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1억달러! 사우디 아람코, 애플 제치고 지난해 순이익 1위…삼성 3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지난해 무려 1111억달러(약 125조원)로 전세계 기업 중 순이익을 가장 많이 올린 회사로 조사됐다.

2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아람코는 지난해 매출 3550억달러, 세전 영업이익 2120억달러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람코의 영업이익은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의 국방 예산과 비슷한 규모”라고 전했다.

순이익은 2017년보다 50% 증가한 1111억달러에 달했다. 한때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했던 애플이 벌어들인 순이익 594억달러의 두 배 가량이다. 아람코가 실적을 공개한 것은 40여년 만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1970년대 후반 아람코를 국영화한 뒤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100억달러의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470쪽의 회계 장부를 지난 1일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351억달러의 순이익을 올려 3위를 차지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307억달러로 뒤를 이었다. 유럽 최대 정유회사 로열더치셸은 234억달러, 미국 최대 정유회사 엑슨모빌은 208억달러의 순이익을 벌었다.
1111억달러! 사우디 아람코, 애플 제치고 지난해 순이익 1위…삼성 3위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아람코는 지난해 하루 평균 136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했다. 전세계 원유 생산량의 10%를 차지한다. 로열더치셸, 토탈, BP 등 세계적인 정유회사 가운데 최대다.

아람코의 순이익이 크게 상승한 이유는 지난해 3분기까지 국제 유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아람코의 순이익은 2016년 132억달러, 2017년 759억달러, 지난해 1111억달러로 유가 상승에 따라 급증했다.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텍사스유(WTI)는 2016년 1월 배럴당 47달러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9월 72달러까지 뛰었다. WTI 가격은 지난해 말 배럴당 46달러까지 하락했다가 올해 들어 꾸준히 상승하면서 6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피치는 “아람코는 로열더치셸, 토탈 등 경쟁사에 비해 천연가스 등 다른 부문 사업에서 뒤처져 유가 변동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아람코를 기업공개(IPO)하기로 했으나 2021년으로 상장을 연기했다. 당시 아람코의 시장 가치가 사우디 정부가 원하는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WSJ는 “아람코가 상장하게 되면 사상 최대 규모일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번 실적 공개가 IPO를 당장 진행하겠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사우디 정부는 아람코를 통해 재정의 상당 부분을 충당하고 있다. 피치는 2015~2017년 아람코가 사우디 정부 재정의 70%를 부담한 것으로 추정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아람코가 석유 회사 중 가장 강력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이 사실 놀라운 일은 아니다”며 “세금, 배당, 채무 상환 등을 제하고 나서 얼마나 많은 현금을 보유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피치는 아람코의 신용등급을 사우디 정부와 동일한 A+로 평가했다. 무디스도 이와 동일한 A1 등급을 부여했다. 피치는 “아람코만 독립적으로 놓고 보면 AA+에 해당하지만 국영 기업인 탓에 국가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을 고려해 상한을 뒀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