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박자 쉰 K골프 "괜찮아! 메이저가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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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박성현, KIA클래식 아쉬운 공동 2위
日 하타오카에 우승 내줘
日 하타오카에 우승 내줘
“하타오카가 ‘나사 극장’을 연출했다.”(일본 골프 전문 매체 마이캐디)
“여대생 골퍼 가와모토 유이가 황금세대로 떴다.”(일본 데일리스포츠)
일본 골프계가 모처럼 떠들썩해졌다. 이틀 새 두 명의 신예가 자국 투어(JLPGA)와 해외 투어(LPGA)에서 한국 선수들을 제치고 잇달아 우승을 차지해서다. ‘K골프’ 그늘에 눌린 일본 골프의 역사를 바꿀 ‘황금세대’가 나타났다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들뜬 일본, 쉬어가는 한국
지난달 31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시즌 네 번째 대회 악사레이디스골프토너먼트(총상금 8000만엔)를 15언더파로 제패한 가와모토 유이(21)의 출현이 이런 분위기에 불을 댕겼다. 한 일본 매체는 “올 시즌 상금왕까지 내쳐 이루고, 3년 내 미국투어에 진출해 US여자오픈을 제패하겠다는 그의 꿈에 주목한다”고 썼다. 가와모토는 2부 투어에서 올라와 한국의 ‘베테랑’ 윤채영(32)을 5타 차 2위로 밀어내고 투어 첫 승을 신고했다. JLPGA투어 시즌 초반 4개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을 제치고 일본 선수가 모두 우승컵을 들어 올린 건 2014년 이후 5년 만이다.
LPGA(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 3년차인 하타오카 나사(20)가 하루 만에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하타오카는 1일 끝난 LPGA투어 KIA클래식(총상금 180만달러)에서 나흘 합계 18언더파(69-70-64-67)로 시즌 첫 승, 통산 3승째를 신고했다. 우승 상금은 27만달러(약 3억원)다.
나사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처럼 전인미답의 길을 가라’며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처럼 JLPGA의 역사를 다시 썼다. 2016년 17세 나이로 메이저대회인 일본여자오픈에서 최연소 우승한 하타오카는 이번 우승으로 LPGA에서 일본 여자 프로골프 최연소 통산 3승 기록(20세2개월18일)을 세웠다. 특히 하타오카에게는 4라운드 규모 대회 첫 우승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그는 3라운드짜리 대회(월마트아칸사스, 토토재팬클래식)에서만 2승을 올렸다. 하타오카는 “박인비와 한 조로 경기해 조금 긴장했지만 내 경기에 집중한 게 도움이 됐다”고 우승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제 스무 살이고, 투어 3년차인 만큼 잃을 게 없었다”고도 했다. 하타오카는 오카모도 아야코(17승·68), 미야자토 아이(9승·34), 고바야시 히로미(4승·56)에 이어 일본 선수로는 LPGA 다승 네 번째 선수가 됐다. 어머니가 한국인인 노무라 하루(27)도 하타오카와 같은 3승을 기록 중이다.
앞서 열린 6개 대회에서 4승을 쓸어 담으며 초반 기세를 올렸던 한국 선수들로선 입맛을 다실 만한 결과다. K골퍼 시즌 4연승에도 제동이 걸렸다. 3라운드까지 1타 차 단독 선두를 달렸던 박인비는 특히 마지막날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하타오카에게 역전 우승컵을 내주고 공동 2위(15언더파)로 대회를 마감했다. 통산 20승을 올려 ‘아홉수’를 끊을 기회도 다음으로 미뤘다. 박인비는 지난해 3월 뱅크오브호프파운더스컵에서 19승째를 올린 이후 1년 넘게 우승하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두 번째로 바꿔 들고 나온 퍼터가 사흘간 위력을 발휘하더니, 하필 마지막날 말을 잘 듣지 않았다. 박인비는 “퍼팅이 잘 안됐고 운이 좀 따라주지 않았다. 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주 대회를 생각하면 좋은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다음 대회는 오는 4일 개막하는 LPGA 시즌 첫 번째 메이저대회 ANA인스퍼레이션이다.
