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신연호' 마케팅 붐 뜨거운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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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본 정부는 5월 1일 나루히토(德仁·59) 일왕 즉위에 맞춰 새로 사용할 연호(年號)를 ‘레이와(令和)’로 결정했습니다. 이와 관련, 신연호 발표를 소비활성화의 계기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일본 내에서 활발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새 연호에 맞춘 각종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연호 상업전쟁’ ‘레이와 상업쟁탈전’ 등의 표현도 나오고 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요미우리신문,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신연호 특수를 노린 업체들의 판촉경쟁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며 축제 분위기를 북돋우려 하는 것입니다.
도장을 비롯해 공문서에 쓰이는 각종 문구류를 제조하는 니혼호레이는 각종 공문서에 인쇄된 현재 ‘헤이세이(平成)’연호를 정정하는 이중선과 새 연호를 동시에 찍을 수 있는 고무인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새 연호가 발표된 어제만 수주물량이 3만건을 넘어서 제 때에 제품을 공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인력투입을 늘려서 주문에 대응하겠다”고 회사 측은 각오를 밝혔습니다. 나고야에 있는 도장 제조업체 샤치하타도 이중선과 새 연호를 찍을 수 있는 도장 제품을 발매했습니다. 일본에선 각종 공문서와 은행 서류, 부동산 계약서 등을 작성할 때 연호와 도장이 쓰이는 만큼, 도장 업체들이 직접적인 수혜업체로 떠오른 것입니다.
캘린더 제조업체들도 바빠졌습니다. 달력 제작업체인 트라이엑스는 4일부터 새로운 연호가 기입된 달력을 주요 서점 등에서 판매키로 했습니다. 통상 달력업체들은 연말·연초가 주요 판매기인데 올해는 4~5월에도 판매량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대가 큰 것은 여행 업계입니다. 5월 새 일왕 즉위에 즈음해 일본에선 10일 연휴가 예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여행사인 일본여행은 오사카·규슈 등을 도는 여행상품에서 가는 길엔 ‘헤이세이’, 오는 길엔 ‘레이와’ 문구가 찍힌 왕복기념 승차권을 증정키로 했습니다. 일본 최대 여행업체인 JTB는 이세신궁 투어 상품 등 10연휴 기획 상품을 대폭 마련했습니다. 5월 10연휴기간 이세 지역 숙박 예약인원은 이미 전년 대비 2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KNT-CT홀딩스는 5월1일 아침 해가 뜰 때 후지산 상공을 비행기로 관람하는 상품을 마련했습니다.
결혼 관련 업체들도 입이 벌어졌습니다. 신연호에 맞춰 결혼 수요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럽게 ‘원년(元年) 베이비’ ‘올림픽 베이비’ 출산 붐에 관한 기대도 적지 않습니다. 결혼식장 업체인 테이크앤드기브니즈에선 결혼 예약 손님의 절반가량이 신연호 때문에 결혼식 날짜를 5월로 잡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결혼식장업체인 에스쿠리에서도 신연호 적용에 맞춘 결혼식장 대여 상품을 내놨고, 5월초 예약수가 예년보다 20%가량 늘었다는 설명입니다.
주류 업체들도 ‘축하용’ 한정 상품 발매를 늘리고 있습니다. 산토리는 맥주 캔에 ‘수(寿)’자를 넣은 한정 제품을 선보였고, 금박을 넣은 니혼슈를 내놓은 업체도 있습니다. 아사히맥주도 새로운 연호를 표기한 신상품을 발매키로 했습니다.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이온은 이달 1~3일에 할인권을 대거 배포했고, 5~7일에는 신연호 발표 기념 세일을 실시키로 했습니다. 세이부백화점 도쿄 이케부쿠로본점에선 ‘레이와’글자가 새겨진 포장지에 주요 상품을 싸주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나섰습니다. 스기약국도 이달에 평상시보다 높은 보너스 포인트 증정 캠페인을 실시키로 했습니다. 도쿄 외곽 위락시설인 요미우리랜드는 방문 고객 중 새 연호 글자인 영(令)과 화(和)자가 이름에 들어간 고객에게 선물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벌입니다.
어린이용 게임 시장에도 새 연호를 반영한 상품이 등장했습니다. 보드게임업체 다카라토미는 새연호를 반영한 ‘인생게임+’를 올 6월에 전국 완구전문점과 백화점 등에 선보이기로 했습니다.
기존 ‘헤이세이’연호를 마지막까지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적지 않습니다. 아마존재팬은 이달부터 헤이세이 명칭이 포함된 상품 특집 페이지를 운영 중입니다. 편의점 체인인 로손은 기존 헤이세이 시대의 대표 닭튀김 메뉴인 ‘가라아게쿤 한정판’을 기간한정으로 판매키로 했습니다.
