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다움'만 찾으려 하는 브렉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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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조지프 스턴버그 < 칼럼니스트 >
조지프 스턴버그 < 칼럼니스트 >
3월 29일은 원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데이로 예정돼 있었다. 이제 브렉시트 날짜는 이달 12일이 될 수도, 아니면 브렉시트 자체를 아예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영국이 유럽연합(EU)을 벗어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들은 외부인 시각으로는 절차적인 문제나 정치적인 문제에 불과해 보인다. 영국 정치인들은 브렉시트를 요구한 2016년 국민투표 결과와 EU 잔류를 바라는 자신들의 개인적 선호 사이의 갈등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또 영국은 EU와 어떤 경제적 관계를 맺을지 골라야 한다. 노르웨이 모델(유럽자유무역연합 회원국 가입)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캐나다 모델 등 몇 가지 선택지가 있다.
브렉시트는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EU와의 협상 과정에서 의원들을 참여시키지 않고, 막판에 자신이 선호하는 합의안을 가져와 통과시켜야 한다며 으름장을 놓는 테리사 메이 총리의 전략이 제대로 먹히지 않은 것은 예견된 결과였다.
정체성의 위기 겪고 있는 英
하지만 메이 총리의 노력을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그에게 부여된 임무는 지금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 어떤 지도자가 온다 해도 덜 분열적이면서 동시에 더 확실한 브렉시트를 그보다 더 잘해낼 가능성은 별로 없다. 왜냐하면 브렉시트는 영국이 자신을 국가로서 어떻게 여기고 있느냐 하는 문제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은 항상 이 부분을 이해하고 있었다. 2016년 당시 유권자들에 대한 그들의 호소는 ‘영국다움(Britishness)’이라는 독특한 느낌을 겨냥한 것이었다. 나폴레옹을 물리치고, 모든 대륙을 통치하며, 역동적인 경제를 길러낸 위대한 힘을 지닌 영국에 대한 장밋빛 향수가 있는 것이다. 이들은 EU에서 자유로워지면 이 모든 일을 할 수 있다고 여긴다. 또 잔류파의 주장대로라면 프랑스와 독일이 주도하는 관료주의에 그저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찬성론자들은 영국 사회의 불만을 정확하게 진단했고, 투표에서 이길 수 있었다.
그러나 브렉시트는 ‘영국이 어떤 나라인가’에 관한 정직한 평가를 요구했다. 국민투표는 논쟁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가장 명백한 사례는 북아일랜드 문제다.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공화국 국경의 양쪽이 모두 EU 회원국이 아니라면 이들 간 평화는 힘들 것이다. EU 회원국 자격은 영국을 하나로 묶어주는 장치였다.
국민들, 보다 '큰 정부' 원해
또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은 영국이 자유시장과 자유무역 경제의 동력원이라고 생각한다. 브렉시트가 유럽 대륙에 가던 투자를 유인할 것이라는 발상은 이들이 주장하는 경제 논리의 핵심이다. 하지만 2017년 포퓰루스 여론조사는 영국인이 세금 인상과 정부 확대, 그리고 더 많은 재정 지출 쪽을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미국과 FTA를 맺기 위해 고투할 것이다. 미국은 의료 자유화를 요구할 테지만 영국 유권자는 국가보건 시스템을 포기하길 거부할 것이다. 또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어렵게 하는 유럽식 농업 보호 규정들에 매달릴 것이다.
자아정체성 위기는 요즘 서구 정치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그러나 영국이 2년 안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영국이 브렉시트의 날이었어야 할 시기에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조지프 스턴버그 칼럼니스트가 쓴 기고 ‘The U.K.’s Brexit Journey of Self Discovery’를 정리한 것입니다.
한국경제신문 독점제휴
영국이 유럽연합(EU)을 벗어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들은 외부인 시각으로는 절차적인 문제나 정치적인 문제에 불과해 보인다. 영국 정치인들은 브렉시트를 요구한 2016년 국민투표 결과와 EU 잔류를 바라는 자신들의 개인적 선호 사이의 갈등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또 영국은 EU와 어떤 경제적 관계를 맺을지 골라야 한다. 노르웨이 모델(유럽자유무역연합 회원국 가입)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캐나다 모델 등 몇 가지 선택지가 있다.
브렉시트는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EU와의 협상 과정에서 의원들을 참여시키지 않고, 막판에 자신이 선호하는 합의안을 가져와 통과시켜야 한다며 으름장을 놓는 테리사 메이 총리의 전략이 제대로 먹히지 않은 것은 예견된 결과였다.
정체성의 위기 겪고 있는 英
하지만 메이 총리의 노력을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그에게 부여된 임무는 지금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 어떤 지도자가 온다 해도 덜 분열적이면서 동시에 더 확실한 브렉시트를 그보다 더 잘해낼 가능성은 별로 없다. 왜냐하면 브렉시트는 영국이 자신을 국가로서 어떻게 여기고 있느냐 하는 문제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은 항상 이 부분을 이해하고 있었다. 2016년 당시 유권자들에 대한 그들의 호소는 ‘영국다움(Britishness)’이라는 독특한 느낌을 겨냥한 것이었다. 나폴레옹을 물리치고, 모든 대륙을 통치하며, 역동적인 경제를 길러낸 위대한 힘을 지닌 영국에 대한 장밋빛 향수가 있는 것이다. 이들은 EU에서 자유로워지면 이 모든 일을 할 수 있다고 여긴다. 또 잔류파의 주장대로라면 프랑스와 독일이 주도하는 관료주의에 그저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찬성론자들은 영국 사회의 불만을 정확하게 진단했고, 투표에서 이길 수 있었다.
그러나 브렉시트는 ‘영국이 어떤 나라인가’에 관한 정직한 평가를 요구했다. 국민투표는 논쟁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가장 명백한 사례는 북아일랜드 문제다.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공화국 국경의 양쪽이 모두 EU 회원국이 아니라면 이들 간 평화는 힘들 것이다. EU 회원국 자격은 영국을 하나로 묶어주는 장치였다.
국민들, 보다 '큰 정부' 원해
또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은 영국이 자유시장과 자유무역 경제의 동력원이라고 생각한다. 브렉시트가 유럽 대륙에 가던 투자를 유인할 것이라는 발상은 이들이 주장하는 경제 논리의 핵심이다. 하지만 2017년 포퓰루스 여론조사는 영국인이 세금 인상과 정부 확대, 그리고 더 많은 재정 지출 쪽을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미국과 FTA를 맺기 위해 고투할 것이다. 미국은 의료 자유화를 요구할 테지만 영국 유권자는 국가보건 시스템을 포기하길 거부할 것이다. 또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어렵게 하는 유럽식 농업 보호 규정들에 매달릴 것이다.
자아정체성 위기는 요즘 서구 정치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그러나 영국이 2년 안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영국이 브렉시트의 날이었어야 할 시기에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조지프 스턴버그 칼럼니스트가 쓴 기고 ‘The U.K.’s Brexit Journey of Self Discovery’를 정리한 것입니다.
한국경제신문 독점제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