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장애 40%는 'ADHD' 동반…"ADHD 치료해야 증상 개선"
ADHD 청소년 자살 경험 많아…성인 ADHD는 중독 장애 위험
초등생 20%, 침뱉고 소리지르는 '적대적 반항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있다면 아동의 경우 적대적 반항장애를 보이거나 성인이 된 뒤 알코올중독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3일 제4회 ADHD의 날(4월 5일)을 맞아 서울 종로 내일캠퍼스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ADHD 환자의 생애주기별 공존질환 현황을 발표했다.

공존질환 현황은 2016년 9월부터 약 1년 6개월간 전국 4대 권역(서울·고양·대구·제주) 소아청소년과 부모 4천57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실태 역학조사를 토대로 집계됐다.

초등생 20%, 침뱉고 소리지르는 '적대적 반항장애'
"유아기 ADHD 스트레스가 적대적 반항장애 이어져"


먼저 초등학생에서는 ADHD와 동반되는 정신질환으로 '적대적 반항장애'가 꼽혔다.

적대적 반항장애는 화내기, 어른과 논쟁하기, 화내고 원망하기, 악의에 차 있거나 앙심 품기 등이 4가지 이상 빈번하게 발생하는 질환으로 침을 뱉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의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번 조사에서 만 13세 미만 초등학생 1천138명의 정신질환 유병률은 적대적 반항장애가 19.8%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ADHD 10.2%, 특정공포증 8.4% 순으로 나타났다.

2007년 서울권역 초등학생 조사에서 적대적 반항장애가 7∼8%에 머물던 것과 비교해 10여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라고 학회는 설명했다.

특히 적대적 반항장애를 겪는 소아 10명 가운데 4명은 ADHD 환자로 나타났다.

이는 유아기 ADHD 환자가 과잉행동이나 충동성 등의 증상이 적절한 진단이나 치료 없이 반복적으로 제재당하며 쌓인 스트레스가 성장 과정에서 적대적 반항장애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김붕년 대외협력이사(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는 "초등학생 자녀에게 적대적 반항장애 증상이 있다면 이를 단순한 반항으로 여기기 전에 전문의와 상담할 필요가 있다"며 "증상을 방치한다면 성장 과정에서 품행장애와 비행문제 등 보다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DHD로 인한 적대적 반항장애는 유아기에서 방치된 ADHD의 공존 질환"이라며 "ADHD 선행 치료 없이는 증상 개선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초등생 20%, 침뱉고 소리지르는 '적대적 반항장애'
"ADHD 환자 분노·고립감 등 극단적 행동으로 표출"


ADHD 청소년에서는 자살 경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학회는 13세 이상 청소년 998명을 대상으로 정신질환과 자살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ADHD나 적대적 반항장애 진단을 받은 청소년의 6.6%가 자살 시행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정상 청소년의 자살 시행 의도 1.1%보다 6배 높은 수치다.

또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은 2배, 구체적으로 자살을 계획하는 비율은 3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이사는 "ADHD 증상으로 인해 어릴 때부터 쌓아온 분노와 고립감, 복수심 등이 청소년기에 접어들어 우울감과 만나면서 자살과 공격성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표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인 ADHD 환자는 게임 및 약물, 알코올중독 등 각종 중독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서울대병원과 중앙대병원이 국내 인터넷게임중독 환자 255명을 3년간 관찰 및 추적한 연구를 보면 ADHD 환자는 정상인보다 인터넷게임중독이 더 만성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중독 장애에서도 ADHD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 대비 5∼10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 남용으로 치료를 받는 성인에서는 25%가 ADHD 환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산하 IT 연구회 한덕현(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간사는 "방치된 ADHD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한 자극에 반응해 다양한 형태의 중독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며 "ADHD의 빠른 치료를 강조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초등생 20%, 침뱉고 소리지르는 '적대적 반항장애'
"공존질환 증상에 가려져 진단 어려움…관심 필요"


문제는 여전히 정신질환 치료 문턱이 높다는 점이다.

학회에 따르면 국내 소아·청소년이 ADHD를 비롯한 정신건강 문제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상담을 받은 비율은 3.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대부분 환자는 특정 정신질환에 대해 일반적으로 알려진 증상이 심각하게 두드러질 때 정신과를 방문한다.

하지만 공존질환이 동반된 경우 ADHD 증상이 상대적으로 덜 나타나 산만하거나 과격한 행동 등 일반적인 질환 증상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ADHD 증상은 환경적 요인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으로 질환을 진단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학회는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ADHD가 진단되면 공존질환 여부 등을 파악한 후 치료를 진행하게 된다.

ADHD는 1차적으로 약물치료를 진행하며, 나이나 생활습관 등에 따라 부모 교육이나 인지 행동 치료 등이 수반된다.

1차 치료가 선행되지 않은 ADHD 치료는 질환을 방치하는 것과 같은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김봉석 이사장(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ADHD는 전 생애주기에 걸쳐 다양한 증상으로 발현되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며 "가족 등 주변에서는 따듯한 응원을 건네며 사회에서는 편견 없는 시선으로 환자를 바라보는 등 전 사회구성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