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제출한 류장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 "최저임금 입법 차일피일…국회가 혼란 부추겨"
류장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사진)이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이 지난해 공식화된 마당에 국회가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며 “2월 말, 늦어도 3월 초에는 정리를 했어야 했다”고 1일 말했다. 정부의 제도 개편 방침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전원 사의를 밝힌 상황에서 국회가 사실상 ‘직무유기’를 하면서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싼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3일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초 예정됐던 1일과 2일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취소했다. 3일 소위와 전체회의를 재개하지만 오는 5일(본회의)로 끝나는 3월 임시국회에서 탄력근로제 확대법안은 물론 최저임금법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류 위원장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최저임금 제도 개편과 관련해 국회와 정부의 무책임을 여러 차례 비판했다. 류 위원장은 지난달 제출한 사퇴서가 정부와 국회를 향한 ‘메시지’였다고 했다. 그는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는 것을 보고 사표를 낼까도 생각했지만 차일피일 늦어지면서 불필요한 논란만 커졌다”며 “정부에는 빨리 새로운 팀을 구성하라는, 국회에는 조속한 결론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는 ‘3월 말까지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는 현행 법에 따라 지난달 29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총사퇴로 심의는커녕 실태조사 등 사전 준비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류 위원장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위원회는 쇼트트랙 계주와 같아 바통 터치 없는 중도이탈은 없다”며 “임기가 끝나더라도 차기 위원이 부임하기 전날까지는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최저임금법은 ‘위원은 임기가 끝났더라도 후임자가 임명되거나 위촉될 때까지 계속하여 직무를 수행한다’(제14조 5항)고 명시하고 있다.

정부의 심의 요청을 받았지만 당분간 위원회 소집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 논의 경과도 지켜봐야 하지만 고용부 장관의 심의 요청 직후 위원회가 소집된 전례가 거의 없다. 지난해에는 3월 30일 고용부 장관의 심의 요청 이후 공익위원 선임은 5월 17일에서야 이뤄졌고, 첫 전체회의는 한 달을 훌쩍 넘겨 6월 19일에 열렸다. 류 위원장은 “당장 시행이 급한 상황이라면 위원회를 빨리 열겠지만 국회 상황도 봐야 하고 당분간 위원회 소집은 없을 것”이라며 “심의 착수와 별개로 현장 실태조사와 면접위원 선발 등 준비 작업은 이미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양대 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주도하는 최저임금연대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중단하고 현행 최저임금위원회는 즉시 전원회의를 소집해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라”고 주장했다.

류 위원장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여부와 상관없이 위원장 직은 내려놓겠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달 류 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 8명(정부 당연직 1명 제외)의 사의를 접수하고도 이를 수리하지 않고 있다. 류 위원장은 “정부가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방침을 세웠으면 ‘간판’(위원장)은 바꿔달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고용부에 수차례 의사를 전달했고, 곧 새로운 인물을 물색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