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규 에넥스 회장, 취임 3년 만에 흑자전환…"해답은 사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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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탐구
2년 간 전국 대리점주 만나
술 한잔 '소주 투어'
2년 간 전국 대리점주 만나
술 한잔 '소주 투어'
1970년대 이전 여자들은 부엌에서 허리를 펼 수 없었다. 아궁이가 바닥에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밥을 짓거나 설거지할 때 허리를 잔뜩 쭈그리고 앉아 일해야 했다. 냄비, 솥, 반찬그릇 같은 것들이 뒤섞인 공간인 부엌이 현대식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1971년이다. 오리표싱크(현 에넥스)가 국내 최초로 스테인리스 입식 싱크대를 내놨다. 오리표 싱크대는 출시하자마자 ‘주부들의 로망’이 됐다. 이렇게 시작한 에넥스가 2세 경영을 시작했다. 창업자 박유재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아들인 박진규 회장(58)이 지난달 바통을 이어받았다.
구원투수로 등판
박 회장이 에넥스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은 2010년. 수십 년 잘나가던 에넥스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건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2007년 70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08년 7억6000만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손실폭은 2009년 75억원, 2010년 115억원으로 불어났다.
모두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고 했다. 당시 부회장이던 그는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 전면에 나섰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그는 공격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꿨다. 건설사 납품 비중을 크게 낮추고, 유통망을 확대했다. 닥치는 대로 현장 사람들을 만나며 곪고 병든 부분을 파악하고 도려냈다. 취임 후 정확히 3년 뒤인 2013년, 에넥스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회장 취임은 이를 인정받은 결과였다.
“기업도 사람의 일”
박진규 회장은 2010년 대표 취임 당시 어땠냐고 하자 “아찔한 순간의 연속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아버지(박유재 명예회장)가 일궈놓은 회사를 내 손으로 망가뜨릴 수 없다는 부담감, 회사를 반드시 정상화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나를 집어삼키는 듯했다”고 털어놨다.
무엇부터 손대야 할지 감조차 잡기 힘들었다. 그는 ‘일단 사람부터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대리점부터 협력업체 직원, 지방사무소 직원들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소주 투어’의 시작이었다. 몇 군데 들러보니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당시 ‘대형 복합 매장(주방가구와 리빙가구를 종합적으로 전시하는 매장) 위주로 대리점 체제를 재편한다’는 본사의 영업방침에 일반 대리점주의 불만이 폭주했다. 제품 시공이나 AS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본사의 재무상태도 좋지 않아 대리점주들은 더 불안해했다.
박 회장은 소주잔을 앞에 두고 쏟아지는 대리점주들의 불만을 수첩에 꼼꼼히 적었다. 10개 중 1~2개는 대리점주가 보는 앞에서 수정 조치했다. “나머지는 한두 달 안에 꼭 고쳐주겠다”고 약속하고 돌아왔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때는 다시 찾아가 그 이유를 설명해줬다. 그는 “본사 대표와 마주 보고 술 한잔하며 대화한 것만으로도 불만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하는 분도 많았다”며 “근본적인 문제는 소통 부족에 있었다는 걸 절감했다”고 했다.
지구 세 바퀴를 뛰다
대표 취임 후 2년간 박 회장은 지구 세 바퀴만큼의 거리를 뛰었다. 본사와 대리점주 간 신뢰가 굳어졌다. 그들은 어느새 박 회장의 우군이 됐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연대감이 형성됐다. 이는 더 나은 성과에 대한 동기부여로 이어졌다. 대리점주들은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애썼다. 에넥스에 납품하는 협력업체 사장들은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납품 단가를 5~10% 깎아주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박 회장은 사업 구조도 개편했다.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건설회사 납품 물량은 ‘양날의 검’이었다. 건설 경기가 나빠질 때마다 회사 매출도 함께 출렁였다. 소비자와 직접거래(B2C) 비중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일반 대리점과 온라인 매장 등 유통망을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김 회장은 “현재 B2B(기업 간 거래)와 B2C 비중은 6 대 4 정도로 안정된 상태”라고 했다.
