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폭스바겐의 전기차 I.D. 콘셉트 / 사진=폭스바겐
독일 폭스바겐의 전기차 I.D. 콘셉트 / 사진=폭스바겐
순수 전기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올해는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인 비싼 가격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면서 대중화가 더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독일 폭스바겐은 오는 5월8일 첫 번째 전기차 I.D. 3의 사전예약 판매에 나선다. I.D. 3는 준중형 해치백(후면이 납작한 5도어 차량)으로 한 번 충전해 300㎞(유럽 기준)가량 달릴 수 있다.

가장 큰 무기는 저렴한 가격이다. 판매 가격은 2만7500유로(약 3500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매자에게 주는 정부 등 보조금 없이 구매 가능한 가장 현실적인 전기차가 될 전망이다.

한국에서도 가격이 비슷한 수준으로 출시될 전망이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를 감안해도 유럽과 가격 면에서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며 “마진을 줄이고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보조금 없이 살 수 있는 전기차란 매력에 시장 점유율이 바뀔 수 있다”면서 “다만 출시 시기는 유럽보다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I.D 3는 39.2㎾h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자동차 코나 일렉트릭(4517만원‧세제 혜택 전)과 비교하면 22.5%가량 싸다. 폭스바겐은 “백만장자가 아닌 백만 명을 위한 전기차”라고 강조했다.

위르겐 스탁만 폭스바겐 이사회 세일즈부문총괄은 오는 9월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하기 전에 I.D. 3가 ‘완판’(완전 판매)될 것으로 내다 봤다.

I.D. 3의 성능은 코나 일렉트릭(39.2㎾h 배터리 기준)과 비슷한 수준이다. 48.0㎾h 배터리를 장착해 최고 속도 시속 160㎞까지 달릴 수 있다. 이와 함께 배터리 용량을 80.0㎾h로 늘린 상위 트림(세부 모델)도 준비 중이다.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완성차 업체의 필수 조건은 크게 두 가지다. 배터리 성능을 높여 주행 가능 거리를 늘리고, 가격을 낮춰야 한다. I.D. 3는 이러한 조건을 모두 충족시켰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폭스바겐은 또 10년 안에 신규 전기차 70종을 선보이고 2200만 대를 생산 하는 등 ‘규모의 경제 확보’를 선언했다.
미국 전기차 전문 업체 테슬라의 보급형 세단 모델 3 / 사진=테슬라
미국 전기차 전문 업체 테슬라의 보급형 세단 모델 3 / 사진=테슬라
전기차를 싼값에 내놓으려는 노력은 폭스바겐 뿐만이 아니다. 미국 전기차 전문 업체 테슬라는 지난달 초 보급형 세단 모델 3를 3만5000달러(약 3930만원)에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온라인으로 유통 구조를 단순화한 덕분이다.

이 밖에 소형 SUV인 모델 Y를 3만9000달러(약 4430만원)에 2021년부터 정식 판매할 예정이다. 모델 Y는 기본형이 1회 충전 시 최대 370㎞ 정도 주행 가능하다.

다임러(메르세데스벤츠), BMW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BMW는 2024년 새로운 준중형 해치백 BEV i2를 출시한다.

공동 개발인 만큼 가격 경쟁력이 높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독일 전문지 아우토빌트는 전기차 플랫폼 공동 개발 시 소형, 준중형, 중형 차급에서 각각 최소 70억유로(약 8조98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분석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곧 없어질 것이 분명하다”며 “서둘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시장을 선점하는 게 생존 전략”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올해 610만 대에서 2025년 2200만 대, 2030년 3600만 대로 증가할 전망이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