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9900원짜리 청바지를 자체상표(PB)인 ‘데이즈’ 브랜드로 1일 출시했다. 이 청바지는 물빠짐 작업을 생략하고, 미리 대량 주문하는 등의 방식으로 가격을 기존 제품에 비해 절반 이상 낮췄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이마트가 9900원짜리 청바지를 자체상표(PB)인 ‘데이즈’ 브랜드로 1일 출시했다. 이 청바지는 물빠짐 작업을 생략하고, 미리 대량 주문하는 등의 방식으로 가격을 기존 제품에 비해 절반 이상 낮췄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 3사가 일제히 ‘초저가 판매’에 나섰다. 마트를 찾는 소비자가 감소하고, 실적 악화가 이어지자 큰 폭의 가격 인하를 통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온라인 쇼핑이 시장 상인 등 골목상권과 오프라인 대형마트까지 잠식하는 가운데 대형마트들의 이 같은 전략은 오프라인 유통으로 소비자를 돌려세우는 데 일부 효과를 내고 있다.

제조공정 단순화로 원가 낮춰

이마트는 패션 자체상표(PB) ‘데이즈’ 청바지(에센셜 데님 팬츠)를 9900원에 1일 내놨다. 오는 17일까지 펼치는 할인 행사 ‘데이즈 패밀리위크’를 통해서다. 이마트e·삼성·KB국민·현대·NH농협·우리·씨티 등 행사 카드로 결제하는 조건이다.

9900원 청바지를 내놓기 위해 이마트는 원가를 낮추는 작업에 주력했다. 제조 공정부터 바꿨다. 기존에는 청바지를 만들 때 데님 원사에 염색을 하고 디자인을 입히기 위해 물빠짐 작업(워싱 작업)을 별도로 했다.

이마트 청바지는 물빠짐 작업을 하지 않았다. 이 작업만 생략해도 대량의 물과 전기를 소비하지 않고, 인건비도 절약할 수 있다. 청바지를 만들 때 생기는 환경오염도 줄였다. 버튼이나 자수 장식 등 청바지에 많이 넣는 디자인 요소도 빼버렸다. 디자인을 일부 포기하는 대신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를 높이는 데 집중한 것이다.

공장에 일감이 적은 비수기에 15만 장을 한꺼번에 대량으로 발주한 것도 가격을 낮춘 요인 중 하나다. 패션업계에선 출시 7~8개월을 앞두고 제조에 들어간다. 이마트는 상품을 1년 전부터 만들기 시작해 원가를 더 낮췄다.

이마트는 9900원 청바지뿐 아니라 같은 가격의 캐릭터 티셔츠도 선보였다. 마블·디즈니 등 글로벌 인기 캐릭터와 카카오프렌즈 등 국내 캐릭터가 티셔츠 앞면에 큼직하게 들어간 제품들이다. 핑크퐁, 띠띠뽀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도 넣었다.

홈플러스·롯데마트도 초특가 행사

이마트는 올초부터 ‘국민 가격’이란 초특가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기간을 정해 삼겹살, 전복, 천혜향 등 신선식품 위주로 온라인보다 저렴하게 내놨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이 나는 등 실적이 급격히 나빠지자 ‘가격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소비시장은 결국 초저가와 프리미엄 두 형태만 남을 것”이라며 초저가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다른 대형마트로 확산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1일부터 ‘쇼핑하라 2019’란 이름의 할인 행사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다. 당초 지난달에만 하려고 했던 행사를 이달 17일까지 3주간 연장했다. 행사 기간 평소 대비 12% 이상 많은 2200만여 명이 방문하는 등 소비자 호응이 컸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이에 따라 신선식품, 가공식품, 위생용품 등 700여 개 생필품을 최대 50% 할인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9년 만에 한 마리를 5000원에 판매하는 프라이드 치킨 ‘통큰 치킨’을 부활시켰다. 지난달 28일부터 판매에 나선 통큰 치킨은 2010년 롯데마트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통큰 치킨은 일부 점포에선 하루 물량이 오후 시간대에 모두 팔리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마트는 17일까지 1600여 개 상품, 830억원어치를 초특가로 판매하는 행사를 이어간다. 우선 3일까지 통큰 치킨을 비롯해 미국산 냉동 LA갈비, 크리넥스 화장지, 프릴 주방세제, CJ제일제당 햇반, 종가집 포기김치 등을 반값 수준에 판매한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