재적 투자자들이 열광하던 쪽에서 회의적인 쪽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최신 신호"라고 해설했다.

토큰데이터가 2017년부터 추적한 2천500개 ICO 가상화폐 계획 가운데 55%는 실제로 모금 자체에 실패했다.

모금에 성공한 가상화폐 중에도 겨우 15% 정도만 발행 당시 가격이나 그 이상으로 거래되고 있다.

리키 탠 토큰데이터 설립자는 "작년, 재작년과 같은 가상화폐 판매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ICO는 2014년 시작됐다가 ICO를 운용하는 소프트웨어가 규격화한 2017년부터 폭발적으로 늘었다.

당시 가상화폐의 가격도 함께 치솟은 터라 일확천금을 노린 이들이 앞다퉈 ICO에 자금을 쏟아부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가열되는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그 결과 SEC는 가상화폐 스타트업에 일련의 규제를 가했는데, 이런 조치의 배경에는 ICO를 유가증권 발행으로 보고 유가증권과 관련한 법규를 적용한다는 판단이 있었다.

WSJ은 많은 ICO가 그냥 탁상공론이었고 사기의 전형적 특색을 노출하는 것들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가상화폐 거래소인 비트맥스에 따르면 ICO를 거친 작은 스타트업 수백곳들이 각자 가장 호황일 때 보유한 가상화폐와 현금의 가치 총합은 240억 달러(약 27조2330억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수치는 ICO로 발행한 가상화폐 자체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현재 50억 달러(약 5조6천740억원) 정도까지 떨어졌다.

WSJ은 IOC가 사라지더라도 가상화폐 발행시장이 소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있다고 보도했다.

컨설턴트인 조슈아 애슐리 클레이먼은 미국의 사례를 들어 가상화폐 스타트업이 법규를 지키며 자금을 모으도록 규제 당국이 조건을 제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클레이먼은 "ICO 자체가 죽어 없어지더라도 디지털 유가증권을 위한 시장은 남을 것"이라며 "그것들이 그냥 동면하고 있기를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자체 실태조사, 해외규제 사례, 국제기구 논의 동향 등을 토대로 ICO에 대한 불허 방침을 유지해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