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상법개정안, 글로벌 스탠더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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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 지분 1% 소유로도
10개 회사 사실상 지배할 수 있어
취지에 맞는 새 개정안 마련 절실
전삼현 < 숭실대 교수·법학 >
10개 회사 사실상 지배할 수 있어
취지에 맞는 새 개정안 마련 절실
전삼현 < 숭실대 교수·법학 >
![[시론] 상법개정안, 글로벌 스탠더드 아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904/07.17461132.1.jpg)
입법 전략을 수정해 가면서까지 상법을 개정해야 하는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법무부 장관이 한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가 발전하려면 기업이 글로벌 스탠더드 관점에서 한 단계 성장해야 하며, 상법 개정은 그 조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배경을 언급했다고 한다. 상법의 글로벌 스탠더드화(化)와 한국 경제의 발전이 그 이유라는 것이다.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다중대표소송제란 모회사 지분 1%(상장사는 0.01%) 정도만 소유하면 모든 자회사 등의 경영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상장사의 경우 지분 0.01%만 소유하면 99.99%의 여타 주주가 반대해도 자회사 및 손자회사의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자회사 및 손자회사의 주주 중 50%가 모회사와 무관한 주주일지라도 가능하다. 상당수의 주주는 순수한 의도를 갖고 회사를 위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성문법주의 국가 중 일본을 제외하고 다중대표소송제를 명문화한 나라는 없다. 일본도 자회사 지분을 100% 소유한 경우에만 모회사 주주에게 대표소송제기권을 허용하고 있을 뿐이다.
불문법주의를 택하고 있는 영미법계 국가들은 판례를 통해 자회사 지분을 100% 소유한 경우에만 허용한다. 설령 허용하더라도 법원의 제소 허가 등과 같은 엄격한 남소(濫訴) 방지 장치를 추가로 운영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다중대표소송제도가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절차가 정당하지 않더라도 결과적 정당성, 즉 ‘한국 경제의 발전’이라는 목적만 달성할 수 있다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괜찮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경험적으로 보건대, 그런 주장은 더 설득력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해 1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주회사 수는 173개이며, 이들 지주사는 평균 10.7개의 자·손자·증손회사를 두고 있다.
이는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들이 1개 지주회사의 지분 1%(상장사 0.01%)만 소유하면 10개 이상의 회사를 동시에 지배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국 자본에 유린당하는 국내 자본시장 체제가 마련되면 한국 경제 발전이라는 목표도 어불성설이 될 수 있다. 법무부 장관이 밝힌 개정 취지에 맞는 새로운 상법 개정안의 마련이 시급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