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사업 '예타 문턱' 확 낮췄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수도권 '균형발전평가' 없애고
광역시 등 지방은 비중 높여
광역시 등 지방은 비중 높여
선심성 예산의 낭비를 막기 위해 도입된 공공사업에 대한 사업성 검증(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가 20년 만에 전면 개편된다. 예타를 통과하는 데 걸림돌이었던 경제성 및 지역균형발전 평가 항목 비중을 줄이거나 없애는 방식으로 이 제도를 완화하는 게 골자다. 수도권과 지역거점도시의 숙원사업이 예타를 쉽게 통과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추진되는 선심성 정책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3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활력대책점검회의를 열어 예타 제도 개편방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관련 지침을 개정해 다음달 1일부터 수도권과 비(非)수도권 사업평가를 이원화하기로 했다. 수도권은 지역균형발전 평가를 없애고, 경제성 평가 비중을 기존 35~50%에서 60~70%로 대폭 높이기로 했다. 비수도권은 지역균형발전 평가 비중을 기존 25~35%에서 30~40%로 올린다. 그동안 수도권은 지역균형발전 평가에서, 비수도권은 경제성 평가에서 불리했던 만큼 수도권·비수도권 사업 모두 예타 통과가 쉬워질 전망이다.
정부는 또 예타 기간을 현행 평균 19개월에서 1년 이내로 단축한다는 방침이다. 이승철 기재부 재정관리관은 “이번 개편으로 광역시 등 지역거점도시가 가장 큰 수혜를 보고 비수도권 낙후지역도 전반적으로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지방 40여개 토목사업 빗장 풀리나…"미래세대가 재정 부담"
정부는 지난 1월 지역별로 23개, 사업비로는 총 24조원가량의 대규모 공공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방침을 밝혔다. 이명박 정부 시절 같은 방식으로 추진된 4대강 사업(약 22조원)을 능가하는 규모였다. 사업성 검증 없이 대규모 예산을 퍼붓는 것을 놓고 진보시민단체조차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경기부양책”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3개월 만에 다시 예타 완화 방안을 내놨다. “지역 특성을 고려해 맞춤평가를 하겠다”는 명목을 내세웠지만 뜯어 보면 수도권·비(非)수도권을 가릴 것 없이 검증 문턱을 낮추는 내용이어서 예타 부실화 우려가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전국적으로 100조원 규모 지역사업의 통과 가능성을 높이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광역시 사업, ‘최대 수혜주’
정부가 3일 검증 기준을 완화한 예타 개편 방안을 내놓음에 따라 그동안 사업성 검증 과정에서 발목 잡혀 지지부진하던 사업들이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으로 예타가 진행 중인 사업은 40여 개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노선(인천 송도~경기 남양주),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연장, 수서~광주 복선전철, 대구도시철도 엑스코선 등 지역 숙원사업이 대거 포함돼 있다.
정부가 예타 개편 방안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평가 기준을 다르게 했지만 지역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정부는 현재 수도권, 비수도권 구분 없이 사업마다 경제성 35~50%, 정책성 25~40%, 지역균형발전 25~35% 비중으로 일괄 평가하고 있다. 개편안에서는 비수도권은 지역균형발전 평가비중을 30~40%로 5%포인트 높이고, 경제성 평가비중은 30~45%로 5%포인트 낮췄다. 수도권에 비해 도로 철도 등의 수요가 적어 경제성이 떨어져도 지역균형발전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통과할 수 있도록 개편한 셈이다. 지역균형발전 평가에서 가·감점제를 가점제로 바꾼 것도 주요 개편 내용이다. 대구 대전 부산 울산 광주 등 다섯 개 지방 광역시가 주요 수혜 대상으로 꼽힌다. 그동안 비수도권이면서도 다른 지방도시에 비해 덜 낙후돼 있어 지역균형발전 평가에서 감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문경~김천, 광주송정~순천 단선전철 사업과 제천~영월 고속도로 건설사업이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수도권 숙원사업도 탄력
수도권은 경제성(60~70%)과 정책성(30~40%)만으로 평가하기로 했다. 그동안 수도권에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했던 지역균형발전 항목을 평가 기준에서 아예 제외했다. 지역 주민이 사업비를 일부 부담해 재원이 상당 부분 확보된 사업은 정책성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주도록 바꾼 것도 수도권에 유리해진 개편 사항이다. 이에 따라 지역 숙원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연장사업이 주요 수혜 대상으로 꼽힌다. 이 사업은 2007년 처음 추진됐으나 10년이 넘도록 예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역 주민은 입주 당시 광역교통개선대책 분담금 명목으로 약 5000억원을 이미 납부해 향후 예타에서 유리해질 전망이다.
이에 비해 인천, 남양주 등 수도권 외곽지역 주민의 숙원사업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는 예타 통과 여부에 상대적으로 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지역 주민이 낸 광역교통개선대책 분담금이 없기 때문이다.
