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00만년 전 공룡 멸종 화석 논란 "스모킹건" vs. "과대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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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찬사, 의구심 엇갈려…공룡화석 관련 추가논문 나와야 해소될 듯
약 6천600만년 전 공룡의 대멸종을 초래한 것으로 알려진 소행성의 지구 충돌 직후 거대한 파도가 덮쳐 아수라장이 된 상황을 담은 화석군이 학계에 보고돼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3일 외신과 과학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소행성 충돌로 최후를 맞은 생물들의 화석이 발견된 것이 처음인데다 아직 논란이 진행 중인 공룡 대멸종의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될 수도 있어 "놀라운 발굴"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그러나 논문 발표 절차를 둘러싼 시비나 결론에 대한 이의제기가 그치지 않는 등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 소행성 충돌 직후 아수라장 "스모킹건"
화석은 미국 북중부 노스다코타주 보먼 인근 목장의 '헬 크리크 지층'에서 고대 해양 생물과 나무, 꽃, 민물고기 등이 뒤섞인 채로 발굴됐다.
이곳은 당시 북미 대륙을 수직으로 가르듯 치고 올라와 남부와 동부 일부를 얕은 바다로 덮은 '서부 내해(Western Interior Seaway)'와 연결된 강가에 인접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행성이 떨어진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반도 칙슬루브와는 약 3천㎞가량 떨어져 있지만 규모 10 이상의 지진 효과로 쓰나미가 발생해 10m 높이의 파도가 덮치면서 바다와 육지생물이 뒤엉켜 화석이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플로리다주 팜비치 자연사박물관의 화석 전시책임자이자 캔자스대학의 박사과정 연구원인 로버트 드팔머(37)가 2012년부터 목장주의 허가를 받아 비밀리에 발굴을 해왔다.
모두 12명의 과학자가 참여해 발굴 결과를 정리한 첫 논문이 지난달 29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를 통해 공개되자 찬사가 쏟아졌다. 연구팀은 물고기 화석의 아가미에서 작은 유리구슬 형태의 '텍타이트(tektite)'가 발견된 것을 소행성 충돌직후 형성된 화석임을 입증하는 유력한 증거 중 하나로 제시했다.
텍타이트는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때 용융 암석의 입자가 하늘로 퉁겨져 올랐다가 식으면서 천연유리가 돼 떨어진 것으로, 물고기가 물에 떨어진 텍타이트를 흡입한 것처럼 화석 중 절반 이상의 아가미에서 발견됐다.
호박에서도 같은 텍타이트가 발견됐다.
이 텍타이트의 동위원소 연대측정 결과, 6천58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화학성분은 칙슬루브 소행성과 관련된 텍타이트와 일치했다.
이와 함께 고대 담수호도 발견됐는데, 물고기 화석들은 부패하거나 물어뜯긴 흔적이 없는 상태여서 쓰나미가 몰고 온 진흙과 모래에 순식간에 파묻히면서 화석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물고기 화석이 대개 수평 상태로 발견되는 것과 달리 거의 수직에 가깝거나 뒤죽박죽 엉킨 채 발굴된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또 약 1.3m의 화석 지층 상부 2㎝에서는 지구 암석보다는 운석에 더 많은 이리듐이 발견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타니스(Tanis)'로 부른 이 지층이 소행성 충돌 13분 만에 시작돼 불과 몇 시간 사이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했다.
◇ 논문관련 "과대포장" 시비, 회의론도 잇달아
타니스 발굴 결과를 정리한 논문은 당초 1일 PNAS에 실릴 예정이었으나 일반 잡지인 '뉴요커(The New Yorker)'에 관련 기사가 먼저 실리면서 사흘 앞당겨 부랴부랴 공개됐다.
연구팀은 논문 게재 절차가 더 까다로운 학술지 측과 접촉했다가 PNAS로 방향을 틀어 약 4개월 만에 동료 과학자들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뉴요커지 기사에서는 타니스에서 공룡 화석도 다수 발굴한 것으로 보도됐지만, 동료 과학자의 심사를 거친 PNAS 논문에서는 공룡 화석 발굴이 본문이 아닌 부록에 엉덩이뼈 파편에 관해 단 한 차례만 언급돼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PNAS 논문은 믿을 수 있지만, 뉴요커에 나온 내용은 과장됐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드팔머는 이와 관련, 내셔널지오그래픽과의 회견에서 이번 논문은 타니스 현장을 소개하는 정도이고 후속 논문을 통해 공룡에 관한 내용을 더 자세하게 밝히겠다고 했다.
하지만 한번 불붙은 의혹은 그의 신상과 관련한 또다른 문제를 들춰내며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드팔머가 지난 2015년 타니스 근처에서 발견된 공룡 화석에 '다코타랩터'라는 새로운 속(屬)명을 부여했다가 거북 뼈가 포함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를 정정했던 이력을 거론하면서 지난 6년간 과장되거나 아리송한 행적을 보여왔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또 고생물학계에 규범에서 벗어나 발굴된 화석을 대학이나 박물관에 보낸 뒤에도 소유권을 유지하고, 개인 수집가에게 모조품을 판매해 발굴비용을 마련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의혹 제기나 시비를 중요한 논문이 발표되면 지나친 찬사와 함께 그 반대로 질시도 으레 뒤따른다는 차원에서 보는 시각도 있다.
논문 내용과 관련해서는 타니스 발굴 결과가 공룡의 대멸종이 소행성의 충돌에서 비롯된 것이란 점을 확증하는 것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있다.