박 회장이 대표로 취임한 지 3년 만인 2013년 에넥스는 5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는 “돌이켜보니 결국 열쇠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그는 “일하는 사람들의 마인드가 바뀌기 시작하면서 회사는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며 “그들과 마셨던 소주 한 잔이 지금도 값지게 느껴진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내실 다지는 해
회장으로 취임한 지 갓 한 달 된 그는 “요새 가장 큰 고민은 ‘생존’”이라고 했다. 지난해 에넥스 매출은 4420억원으로 전년(4279억원) 대비 소폭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18억원)은 뒷걸음질쳤다. 영업이익률이 0.4%에 그쳤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이 줄어든 이유로 그는 △건설사 저가 납품 물량 증가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인한 간접 비용 상승 △신제품 설비 투자 △사무용·아동용 가구 등 신사업 초기 투자 등을 꼽았다.
올해는 수익성 중심 경영에 나설 계획이다. 그는 “지금은 성장 속도를 늦추고 내실을 다져야 하는 시기”라고 했다. 섣부른 투자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건설사 수주는 포기하고, 효율적인 원가절감을 시작하겠다는 얘기다. 그는 “‘2020년 1조원 달성’이라는 공격적인 목표 달성 시기를 2025년으로 미뤘다”며 “내부 인력도 전체적으로 재배치해 회사 내부 체력을 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엔 브랜드를 크게 개편했다. 디바닉·이노바(소파), 에스코지(침대 매트리스), 위젬버(학생가구) 등 중구난방이던 브랜드를 ‘에넥스 소파’ ‘에넥스 베드’ ‘에넥스 키친’ 등으로 일원화했다. 그는 “패밀리 브랜드를 활용해 효율적인 마케팅을 하고 에넥스 인지도를 강화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신사업 발굴이라는 미션
앞으로 10년간 에넥스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것도 박 회장이 할 일이다. 그는 주력인 주방가구 시장의 성장성에 대해서는 비관적이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주방가구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며 “외식문화가 발달하는 것도 악재”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1~2인용 콤팩트한 사이즈의 주방가구가 각광받을 것”이라며 “사이즈는 작지만 필요한 가전제품은 모두 들어갈 수 있는 주방가구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커지고 있는 반려동물 시장을 겨냥한 가구 개발에도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테리어 사업 진출도 검토 중이다. 지금은 주방가구를 비롯해 침대 소파 등 일반가구, 마루, 조명, 중문 등을 ‘패키지’로 공급하고 있다. 이 사업을 확대해 집 전체를 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도면 설계와 시공이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박 회장은 “여러 번 위기를 겪으면서 ‘100년 장수기업’을 이루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며 “시장 상황이 변하더라도 독보적인 주방가구 기업으로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기극복 해법 찾자"…朴 회장이 요즘 읽는 책은 '도쿠가와 이에야스 일대기'
박진규 에넥스 회장(사진)이 최근 직원들을 만날 때마다 가장 많이 꺼내는 단어는 ‘위기’와 ‘생존’이다. 성장세가 더딘 부엌가구 시장, 이케아의 맹추격, 부동산 경기침체…. 좀처럼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수많은 부침을 겪었다가 다시 살아난 에넥스지만 다시 한 번 쉽지 않은 위기를 맞게 됐다”고 말했다.
중압감에 눌려 있는 그가 다시 들춰보고 있는 책이 있다. 일본 야마오카 소하치가 쓴 대하소설인 《대망》이다. 총 20권, 권당 4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은 250년 지속된 일본의 에도 시대를 연 초대 쇼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대기를 그렸다.