우승후보 더 빼곡해진 ‘K골프’
한국 선수들은 ‘LPGA를 지배하는 넘사벽 K골프’라는 호평과 ‘새로울 것 없는 독과점’이란 비평 두 가지 시선을 늘 받는다. 이번 대회에선 ‘일단 멈춤’으로 우회하면서 불편한 시선에서는 잠시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오히려 ANA인스퍼레이션 같은 굵직한 대회에서 아쉬움을 털어낼 집중력은 커진다. 무엇보다 우승권에 근접한 챔피언 후보들이 한층 두터워져 반전 가능성이 크다. 올 시즌 가장 먼저 2승(필리핀 대회 포함)을 올린 박성현(26)과 시즌 1승의 고진영(24)이 이번 대회에서 박인비와 함께 나란히 15언더파 공동 2위에 올라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박성현은 전반에 이글 한 개, 더블보기 한 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하다가 후반 들어 버디 4개만 잡아내는 막판 집중력으로 최근 상승세를 지켜냈다. 고진영도 이날 7언더파를 몰아치며 연장 기회를 노리기도 했다. 고진영은 이번 대회에서 손 통증으로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도 시즌 다섯 개 대회에서 네 번째 ‘톱3’라는 빼어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0만2114달러의 공동 2위 상금을 받아든 고진영은 투어 시즌 상금 1위(55만2273달러)에 올라섰다.
여기에 ‘오렌지 걸’ 최운정(29), ‘주부골퍼’ 허미정(30), ‘골프천재’ 김효주(24)의 상승세가 반갑다. 최운정은 1라운드에서 7언더파 단독 선두에 올랐고, 허미정과 김효주는 각각 3라운드와 4라운드에서 이 대회 한 라운드 최다 언더파인 10언더파 62타를 적어냈다. 세 명 모두 최종합계 14언더파 공동 7위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여대생 골퍼 가와모토 유이가 황금세대로 떴다.”(일본 데일리스포츠)
일본 골프계가 모처럼 떠들썩해졌다. 이틀 새 두 명의 신예가 자국 투어(JLPGA)와 해외 투어(LPGA)에서 한국 선수들을 제치고 잇달아 우승을 차지해서다. ‘K골프’ 그늘에 눌린 일본 골프의 역사를 바꿀 ‘황금세대’가 나타났다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들뜬 일본, 쉬어가는 한국
지난달 31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시즌 네 번째 대회 악사레이디스골프토너먼트(총상금 8000만엔)를 15언더파로 제패한 가와모토 유이(21)의 출현이 이런 분위기에 불을 댕겼다. 한 일본 매체는 “올 시즌 상금왕까지 내쳐 이루고, 3년 내 미국투어에 진출해 US여자오픈을 제패하겠다는 그의 꿈에 주목한다”고 썼다. 가와모토는 2부 투어에서 올라와 한국의 ‘베테랑’ 윤채영(32)을 5타 차 2위로 밀어내고 투어 첫 승을 신고했다. JLPGA투어 시즌 초반 4개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을 제치고 일본 선수가 모두 우승컵을 들어 올린 건 2014년 이후 5년 만이다.
LPGA(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 3년차인 하타오카 나사(20)가 하루 만에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하타오카는 1일 끝난 LPGA투어 KIA클래식(총상금 180만달러)에서 나흘 합계 18언더파(69-70-64-67)로 시즌 첫 승, 통산 3승째를 신고했다. 우승 상금은 27만달러(약 3억원)다.
