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신입생 10명 중 9명이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졸업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와 연세대 등 서울 주요 로스쿨들도 십중팔구가 명문대 출신으로, 로스쿨의 학벌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는 로스쿨 도입 취지가 갈수록 무색해지고 학교서열화와 학생들의 명문대 선호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대 로스쿨, 지방대 출신 ‘제로(0)’

1일 각 대학이 공시한 2019학년도 로스쿨 신입생 선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서울대 로스쿨 신입생 152명 중 140명(92.1%)이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로스쿨이 도입된 2009년부터 서울대 로스쿨이 신입생을 선발한 지 11년 만에 ‘SKY’ 비중이 최고치를 찍었다.

서울 대형 로스쿨 'SKY 출신'이 76%
올해 서울대 로스쿨 신입생 중 지방대 출신은 사실상 한 명도 없었다. KAIST와 포항공대 등 특수 대학과 해외 대학을 제외하면 전부 서울 소재 명문대 졸업생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152명 중 서울대 출신이 97명으로 3분의 2(63.8%)를 차지했다. 그다음 △연세대 23명 △고려대 20명 △KAIST 4명 △성균관대·한양대 각 2명 △이화여대·포항공대 각 1명 순이다. 지난 11년간 서울대 로스쿨에 입학한 지방대 출신을 다 합쳐도 7명에 불과하다.

고려대와 연세대 로스쿨도 신입생 10명 중 7~8명이 ‘SKY’ 출신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로스쿨은 고려대 학부 졸업생이 55.6%(124명 중 69명), 연세대 로스쿨의 경우 연세대 출신이 52.3%(132명 중 69명)로 두 로스쿨 모두 자교 출신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많은 신입생이 서울대로 연세대 로스쿨은 43명, 고려대 로스쿨은 27명의 서울대생을 뽑았다. 지방대 출신은 두 로스쿨을 합쳐 딱 한 명이었다.

서울 소재 정원 100명이 넘는 대형 로스쿨로 대상을 넓혀도 ‘학벌 쏠림’은 마찬가지다. 올해 신입생 출신 학부를 공개하지 않은 이화여대를 제외한 서울대·고려대·연세대·성균관대·한양대 로스쿨 전체 신입생 641명 가운데 ‘SKY’ 졸업생이 488명(76.1%)에 달했다. 반면 특수 대학을 제외한 지방대 출신은 4명에 불과했다.

‘나이 어린 명문대 문과생’ 일색

로스쿨 입학생들의 전공과 연령도 획일화되고 있다. 전국 25개 로스쿨 합격자 2136명 중 상경·사회계열 출신이 46.4%인 991명에 달했다. 연령 측면에서도 10명 중 7명이 23~28세(1491명)로, 이 중 대다수가 학사 과정을 마치고 곧바로 로스쿨에 진학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의 한 로스쿨 교수는 “요즘 들어오는 학생들의 특징은 한마디로 ‘나이 어린 명문대 문과생’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스쿨은 학생선발 시 정성평가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다. ‘SKY 쏠림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교별 가점이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대학생들 사이에선 오로지 좋은 로스쿨 합격을 목적으로 ‘반수(대학을 다니며 명문대 입학을 준비하는 것)’도 유행이다. 일단 ‘SKY’ 로스쿨을 나오지 않으면 대형 로펌에 취직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라서다.

로스쿨협의회 관계자는 “로스쿨 입시가 갈수록 ‘그들만의 리그’가 돼 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갈수록 낮아지니 일선 로스쿨에서도 똑똑한 명문대 출신들 위주로 뽑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