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 1일 오후 4시45분

LG화학이 한국 민간기업 사상 최대인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 규모의 글로벌본드 발행을 위한 본격적인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직전 최대는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2009년 각각 찍은 10억달러다. 글로벌본드는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주요 금융시장에서 동시에 발행돼 유통되는 채권이다.

LG화학은 해외에도 잘 알려진 한국의 대표 화학회사여서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리 인상이 주춤해지면서 한국 채권의 투자 매력도 높아졌다. 다만 대규모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LG화학의 차입금이 불어나고 있는 것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마켓인사이트] 글로벌본드 15억弗 발행…'LG화학의 도전'
해외 투자설명회 시작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15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 발행을 위한 투자설명회를 시작했다. 오는 9일 해외 기관들을 상대로 수요예측(사전 청약)을 할 계획이다. 모건스탠리, 스탠다드차타드증권 등 글로벌 IB들이 발행 주관을 맡고 있다.

이번 글로벌본드는 달러와 유로 두 가지 통화로 나눠 전액 그린본드 형태로 발행된다. 그린본드는 조달한 자금을 재생에너지, 전기차, 고효율 에너지 등 친환경 투자에만 쓸 수 있는 채권이다. 지금까지 한국 기업의 그린본드 최대 발행 기록은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의 6억달러(약 6800억원)다. LG화학은 이번 채권 발행으로 마련한 자금을 전기차용 배터리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채권시장에서는 대체로 LG화학의 발행 성공을 낙관하고 있다. LG화학의 글로벌 신용등급은 ‘A-’(S&P 기준)로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일곱 번째로 높다. 정부 지원 가능성이 반영된 공기업과 금융회사를 제외하곤 국내에서 LG화학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곳은 삼성전자(AA-)뿐이다. LG화학이 지난해 무이자 조건으로 6억달러어치 교환사채(EB) 발행에 성공한 것도 이 같은 신용도가 뒷받침된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개선된 발행 여건

지난해 크게 출렁였던 글로벌 채권시장이 올 들어 다소 진정되는 등 발행 여건도 개선됐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올초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겠다는 신호를 내비친 데 이어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 인상을 내년으로 미루기로 결정하자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위험이 낮아졌다. 경기 하강 우려가 커지면서 채권 등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 덕분에 신흥국 채권 중 손꼽히는 우량자산으로 평가받는 한국 채권의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한국 채권은 다른 신흥국 채권보다 신용도가 높고, 미국을 제외한 주요 선진국보다 금리도 높다. 풍부한 수요에 힘입어 지난 1분기 산업은행 한국가스공사 한화토탈 등 10개 기업이 해외에서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LG화학이 투자자를 모으기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LG화학은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사업에서 이익이 나기 시작하면서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고 말했다.

차입금 증가는 부담 요인

다만 LG화학이 공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면서 재무구조가 이전보다 나빠진 것은 약점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올해 사상 최대인 6조2000억원을 설비투자에 쓸 계획이다. 작년 4조6000억원보다 34.8% 증가한 규모다. 2016년 말 2조8900억원이었던 LG화학의 차입금은 2017년 말 3조400억원, 작년 말 5조3200억원으로 불어났다.

수익성이 지금보다 악화되면 신용등급 하락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회사의 작년 영업이익은 2조246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3% 줄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S&P는 지난달 14일 LG화학의 신용등급(A-)에 부정적 전망을 하며 “작년 말 1.0배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차입금 비율이 장기간 1.5배를 웃돌면 등급 강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