어려운 시기에 굳이 20권짜리 대하소설을 다시 읽어보고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도쿠가와에게서 위기 극복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라고 답했다. 그는 도쿠가와를 “평화통일이라는 목표를 위해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인내한 끝에 결실을 본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책을 읽으며 도쿠가와의 리더십을 분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박 회장은 “도쿠가와가 보여준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 부하들에게 보여준 솔선수범, 주변 사람에게 거침없이 조언을 구하고 배우려는 태도는 조직을 이끄는 리더로서 꼭 갖춰야 할 자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수많은 위기를 리더십으로 극복해낸 것처럼 어려울 때일수록 리더로서의 자질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대망》을 읽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규 회장 프로필
△1960년 서울 출생
△1979년 배명고 졸업
△1986년 세종대 경영학과 졸업, 오리표싱크 입사
△1990년 에넥스하이테크 대표
△1998년 에넥스 부회장
△2000년 서강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2002년 중앙대 중국경제전문가 과정 수료
△2010년 에넥스 대표이사 부회장
△2019년 에넥스 대표이사 회장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구원투수로 등판
박 회장이 에넥스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은 2010년. 수십 년 잘나가던 에넥스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건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2007년 70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08년 7억6000만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손실폭은 2009년 75억원, 2010년 115억원으로 불어났다.
모두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고 했다. 당시 부회장이던 그는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 전면에 나섰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그는 공격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꿨다. 건설사 납품 비중을 크게 낮추고, 유통망을 확대했다. 닥치는 대로 현장 사람들을 만나며 곪고 병든 부분을 파악하고 도려냈다. 취임 후 정확히 3년 뒤인 2013년, 에넥스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회장 취임은 이를 인정받은 결과였다.
“기업도 사람의 일”
박진규 회장은 2010년 대표 취임 당시 어땠냐고 하자 “아찔한 순간의 연속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아버지(박유재 명예회장)가 일궈놓은 회사를 내 손으로 망가뜨릴 수 없다는 부담감, 회사를 반드시 정상화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나를 집어삼키는 듯했다”고 털어놨다.
무엇부터 손대야 할지 감조차 잡기 힘들었다. 그는 ‘일단 사람부터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대리점부터 협력업체 직원, 지방사무소 직원들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소주 투어’의 시작이었다. 몇 군데 들러보니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당시 ‘대형 복합 매장(주방가구와 리빙가구를 종합적으로 전시하는 매장) 위주로 대리점 체제를 재편한다’는 본사의 영업방침에 일반 대리점주의 불만이 폭주했다. 제품 시공이나 AS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본사의 재무상태도 좋지 않아 대리점주들은 더 불안해했다.
박 회장은 소주잔을 앞에 두고 쏟아지는 대리점주들의 불만을 수첩에 꼼꼼히 적었다. 10개 중 1~2개는 대리점주가 보는 앞에서 수정 조치했다. “나머지는 한두 달 안에 꼭 고쳐주겠다”고 약속하고 돌아왔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때는 다시 찾아가 그 이유를 설명해줬다. 그는 “본사 대표와 마주 보고 술 한잔하며 대화한 것만으로도 불만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하는 분도 많았다”며 “근본적인 문제는 소통 부족에 있었다는 걸 절감했다”고 했다.
지구 세 바퀴를 뛰다
대표 취임 후 2년간 박 회장은 지구 세 바퀴만큼의 거리를 뛰었다. 본사와 대리점주 간 신뢰가 굳어졌다. 그들은 어느새 박 회장의 우군이 됐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연대감이 형성됐다. 이는 더 나은 성과에 대한 동기부여로 이어졌다. 대리점주들은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애썼다. 에넥스에 납품하는 협력업체 사장들은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납품 단가를 5~10% 깎아주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박 회장은 사업 구조도 개편했다.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건설회사 납품 물량은 ‘양날의 검’이었다. 건설 경기가 나빠질 때마다 회사 매출도 함께 출렁였다. 소비자와 직접거래(B2C) 비중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일반 대리점과 온라인 매장 등 유통망을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김 회장은 “현재 B2B(기업 간 거래)와 B2C 비중은 6 대 4 정도로 안정된 상태”라고 했다.
박 회장이 대표로 취임한 지 3년 만인 2013년 에넥스는 5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는 “돌이켜보니 결국 열쇠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그는 “일하는 사람들의 마인드가 바뀌기 시작하면서 회사는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며 “그들과 마셨던 소주 한 잔이 지금도 값지게 느껴진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내실 다지는 해
회장으로 취임한 지 갓 한 달 된 그는 “요새 가장 큰 고민은 ‘생존’”이라고 했다. 지난해 에넥스 매출은 4420억원으로 전년(4279억원) 대비 소폭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18억원)은 뒷걸음질쳤다. 영업이익률이 0.4%에 그쳤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이 줄어든 이유로 그는 △건설사 저가 납품 물량 증가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인한 간접 비용 상승 △신제품 설비 투자 △사무용·아동용 가구 등 신사업 초기 투자 등을 꼽았다.
