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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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디지털 인재 영입을 위해 그간 고집하던 '순혈주의'를 내려놨다. 내부인력을 키우는 것보다 외부에서 전문인력을 수혈하는 편이 디지털 고도화를 앞당기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디지털 금융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정보기술(IT) 분야의 경력 채용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부산은행은 최근 디지털 분야의 경력 직원 채용 공고를 냈다. 학력이나 연령, 전공에 제한은 두지 않았다. 단 △빅데이터 플랫폼 관리 △데이터 시각화 △챗봇 운영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기획 △자금세탁방지 등 관련 경력을 보유해야 한다.

올 초 채용을 진행한 KB저축은행과 유안타저축은행도 경력자를 뽑았다.

KB저축은행은 금융사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신입으로, 금융 IT는 경력으로 나눠 채용을 진행했다. IT 직군은 분야에 따라 C 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한 자 또는 Unix·Linux 시스템 운영에 2~6년 경력을 가진 실무자가 지원토록 했다. 금융기관 경력자, IT 관련 학과 졸업, IT 관련 자격증 소지자는 우대했다.

유안타저축은행은 금융전산시스템·네트워크 운영 담당자(사원·계장·팀원급) 모집에서 전산학·컴퓨터공학, 응용소프트웨어공학, 정보·통신공학 분야의 1년 이상 근무 경력을 필수로 꼽았다.

금융권 내에서도 '순혈주의' 색이 짙었던 은행들이 이렇듯 경력직 채용에 문을 활짝 열어 젖힌 까닭은 디지털 혁신에 속도를 내기 위함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 이후 디지털 금융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디지털 경력직 인력을 확충했다. 지방은행과 저축은행으로 이 같은 분위기가 번지고 있는 것이다.

작년 하반기 KB국민은행은 투자은행(IB)·자산관리(WM) 직군과 함께 IT·신기술·디지털 분야의 경력직원을 상시 채용했다. 지난해 뽑은 디지털 경력직원의 수는 전년의 4배에 달한다.

우리은행, IBK기업은행도 작년 하반기 공채에서 디지털 분야 직원을 따로 선발했다. 응시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는 신입사원 공채였으나 디지털 분야 만은 전공 또는 근무경력을 갖춘 '중고 신입'을 뽑았다.

우리은행은 IT·이공·자연계열 관련 전공자이면서 관련업종에서 6개월 이상 근무한 경험자 또는 관련전공 석사 이상 학위보유자만 지원토록 했다.

기업은행은 이공·자연계열 관련 전공자 또는 IT 근무 정규직 경험자로 응시자격을 한정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IT 분야는 기술력이 중요한데 신입사원의 기술력을 전문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IT 전문인력을 경력직으로 채용해 팀을 꾸리는 것이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시간과 비용 절약을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은행의 성장 해법으로 디지털 금융이 확고히 자리를 잡은 만큼 앞으로도 경력직원 채용과 경력을 지닌 '중고 신입' 채용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신한은행장에 취임한 진옥동 행장은 취임식에서 채용방식의 변화를 예고했다.

진 행장은 "은행이 디지털 기업으로 가려면 채용 방식을 바꿔야 된다"며 "과거에는 상경계 출신을 뽑아서 IT 인력으로 양성했지만 이제는 IT인력을 뱅커로 육성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올해 채용부터 변화를 가져가야 하지 않겠나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성규 신임 하나은행장도 디지털 인재 확보를 기치로 내걸었다. 지 행장은 "2020년까지 1200명의 디지털 전문 인력을 육성해 은행 전반에 디지털 유전자를 전파할 것"이라며 "외부 기술을 적극 도입해 신기술 역량 확보에도 힘쓰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