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양품은 지난해 국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무지코리아 제공>
무인양품은 지난해 국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무지코리아 제공>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전문점 '무인양품(無印良品)'이 국내에서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쓰고 있다. 무인양품 특유의 간소한 디자인과 지역 사회를 파고드는 마케팅 전략이 소비자들에게 입소문을 타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무인양품의 지난해 매출액은 1378억원으로 전년(1095억원)에 비해 25% 늘었다. 2004년 한국에 법인을 설립한지 13년 만에 첫 1000억원대 돌파한 뒤로도 성장세가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영업이익은 76억원으로 27억원을 기록했던 2년 전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뛰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이다.

1980년 일본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세이유'의 자체브랜드(PB)로 출발한 무인양품은 생활용품을 비롯해 가구, 의류, 식품 등 7000여개 품목을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 전문점이다. 조립식 주택도 판다. 일본어로 '무지루시료힌'이라고 읽고 줄여서 '무지(MUJI)'라고 부른다. 국내 매장에서도 무인양품 대신 무지라는 브랜드로 영업을 하고 있다.

2004년 설립된 한국법인 무지코리아는 롯데상사와 일본 본사가 지분을 각각 40%와 60%를 갖고 있는 합작법인이다. 무지코리아가 국내 진출 초반 롯데백화점 등에 '숍인숍(매장 안의 매장)' 형태로 입점 전략을 짠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35개 점포(오프라인 34개·온라인 1개)를 운영하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끈 데에는 무인양품의 간소한 디자인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무인양품에서 판매하는 제품에는 대부분 화려한 디자인이나 무늬가 그려져 있지 않다. 일부에서는 다소 심심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상품을 만들 때 사람에게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바탕을 둔 무인양품 철학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필요 없는 것은 모조리 뺀다.
무인양품의 베스트셀링 제품인 '발수가공 스니커즈'. <무지코리아 제공>
무인양품의 베스트셀링 제품인 '발수가공 스니커즈'. <무지코리아 제공>
베스트셀링 상품인 '무지스니커즈(사진)'가 대표적이다. 물이 잘 스며들지 않는다는 '발수가공' 기능 외에 어떠한 디자인이나 무늬도 없지만 국내에서 무인양품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게 만들어준 제품이다. 회사원 정준호 씨(36·용인)는 "다른 생활용품점에 비해 가격이 싼 편은 아니지만 한번 사면 오래 쓰게 되는 게 무인양품의 제품들"이라며 "단순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이제는 고정 구매층이 됐다"고 말했다.

지역 커뮤니티를 파고드는 것도 무인양품의 전략이다. 무인양품은 지난해 신촌에 5개층 1650㎡(약 500평) 규모의 신촌점을 열면서 서점과 카페를 함께 입점시켰다. 이 매장은 신촌 지역의 학생들과 소비자, 지역 상권을 유기적으로 이어주는 신촌투고, 오픈무지, 다목적홀 등을 만들어 꼭 제품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매장에서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며,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둔다.

이는 일본에서 무인양품이 소비자들에게 다가갔던 접근법이다. 나루카와 다쿠야 무지코리아 대표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매장을 넘어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매장을 만들겠다"며 향후 무인양품 매장의 콘셉트를 제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문을 연 국내 사상 최대 규모의 '종로 영풍무지점'에도 커피 스탠드를 매장 전면에 배치했다.

무인양품이 국내에서 항상 '잘 나갔던' 것은 아니다. 2012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라이프스타일 전문점들의 난립과 '일본 기업'이라는 딱지 속에 영업적자에 허덕이던 무인양품은 2013년에서야 강남에 892㎡(약 270평)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내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대로에 매장을 내자 방문객들이 몰리면서 무인양품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무인양품은 올해 '식품' 카테고리를 강화한다. 더 다양한 소비자층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또 이번달 광주를 시작으로 인구 100만명 이상의 지방도시들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전대환 무지코리아 영업기획팀장은 "오프라인 매장과 함께 온라인 시장도 최근 3년간 120%의 성장을 보였다"면서 "올해는 매출 2000억원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