군주제 국가에서 왕의 통치기간에 맞춰 해를 세는 방식인 연호는 한국인에겐 많이 낯설게 보입니다. 하지만 일본에선 여전히 연호가 서기(西紀) 연도와 함께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널리 사용되고 있는 만큼 새연호를 맞이하는 일본인들은 무척 들뜬 모습입니다. 30년 만에 찾아온 신연호 마케팅에 나선 일본 업체들의 움직임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니혼게이자이신문, 요미우리신문,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신연호 특수를 노린 업체들의 판촉경쟁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며 축제 분위기를 북돋우려 하는 것입니다.
도장을 비롯해 공문서에 쓰이는 각종 문구류를 제조하는 니혼호레이는 각종 공문서에 인쇄된 현재 ‘헤이세이(平成)’연호를 정정하는 이중선과 새 연호를 동시에 찍을 수 있는 고무인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새 연호가 발표된 어제만 수주물량이 3만건을 넘어서 제 때에 제품을 공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인력투입을 늘려서 주문에 대응하겠다”고 회사 측은 각오를 밝혔습니다. 나고야에 있는 도장 제조업체 샤치하타도 이중선과 새 연호를 찍을 수 있는 도장 제품을 발매했습니다. 일본에선 각종 공문서와 은행 서류, 부동산 계약서 등을 작성할 때 연호와 도장이 쓰이는 만큼, 도장 업체들이 직접적인 수혜업체로 떠오른 것입니다.
캘린더 제조업체들도 바빠졌습니다. 달력 제작업체인 트라이엑스는 4일부터 새로운 연호가 기입된 달력을 주요 서점 등에서 판매키로 했습니다. 통상 달력업체들은 연말·연초가 주요 판매기인데 올해는 4~5월에도 판매량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대가 큰 것은 여행 업계입니다. 5월 새 일왕 즉위에 즈음해 일본에선 10일 연휴가 예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여행사인 일본여행은 오사카·규슈 등을 도는 여행상품에서 가는 길엔 ‘헤이세이’, 오는 길엔 ‘레이와’ 문구가 찍힌 왕복기념 승차권을 증정키로 했습니다. 일본 최대 여행업체인 JTB는 이세신궁 투어 상품 등 10연휴 기획 상품을 대폭 마련했습니다. 5월 10연휴기간 이세 지역 숙박 예약인원은 이미 전년 대비 2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KNT-CT홀딩스는 5월1일 아침 해가 뜰 때 후지산 상공을 비행기로 관람하는 상품을 마련했습니다.
결혼 관련 업체들도 입이 벌어졌습니다. 신연호에 맞춰 결혼 수요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럽게 ‘원년(元年) 베이비’ ‘올림픽 베이비’ 출산 붐에 관한 기대도 적지 않습니다. 결혼식장 업체인 테이크앤드기브니즈에선 결혼 예약 손님의 절반가량이 신연호 때문에 결혼식 날짜를 5월로 잡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결혼식장업체인 에스쿠리에서도 신연호 적용에 맞춘 결혼식장 대여 상품을 내놨고, 5월초 예약수가 예년보다 20%가량 늘었다는 설명입니다.
주류 업체들도 ‘축하용’ 한정 상품 발매를 늘리고 있습니다. 산토리는 맥주 캔에 ‘수(寿)’자를 넣은 한정 제품을 선보였고, 금박을 넣은 니혼슈를 내놓은 업체도 있습니다. 아사히맥주도 새로운 연호를 표기한 신상품을 발매키로 했습니다.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이온은 이달 1~3일에 할인권을 대거 배포했고, 5~7일에는 신연호 발표 기념 세일을 실시키로 했습니다. 세이부백화점 도쿄 이케부쿠로본점에선 ‘레이와’글자가 새겨진 포장지에 주요 상품을 싸주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나섰습니다. 스기약국도 이달에 평상시보다 높은 보너스 포인트 증정 캠페인을 실시키로 했습니다. 도쿄 외곽 위락시설인 요미우리랜드는 방문 고객 중 새 연호 글자인 영(令)과 화(和)자가 이름에 들어간 고객에게 선물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벌입니다.
어린이용 게임 시장에도 새 연호를 반영한 상품이 등장했습니다. 보드게임업체 다카라토미는 새연호를 반영한 ‘인생게임+’를 올 6월에 전국 완구전문점과 백화점 등에 선보이기로 했습니다.
기존 ‘헤이세이’연호를 마지막까지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적지 않습니다. 아마존재팬은 이달부터 헤이세이 명칭이 포함된 상품 특집 페이지를 운영 중입니다. 편의점 체인인 로손은 기존 헤이세이 시대의 대표 닭튀김 메뉴인 ‘가라아게쿤 한정판’을 기간한정으로 판매키로 했습니다.
군주제 국가에서 왕의 통치기간에 맞춰 해를 세는 방식인 연호는 한국인에겐 많이 낯설게 보입니다. 하지만 일본에선 여전히 연호가 서기(西紀) 연도와 함께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널리 사용되고 있는 만큼 새연호를 맞이하는 일본인들은 무척 들뜬 모습입니다. 30년 만에 찾아온 신연호 마케팅에 나선 일본 업체들의 움직임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