나사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처럼 전인미답의 길을 가라’며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처럼 JLPGA의 역사를 다시 썼다. 2016년 17세 나이로 메이저대회인 일본여자오픈에서 최연소 우승한 하타오카는 이번 우승으로 LPGA에서 일본 여자 프로골프 최연소 통산 3승 기록(20세2개월18일)을 세웠다. 특히 하타오카에게는 4라운드 규모 대회 첫 우승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그는 3라운드짜리 대회(월마트아칸사스, 토토재팬클래식)에서만 2승을 올렸다. 하타오카는 “박인비와 한 조로 경기해 조금 긴장했지만 내 경기에 집중한 게 도움이 됐다”고 우승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제 스무 살이고, 투어 3년차인 만큼 잃을 게 없었다”고도 했다. 하타오카는 오카모도 아야코(17승·68), 미야자토 아이(9승·34), 고바야시 히로미(4승·56)에 이어 일본 선수로는 LPGA 다승 네 번째 선수가 됐다. 어머니가 한국인인 노무라 하루(27)도 하타오카와 같은 3승을 기록 중이다.
앞서 열린 6개 대회에서 4승을 쓸어 담으며 초반 기세를 올렸던 한국 선수들로선 입맛을 다실 만한 결과다. K골퍼 시즌 4연승에도 제동이 걸렸다. 3라운드까지 1타 차 단독 선두를 달렸던 박인비는 특히 마지막날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하타오카에게 역전 우승컵을 내주고 공동 2위(15언더파)로 대회를 마감했다. 통산 20승을 올려 ‘아홉수’를 끊을 기회도 다음으로 미뤘다. 박인비는 지난해 3월 뱅크오브호프파운더스컵에서 19승째를 올린 이후 1년 넘게 우승하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두 번째로 바꿔 들고 나온 퍼터가 사흘간 위력을 발휘하더니, 하필 마지막날 말을 잘 듣지 않았다. 박인비는 “퍼팅이 잘 안됐고 운이 좀 따라주지 않았다. 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주 대회를 생각하면 좋은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다음 대회는 오는 4일 개막하는 LPGA 시즌 첫 번째 메이저대회 ANA인스퍼레이션이다.
우승후보 더 빼곡해진 ‘K골프’
한국 선수들은 ‘LPGA를 지배하는 넘사벽 K골프’라는 호평과 ‘새로울 것 없는 독과점’이란 비평 두 가지 시선을 늘 받는다. 이번 대회에선 ‘일단 멈춤’으로 우회하면서 불편한 시선에서는 잠시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오히려 ANA인스퍼레이션 같은 굵직한 대회에서 아쉬움을 털어낼 집중력은 커진다. 무엇보다 우승권에 근접한 챔피언 후보들이 한층 두터워져 반전 가능성이 크다. 올 시즌 가장 먼저 2승(필리핀 대회 포함)을 올린 박성현(26)과 시즌 1승의 고진영(24)이 이번 대회에서 박인비와 함께 나란히 15언더파 공동 2위에 올라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박성현은 전반에 이글 한 개, 더블보기 한 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하다가 후반 들어 버디 4개만 잡아내는 막판 집중력으로 최근 상승세를 지켜냈다. 고진영도 이날 7언더파를 몰아치며 연장 기회를 노리기도 했다. 고진영은 이번 대회에서 손 통증으로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도 시즌 다섯 개 대회에서 네 번째 ‘톱3’라는 빼어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0만2114달러의 공동 2위 상금을 받아든 고진영은 투어 시즌 상금 1위(55만2273달러)에 올라섰다.
여기에 ‘오렌지 걸’ 최운정(29), ‘주부골퍼’ 허미정(30), ‘골프천재’ 김효주(24)의 상승세가 반갑다. 최운정은 1라운드에서 7언더파 단독 선두에 올랐고, 허미정과 김효주는 각각 3라운드와 4라운드에서 이 대회 한 라운드 최다 언더파인 10언더파 62타를 적어냈다. 세 명 모두 최종합계 14언더파 공동 7위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