이들은 지금의 인도 중부에서 대규모 화산폭발에 의한 환경 재앙이 소행성 충돌 이전에 이미 공룡을 멸종으로 몰아가고 있었다는 점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공룡 멸종과 관련된 사실이 논문 한 편으로 정리될 수는 없으며, 드팔머 연구원의 해명대로 타니스에서 발굴된 공룡화석에 대한 논문이 잇달아 발표되면 이를 둘러싼 논란과 시비도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외신과 과학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소행성 충돌로 최후를 맞은 생물들의 화석이 발견된 것이 처음인데다 아직 논란이 진행 중인 공룡 대멸종의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될 수도 있어 "놀라운 발굴"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그러나 논문 발표 절차를 둘러싼 시비나 결론에 대한 이의제기가 그치지 않는 등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 소행성 충돌 직후 아수라장 "스모킹건"
화석은 미국 북중부 노스다코타주 보먼 인근 목장의 '헬 크리크 지층'에서 고대 해양 생물과 나무, 꽃, 민물고기 등이 뒤섞인 채로 발굴됐다.
이곳은 당시 북미 대륙을 수직으로 가르듯 치고 올라와 남부와 동부 일부를 얕은 바다로 덮은 '서부 내해(Western Interior Seaway)'와 연결된 강가에 인접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행성이 떨어진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반도 칙슬루브와는 약 3천㎞가량 떨어져 있지만 규모 10 이상의 지진 효과로 쓰나미가 발생해 10m 높이의 파도가 덮치면서 바다와 육지생물이 뒤엉켜 화석이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플로리다주 팜비치 자연사박물관의 화석 전시책임자이자 캔자스대학의 박사과정 연구원인 로버트 드팔머(37)가 2012년부터 목장주의 허가를 받아 비밀리에 발굴을 해왔다.
모두 12명의 과학자가 참여해 발굴 결과를 정리한 첫 논문이 지난달 29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를 통해 공개되자 찬사가 쏟아졌다. 연구팀은 물고기 화석의 아가미에서 작은 유리구슬 형태의 '텍타이트(tektite)'가 발견된 것을 소행성 충돌직후 형성된 화석임을 입증하는 유력한 증거 중 하나로 제시했다.
텍타이트는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때 용융 암석의 입자가 하늘로 퉁겨져 올랐다가 식으면서 천연유리가 돼 떨어진 것으로, 물고기가 물에 떨어진 텍타이트를 흡입한 것처럼 화석 중 절반 이상의 아가미에서 발견됐다.
호박에서도 같은 텍타이트가 발견됐다.
이 텍타이트의 동위원소 연대측정 결과, 6천58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화학성분은 칙슬루브 소행성과 관련된 텍타이트와 일치했다.
이와 함께 고대 담수호도 발견됐는데, 물고기 화석들은 부패하거나 물어뜯긴 흔적이 없는 상태여서 쓰나미가 몰고 온 진흙과 모래에 순식간에 파묻히면서 화석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물고기 화석이 대개 수평 상태로 발견되는 것과 달리 거의 수직에 가깝거나 뒤죽박죽 엉킨 채 발굴된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또 약 1.3m의 화석 지층 상부 2㎝에서는 지구 암석보다는 운석에 더 많은 이리듐이 발견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타니스(Tanis)'로 부른 이 지층이 소행성 충돌 13분 만에 시작돼 불과 몇 시간 사이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했다.
◇ 논문관련 "과대포장" 시비, 회의론도 잇달아
타니스 발굴 결과를 정리한 논문은 당초 1일 PNAS에 실릴 예정이었으나 일반 잡지인 '뉴요커(The New Yorker)'에 관련 기사가 먼저 실리면서 사흘 앞당겨 부랴부랴 공개됐다.
연구팀은 논문 게재 절차가 더 까다로운 학술지 측과 접촉했다가 PNAS로 방향을 틀어 약 4개월 만에 동료 과학자들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뉴요커지 기사에서는 타니스에서 공룡 화석도 다수 발굴한 것으로 보도됐지만, 동료 과학자의 심사를 거친 PNAS 논문에서는 공룡 화석 발굴이 본문이 아닌 부록에 엉덩이뼈 파편에 관해 단 한 차례만 언급돼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PNAS 논문은 믿을 수 있지만, 뉴요커에 나온 내용은 과장됐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드팔머는 이와 관련, 내셔널지오그래픽과의 회견에서 이번 논문은 타니스 현장을 소개하는 정도이고 후속 논문을 통해 공룡에 관한 내용을 더 자세하게 밝히겠다고 했다.
하지만 한번 불붙은 의혹은 그의 신상과 관련한 또다른 문제를 들춰내며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드팔머가 지난 2015년 타니스 근처에서 발견된 공룡 화석에 '다코타랩터'라는 새로운 속(屬)명을 부여했다가 거북 뼈가 포함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를 정정했던 이력을 거론하면서 지난 6년간 과장되거나 아리송한 행적을 보여왔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또 고생물학계에 규범에서 벗어나 발굴된 화석을 대학이나 박물관에 보낸 뒤에도 소유권을 유지하고, 개인 수집가에게 모조품을 판매해 발굴비용을 마련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의혹 제기나 시비를 중요한 논문이 발표되면 지나친 찬사와 함께 그 반대로 질시도 으레 뒤따른다는 차원에서 보는 시각도 있다.
논문 내용과 관련해서는 타니스 발굴 결과가 공룡의 대멸종이 소행성의 충돌에서 비롯된 것이란 점을 확증하는 것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있다.
이들은 지금의 인도 중부에서 대규모 화산폭발에 의한 환경 재앙이 소행성 충돌 이전에 이미 공룡을 멸종으로 몰아가고 있었다는 점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공룡 멸종과 관련된 사실이 논문 한 편으로 정리될 수는 없으며, 드팔머 연구원의 해명대로 타니스에서 발굴된 공룡화석에 대한 논문이 잇달아 발표되면 이를 둘러싼 논란과 시비도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