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보다 장수 부호들, 은퇴 않고 재산 쥐고 있어 상속인들 애타는 기다림
부호들 보호장치로 "의사 2인이상 진단 받으라" 조항을 상속계획서에 삽입

미국에서 앞으로 25년 사이에 무려 68조 달러(7경7천125조6천억 원)의 재산이 상속을 통해 대물림될 것으로 추산됨에 따라 이 시장을 노리는 자산관리 회사들의 절세와 투자 서비스 경쟁도 불붙고 있다.
이 가운데 '부자 3대 못 간다'는 옛말이 무색하게 증손자, 고손자 대에까지 이어질 만큼 거대한 자산가를 위한 자산관리사들의 서비스에선 끝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면서 재산권을 놓지 않으려 하는 고령의 부호들의 희망을 충족시켜 주는 일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닷컴이 3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에서 1960년생 가운데 소득 상위 5분의 1에 속하는 남성의 기대수명은 89세로, 1930년생 중 같은 상위 소득자에 비해 7살 이상 오래 살 것으로 예상된다.

하위 5분의 1에 속하는 남성의 기대 수명은 예나 지금이나 76세로 변함이 없다.

더 오래 살게 된 부자들은 "더 오래 살 뿐 아니라,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면서 역할을 하려 하고 있다"고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로언 경영대학원의 존 데이비스 교수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어둠 속으로 물러나는 것은 그들에게 두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이게 (상속 분쟁)재앙을 부를 수 있다"고 블룸버그닷컴은 지적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올해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가족 기업가운데 분명한 승계 계획을 세운 기업은 18%에 불과하다.

"부호들의 망설임을 보여주는" 자료다.

재산의 효율적인 세대 이전을 위해 소유 기업의 주가가 낮을 때 가능한 조기에 신탁을 활용하라고 자산관리사들은 권한다.

나중에 회사 가치가 올라가더라도 상속세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손들이나 수탁자가 "조급한 마음에" 신탁자가 치매나 알츠하이머병으로 정신적으로 무능력해졌다며 소송을 걸고 나설 위험성이 있다.

"점진적인 정신적 퇴행 여부는 경계선이 명확치 않"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변호사, 그리고 많은 소송비용이 드는 지루한 법정 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블룸버그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90세로 숨진 톰 벤슨은 2개의 프로 스포츠 구단과 자동차 영업망 등에 대한 재산권을 놓고 2014년부터 딸과 손주 2명 등과 송사에 시달렸다.

딸과 손주들은 벤슨이 3번째 부인에게 조종돼 재산 상속 계획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결국 법정에서 정신능력 심리까지 한 끝에 판사는 기억력 감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대로 일을 처리하는 능력은 있다고 판단해 스포츠 구단은 3번째 부인에게, 나머지 재산은 딸과 손주들에게 돌아가도록 결론을 내렸다.

블룸버그는 또 다른 사례도 함께 들면서 "이런 지루한 재산 다툼은 점점 많아지는 미국의 장수 억만장자들이 맞닥뜨리는 위험이 됐다"며, 미국민의 50%는 물려줄 게 아무 것도 없는 반면 최상위 부자 1%가 미국 개인 부의 37.2%를 차지한 상황에서 자산관리사의 절반 가량이 상속 계획을 주력 업종으로 삼게 됐다고 전했다.

과거 부호는 집안 사정을 잘 아는 가문의 친구에게 상속 분쟁을 해결토록 맡길 수도 있었지만, 오늘날 부자는 자신의 정신력이 점차 감퇴하는 것에 대비해 자선 기금 등의 방식으로 재산에 대한 고삐를 쥐고 있는다.

이를 위한 보호장치로, 자신의 상속인들이 자신을 정신적 무능력자라고 주장하려면 의사 한 사람으로는 안되고 둘 또는 세 명이 진단에 동의하도록 하는 조항을 상속 계획서에 마련해 놓는다고 블룸버그닷컴은 전했다.

반드시 법원의 판단을 받도록 하는 조항을 넣은 부자 고객도 있다고 상속문제 전문회사의 엘리자베스 글래스고는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