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24일을 저점으로 반등이 시작돼 S&P500 지수는 올 1분기에만 13.6% 급등했습니다. 이 덕분에 작년 4분기 하락폭을 다 만회했습니다.
2분기 첫날인 4월1일도 중국과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반등을 재료로 상승했습니다. 2일엔 다우는 소폭 내렸지만, S&P500은 보합, 나스닥은 상승했구요.
세계 경제엔 침체 위험이 커지고 있고 무역전쟁부터 시작해 브렉시트, 북핵 등 여러가지 지정학적 위험도 상존하지만 투자자들은 별다른 신경을 쓰지않는 듯 합니다.
최근 월스트리트에서 투자자들을 만나 "시장이 계속 오르겠느냐"고 물으면 의견은 엇갈리지만, "주식을 팔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갖고 있던 걸 계속 보유하거나 떨어지면 매수 기회를 노리겠다는 이가 대다수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며칠 전 이런 현상을 ‘FOMO’에 비유했습니다.
‘Fear Of Missing Out’. 미국에서 잘 쓰이는 말인데, 혼자 왕따당할까 두려워 무리를 따라가는 걸 말합니다.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 10년간 증시가 계속 오르면서 2015년 말, 작년 말 등 주가가 급락했을 때 포지션을 정리했던 사람들은 바보가 됐습니다. 최소 그냥 ‘홀드’했어야 인덱스펀드라도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일부에선 이를 ‘컴플레이슨시(complacency)’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일종의 도취, 즉 별다른 경계감 없이 시류에 따라 투자하는 걸 말합니다. 이런 컴플레이슨시가 항상 버블을 일으켜 위기의 도화선이 됐지요.
월가 투자자들의 자신감의 배경을 따져보면 '도널드 트럼프'가 있습니다.
과연 내년 재선을 앞둔 트럼프가 미국 경제를 그대로 침체에 빠지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란 믿음입니다. 어떤 (나쁜) 짓이라도 해서 경제는 살릴 것이란 것이죠.
트럼프 대통령은 1차로 만만한 Fed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WSJ은 오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공화당 당직자, 지지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파월에 대해 "‘I Guess I’m Stuck With You’라고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파월과 같이 있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엮이게 됐다는 뜻입니다.
또 다른 자신감의 배경엔 기술적 분석이 있습니다.
지난 1분기 S&P500 지수의 상승폭 13.6%는 2009년 3분기 이후 최고입니다. 이렇게 급등한 상태에서 더 오를 수 있을까요.
2차 대전 이후 미국 증시에서 한 분기 13.6% 이상 오른 분기는 모두 17번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중 15개, 88%가 다음 분기에도 강하게 올랐습니다. 다음 분기의 수익률은 평균 6.3%에 달합니다. 이는 분기 평균 수익률의 2배가 넘습니다.
일부에선 1분기 급등한 건 작년 4분기 폭락한 덕분이라고 의미를 축소합니다.
그럼 한 분기 10% 폭락-다음 분기 10% 반등한 경우를 따져보면 그 다음 분기의 수익률은 어땠을까요.
그런 사례는 총 5번이 있었는데, 그 중 4번 그 다음 분기에도 10% 이상 상승했습니다.
표본의 크기는 크지 않지만 확률적으로만 보면 2분기에도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은 높은 것 같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