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의 지난해 인건비 부담이 전년 대비 7%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과 증권 등 금융회사에선 기간제 근로자가 20% 넘게 급증했다. 정부의 ‘일자리 압박’이 글로벌 경기둔화 국면에서 기업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 커진 인건비 부담…정부 '일자리 압박'에 기간제만 늘어
2일 한국경제신문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매출 상위 10개 기업(지주회사 및 공기업은 제외)의 2018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임직원에게 지급한 인건비(급여총액)는 32조5468억원으로, 2017년(30조3099억원)보다 7.4% 증가했다. 인건비 증가율은 2014년 이후 최근 5년 새 가장 높았다. 실적에 상관없이 모든 기업의 인건비 지출이 전년 대비 늘었다. SK하이닉스의 인건비 증가율은 28.5%에 달했다. SK이노베이션(23.4%), 삼성물산(14.0%), 포스코(11.5%) 등이 뒤를 이었다.

매출 상위 10대 기업 임직원 수는 2017년 31만8595명에서 지난해 32만8836명으로 약 3.2% 늘었다. 정규직은 3.0% 증가에 그친 데 비해 기간제가 14.0% 늘었다. LG화학(53.4%), 포스코(32.3%), 기아자동차(23.5%) 등이 작년에 기간제를 크게 늘렸다.

주요 은행과 증권사들도 지난해 임직원과 인건비 지출이 늘었다.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NH·우리금융지주) 소속 은행과 증권사 8곳의 작년 말 기준 임직원 수는 7만691명으로 2017년보다 1.1% 늘었다. 인건비 지출은 5.8% 증가해 최근 3년 새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증권가에서는 “업황 부진과 모바일 뱅킹 등 디지털화 추세를 감안하면 금융권의 임직원 규모와 인건비 지출이 함께 늘어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 금융사 임직원 수는 2016년(-2.0%)과 2017년(-5.7%)에는 2년 연속 전년 대비 감소했다.

임직원 유형별로는 정규직이 점포 구조조정 등 영향으로 0.5% 줄었지만 기간제 근로자는 오히려 21.3% 급증했다. 정부의 인턴 채용 확대 등 일자리 창출 압박이 영향을 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공공기관뿐 아니라 은행 등 금융권에도 체험형 인턴 확대 등을 독려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정책의 영향으로 기업들의 전반적인 노동비용이 높아지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이런 비용부담 증가는 생존을 위한 선제적 구조조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