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 사진=연합뉴스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이 확고하지만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중국과 경쟁은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1일 발표한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기회 및 위협요인'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메모리 반도체산업의 경쟁우위는 확고하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한국은 세계 메모리 반도체시장의 63.7%를 점유하고 있다. 기술력도 중국 등 후발국이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이다. 중국 정부가 기술 확보를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했지만 여전히 우리보다 수년 뒤처졌고 대규모 양산도 못하는 상황이다. 공정 미세화에 필요한 비용도 크게 증가해 추격도 더뎌졌다.

다만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 산업에서는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부문의 경우 미국, 일본, 유럽은 물론 중국에도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시스템 반도체 산업 중 위탁제조(파운드리)의 경우 지난해 한국 매출 규모가 세계 2위로 오르는 등 축적된 제조 역량이 빛을 발하고 있다”면서도 “팹리스에서 경쟁력이 부족해 적극적인 투자가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침체된 반도체 수요를 반등시킬 기회 요인으로는 5세대(5G) 이동통신 기반 서비스 확대와 자율주행차 등이 꼽혔다. 보고서는 5G와 자율주행차·사물인터넷(IoT)·고해상도 스트리밍 등의 부문에서 킬러앱이 확산되고 데이터 양이 증가하면서 새로운 반도체 수요도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또 한국이 후발주자인 시스템 부문에서는 이미 미국이 장악한 모바일 앱프로세서(AP) 시장보다 자동차용 AP 시장처럼 누구도 선점하지 못한 곳에서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지속될 경우 해외공급망 의존도가 높은 시스템 반도체 산업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최대 반도체 수출 시장인 중국과 반도체 기술 및 장비를 공급받는 미국 사이에서 자칫 '샌드위치' 신세가 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김건우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설계 부문을 육성하고 장비·소재 부문의 자급률을 높여 해외 반도체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