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균의 차이나 톡] 중화권으로까지 번진 '버닝썬' 사태…한국 수사당국, 中 경찰에 협조 요청
한국 수사 당국이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중국 공안(경찰)에 수사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따라 그룹 빅뱅의 전 멤버 승리(29·본명 이승현)가 연루된 버닝썬 관련 사건이 중국 본토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대만 언론은 버닝썬의 주요 해외 투자자로 드러난 대만인 ‘린(林)사모’ 남편 신원을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4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한국 수사 당국은 최근 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국제 범죄조직 삼합회(三合會)의 투자 의혹을 확인하고자 협조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홍콩과 대만에 거점을 둔 중화권 최대 범죄조직으로 알려진 삼합회는 최근 홍콩 등에서 암호화폐 상장에 관여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기술이 자금을 불법으로 세탁하는 통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한 관계자는 “중국 삼합회가 암호화폐 등을 통해 버닝썬에 투자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중국 수사 당국에 관련자 신병 인도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혐의 사실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버닝썬 설립과 관련해 승리는 초기 운영자금 24억5000만원 중 2억2500만원을 부담했습니다. 나머지는 전원산업이 12억2500만원, 승리의 해외투자자로 불리는 대만의 린사모가 1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각에서는 린사모가 투자한 돈의 출처가 삼합회라는 말도 나오고 있지요.

이에 따라 한국 수사 당국은 버닝썬 투자자로 삼합회도 연루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하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한국 경찰청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관련 의혹이 불거진 직후 중국 공안에 협조를 요청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구체적 사실관계가 확인된 것이 없어 대략적인 내용에 대해서만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중국 공안이 아직 한국 경찰에 회신하지는 않았다고 했습니다.

앞서 대만 주간지인 징저우칸(鏡週刊)은 베일에 감춰진 린사모의 남편이 대만 중부 타이중(台中)의 도박계 거물인 위궈주(于國柱)라는 인물이며 린사모는 실제로는 ‘위(于)사모’라고 보도했습니다. 징저우칸은 위씨가 2005년 발생한 납치 사건의 피해자로 당시 범인이 40억대만달러(약 1480억원)를 요구하면서 대만 전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물이라고 전했습니다. 위씨는 이후 타이중에서 도박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고 중국에 바오잉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자산이 수척억대만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위씨는 납치 사건 이후 신분 노출을 꺼렸고 그의 부인도 린사모라는 가짜 신분으로 외부 활동을 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기했습니다. 또 그녀가 영어 이름을 ‘이쥐린(Yi-JuLin)’으로 쓰던 게 와전돼 린사모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잡지는 위씨가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즉석에서 부인에게 700만대만달러(약 2억6000만원)에 달하는 포르쉐 자동차를 사 준 일화가 지금까지도 대만 자동차 업계에서 전설처럼 전해진다고 했습니다. 린사모의 실제 성씨는 ‘탕(唐)’씨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해 패션잡지인 엘르(ELLE) 대만판과의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이름과 신분 등은 밝히지 않고 단지 ‘미스터리 게스트’라는 신분으로 자신의 명품 박물관 같은 전시공간을 공개했을 뿐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대만에서도 버닝썬 사건을 계기로 승리와 린사모의 관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매우 커졌지만, 한국 수사 당국이 대만 측에 수사 협조를 요청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버닝썬 사건은 홍콩에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홍콩의 유력 영자신문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넷 홈페이지에선 한 달 넘게 버닝썬 관련 뉴스가 가장 많이 본 기사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