외부 입김 작용 우려도
정부는 예타 과정에서 경제성 분석과 종합평가 수행 기관을 나누기로 했다. 경제성 분석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기존 국책연구기관이 맡고, 종합평가는 기재부 산하에서 설립하는 재정사업평가위원회가 수행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재정사업평가위는 사회간접자본(SOC), 사회문화사업 등 사업별 분과위로 나뉘어 운영된다. 분과위 위원은 재정사업평가위 민간위원 2명, KDI 등 조사기관 1명, 외부전문가(위촉위원) 7명으로 구성된다. 이에 대해 외부 입김이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위원은 “결론은 재정사업평가위의 정책적 판단이 중심이 되는 방식이라면 예타의 취지가 퇴색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도원/양길성/성수영 기자 van7691@hankyung.com
정부는 3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활력대책점검회의를 열어 예타 제도 개편방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관련 지침을 개정해 다음달 1일부터 수도권과 비(非)수도권 사업평가를 이원화하기로 했다. 수도권은 지역균형발전 평가를 없애고, 경제성 평가 비중을 기존 35~50%에서 60~70%로 대폭 높이기로 했다. 비수도권은 지역균형발전 평가 비중을 기존 25~35%에서 30~40%로 올린다. 그동안 수도권은 지역균형발전 평가에서, 비수도권은 경제성 평가에서 불리했던 만큼 수도권·비수도권 사업 모두 예타 통과가 쉬워질 전망이다.
정부는 또 예타 기간을 현행 평균 19개월에서 1년 이내로 단축한다는 방침이다. 이승철 기재부 재정관리관은 “이번 개편으로 광역시 등 지역거점도시가 가장 큰 수혜를 보고 비수도권 낙후지역도 전반적으로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지방 40여개 토목사업 빗장 풀리나…"미래세대가 재정 부담"
정부는 지난 1월 지역별로 23개, 사업비로는 총 24조원가량의 대규모 공공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방침을 밝혔다. 이명박 정부 시절 같은 방식으로 추진된 4대강 사업(약 22조원)을 능가하는 규모였다. 사업성 검증 없이 대규모 예산을 퍼붓는 것을 놓고 진보시민단체조차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경기부양책”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3개월 만에 다시 예타 완화 방안을 내놨다. “지역 특성을 고려해 맞춤평가를 하겠다”는 명목을 내세웠지만 뜯어 보면 수도권·비(非)수도권을 가릴 것 없이 검증 문턱을 낮추는 내용이어서 예타 부실화 우려가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전국적으로 100조원 규모 지역사업의 통과 가능성을 높이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광역시 사업, ‘최대 수혜주’
정부가 3일 검증 기준을 완화한 예타 개편 방안을 내놓음에 따라 그동안 사업성 검증 과정에서 발목 잡혀 지지부진하던 사업들이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으로 예타가 진행 중인 사업은 40여 개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노선(인천 송도~경기 남양주),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연장, 수서~광주 복선전철, 대구도시철도 엑스코선 등 지역 숙원사업이 대거 포함돼 있다.
정부가 예타 개편 방안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평가 기준을 다르게 했지만 지역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정부는 현재 수도권, 비수도권 구분 없이 사업마다 경제성 35~50%, 정책성 25~40%, 지역균형발전 25~35% 비중으로 일괄 평가하고 있다. 개편안에서는 비수도권은 지역균형발전 평가비중을 30~40%로 5%포인트 높이고, 경제성 평가비중은 30~45%로 5%포인트 낮췄다. 수도권에 비해 도로 철도 등의 수요가 적어 경제성이 떨어져도 지역균형발전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통과할 수 있도록 개편한 셈이다. 지역균형발전 평가에서 가·감점제를 가점제로 바꾼 것도 주요 개편 내용이다. 대구 대전 부산 울산 광주 등 다섯 개 지방 광역시가 주요 수혜 대상으로 꼽힌다. 그동안 비수도권이면서도 다른 지방도시에 비해 덜 낙후돼 있어 지역균형발전 평가에서 감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문경~김천, 광주송정~순천 단선전철 사업과 제천~영월 고속도로 건설사업이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수도권 숙원사업도 탄력
수도권은 경제성(60~70%)과 정책성(30~40%)만으로 평가하기로 했다. 그동안 수도권에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했던 지역균형발전 항목을 평가 기준에서 아예 제외했다. 지역 주민이 사업비를 일부 부담해 재원이 상당 부분 확보된 사업은 정책성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주도록 바꾼 것도 수도권에 유리해진 개편 사항이다. 이에 따라 지역 숙원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연장사업이 주요 수혜 대상으로 꼽힌다. 이 사업은 2007년 처음 추진됐으나 10년이 넘도록 예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역 주민은 입주 당시 광역교통개선대책 분담금 명목으로 약 5000억원을 이미 납부해 향후 예타에서 유리해질 전망이다.
이에 비해 인천, 남양주 등 수도권 외곽지역 주민의 숙원사업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는 예타 통과 여부에 상대적으로 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지역 주민이 낸 광역교통개선대책 분담금이 없기 때문이다.
외부 입김 작용 우려도
정부는 예타 과정에서 경제성 분석과 종합평가 수행 기관을 나누기로 했다. 경제성 분석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기존 국책연구기관이 맡고, 종합평가는 기재부 산하에서 설립하는 재정사업평가위원회가 수행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재정사업평가위는 사회간접자본(SOC), 사회문화사업 등 사업별 분과위로 나뉘어 운영된다. 분과위 위원은 재정사업평가위 민간위원 2명, KDI 등 조사기관 1명, 외부전문가(위촉위원) 7명으로 구성된다. 이에 대해 외부 입김이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위원은 “결론은 재정사업평가위의 정책적 판단이 중심이 되는 방식이라면 예타의 취지가 퇴색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도원/양길성/성수영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