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앞 한미정상회담 의제논의 위해 강경화·김현종 잇달아 방미
전문가들 "비핵화 목표 설정→단계 최소화한 로드맵 만들어야"
北美 비핵화 정의·방식 간극좁힐 묘안있나…한미조율 주목
열흘 뒤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은 '하노이 회담(2월 27∼28일)' 결렬 이후 김이 빠진 북미대화의 동력을 다시 살려내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로 꼽힌다.

이 때문에 4·11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을 찾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났고,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도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를 방문해 백악관 인사들과 접촉해 의제를 조율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협상에 북한을 다시 끌어낼 묘안을 도출해낼지 여부에 따라 한반도 정세의 향배가 엇갈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미가 고민해야 할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북미 간 입장차이를 어떻게 좁히느냐다.

이 간극을 그대로 둔 채로는 비핵화 협상이 지속가능한 진전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1일 "북미 양측이 동의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뭔지를 명확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개념 정의 없이는 다른 협상은 변죽만 올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비핵화는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으로 이전하고, 핵시설뿐 아니라 운반수단인 탄도 미사일과 관련 시설의 완전한 해체, 더 나아가 생화학무기 프로그램까지 해체하는 등 아주 포괄적인 개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내용이 담긴 문서를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넸다고 한다.

이에 반해 김정은 위원장이 밝힌 비핵화 개념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조선반도를 실현한다"(지난해 4·27 판문점선언), "조선반도(한반도)를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지난해 9·19 남북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고 말한 게 전부다.
北美 비핵화 정의·방식 간극좁힐 묘안있나…한미조율 주목
이 때문에 북한이 적어도 2005년 제4차 6자회담에서 채택한 공동성명, 즉 9·19 공동성명의 제1항에 담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에 복귀한다"는 수준으로 비핵화의 목표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결국 북한이 수용가능한 비핵화의 최종단계 그림에 대해 한미 공동의 안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신뢰하고 있지 않으니 북한이 핵을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합의해야 한다"며 "여기에선 북한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은 지난 14년 사이에 핵 능력을 더 발전시켰고, 2017년 11월에는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기에 이른 만큼 9·19공동성명때와는 협상의 환경도, 자신들의 입지도 현저히 달라졌다는 인식을 하고 있어 핵무기 등의 포기까지 명확히 약속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럼에도 구체적으로 핵을 어느 수준까지 포기하겠다고 명시하지 않은 채 핵시설의 폐기 등 상대적으로 쉬운 문제부터 해결하는 방식으로 나아 가다가는 어느 단계에선가 결국 '벽'을 만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만 양보할 게 아니라 미국도 한발 물러서야할 부분이 있으며, 다가오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그것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핵화 최종단계를 담은 포괄적 합의를 추구하되, 그 이행은 단계적으로 한다는데 대해 우리 정부가 미국의 분명한 동의를 얻어야 할 상황인 것이다.

또 '단계적 주고받기'의 과정에서 비핵화의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미국이 부분적 제재완화 카드를 쓰도록 하는 것도 우리 정부의 중요한 대미 설득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이 단계적 접근 방식에 대해 '살라미 전술'이라며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만큼, 비핵화 이행 단계를 지나치게 세분화하지 말고 2단계 혹은 3단계 정도로 압축적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김현욱 교수는 "북미가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개념, 범주에 합의하고 난 다음에 로드맵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일괄타결은 불가능해 보이니 이행 단계를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용환 실장은 "협상이라는 게 한쪽이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게 아니므로 북한이 첫 번째 조치를 크게 양보한다고 하면 미국은 상응 조치를 분명히 해줘야 한다"며 "미국이 줄 수 있는 것도 명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행 조치를 몇 단계로 구분하든 간에 북한이 첫 번째 조치로는 미국이 하노이 회담에서 요구한 대로 '영변+α(알파)'를 갖고 나와야 미국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北美 비핵화 정의·방식 간극좁힐 묘안있나…한미조율 주목
미국이 '북한의 과거 행태로 미뤄봤을 때 이번에도 중간에 합의를 파기할 수 있다'는 불신 속에 제재 쪽에 무게를 둘 수 있는 만큼, 대북협상의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도 다가오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중요한 의제로 꼽힌다.

이와 관련, 북한에 상응조치로 경제적 지원을 할 때 처음에는 소규모로 지원하되 이행 진척 상황에 따라 그 양을 늘리는 방식이 거론된다.

또 미국이 이란에 적용했듯이, 북한이 중간에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원상 복원하는 '스냅백'(snapback) 조항을 합의사항에 집어넣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에서 스냅백을 전제로 한 제재 완화에 긍정적이었다고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 15일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