올해는 수익성 중심 경영에 나설 계획이다. 그는 “지금은 성장 속도를 늦추고 내실을 다져야 하는 시기”라고 했다. 섣부른 투자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건설사 수주는 포기하고, 효율적인 원가절감을 시작하겠다는 얘기다. 그는 “‘2020년 1조원 달성’이라는 공격적인 목표 달성 시기를 2025년으로 미뤘다”며 “내부 인력도 전체적으로 재배치해 회사 내부 체력을 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엔 브랜드를 크게 개편했다. 디바닉·이노바(소파), 에스코지(침대 매트리스), 위젬버(학생가구) 등 중구난방이던 브랜드를 ‘에넥스 소파’ ‘에넥스 베드’ ‘에넥스 키친’ 등으로 일원화했다. 그는 “패밀리 브랜드를 활용해 효율적인 마케팅을 하고 에넥스 인지도를 강화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신사업 발굴이라는 미션
앞으로 10년간 에넥스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것도 박 회장이 할 일이다. 그는 주력인 주방가구 시장의 성장성에 대해서는 비관적이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주방가구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며 “외식문화가 발달하는 것도 악재”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1~2인용 콤팩트한 사이즈의 주방가구가 각광받을 것”이라며 “사이즈는 작지만 필요한 가전제품은 모두 들어갈 수 있는 주방가구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커지고 있는 반려동물 시장을 겨냥한 가구 개발에도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테리어 사업 진출도 검토 중이다. 지금은 주방가구를 비롯해 침대 소파 등 일반가구, 마루, 조명, 중문 등을 ‘패키지’로 공급하고 있다. 이 사업을 확대해 집 전체를 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도면 설계와 시공이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박 회장은 “여러 번 위기를 겪으면서 ‘100년 장수기업’을 이루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며 “시장 상황이 변하더라도 독보적인 주방가구 기업으로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기극복 해법 찾자"…朴 회장이 요즘 읽는 책은 '도쿠가와 이에야스 일대기'
박진규 에넥스 회장(사진)이 최근 직원들을 만날 때마다 가장 많이 꺼내는 단어는 ‘위기’와 ‘생존’이다. 성장세가 더딘 부엌가구 시장, 이케아의 맹추격, 부동산 경기침체…. 좀처럼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수많은 부침을 겪었다가 다시 살아난 에넥스지만 다시 한 번 쉽지 않은 위기를 맞게 됐다”고 말했다.
중압감에 눌려 있는 그가 다시 들춰보고 있는 책이 있다. 일본 야마오카 소하치가 쓴 대하소설인 《대망》이다. 총 20권, 권당 4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은 250년 지속된 일본의 에도 시대를 연 초대 쇼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대기를 그렸다.
어려운 시기에 굳이 20권짜리 대하소설을 다시 읽어보고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도쿠가와에게서 위기 극복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라고 답했다. 그는 도쿠가와를 “평화통일이라는 목표를 위해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인내한 끝에 결실을 본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책을 읽으며 도쿠가와의 리더십을 분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박 회장은 “도쿠가와가 보여준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 부하들에게 보여준 솔선수범, 주변 사람에게 거침없이 조언을 구하고 배우려는 태도는 조직을 이끄는 리더로서 꼭 갖춰야 할 자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수많은 위기를 리더십으로 극복해낸 것처럼 어려울 때일수록 리더로서의 자질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대망》을 읽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규 회장 프로필
△1960년 서울 출생
△1979년 배명고 졸업
△1986년 세종대 경영학과 졸업, 오리표싱크 입사
△1990년 에넥스하이테크 대표
△1998년 에넥스 부회장
△2000년 서강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2002년 중앙대 중국경제전문가 과정 수료
△2010년 에넥스 대표이사 부회장
△2019년 에넥스 대표이사 회장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