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회복의 관건은 1위 품목인 반도체다. 지난해 수출 호조를 이끌어온 반도체가 작년 12월부터 고꾸라지면서 수출 전체가 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에도 이 같은 상황이 쉽게 나아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수출 물량이 다소 늘겠지만 단가 하락 추세를 막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판단에서다.

반도체 하반기 회복 쉽지 않다…"재고 누적·수요 둔화 심상치않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업체의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올 들어 3개월 연속 급락했다. 시장조사기관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3월 PC용 DDR4 8기가비트(Gb) D램 고정거래가격은 개당 4.56달러로, 전월 5.13달러보다 11.1% 떨어졌다. 올 들어서 3개월간 37.1%, 반도체 경기가 꺾이기 전인 작년 9월과 비교하면 무려 44.3% 급락했다.

3월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128Gb MLC 기준)도 4.11달러로, 전월 4.22달러에 비해 2.6% 내렸다.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하반기에도 가격 하락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D램익스체인지는 D램 전체 평균가격이 2분기에 15~20%, 3분기엔 10% 안팎 각각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수출도 당분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산업연구원이 1일 국내 반도체업종 전문가 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반도체 수출이 상반기에는 작년 동기 대비 16.9%, 하반기에는 6.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수요 둔화와 재고 누적, 공급 과잉 등의 영향이 클 것이란 게 전문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공급 물량 증가가 재고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국 경기가 반도체업황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가 전반적으로 둔화하면 서버와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메모리 수요가 줄어 반도체업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D램 가격은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떨어지되, 하락폭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재길/좌동욱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