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신뢰'는 아는 것과 모르는 걸 연결해주는 다리
“신뢰하세요. 저희를 신뢰하고 시장을 신뢰하고 청년들을 신뢰하세요. 새로운 기술을 신뢰하세요. 세계는 나날이 투명해지고 있습니다.”

2014년 중국의 한 회사가 기업공개(IPO)를 하는 날이었다. 이 회사 대표는 연신 ‘신뢰’라는 말을 반복했다. 주인공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창업주 마윈이었다. 온라인에서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거래를 성사시키려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신뢰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사회에서 신뢰를 기반으로 한 거래는 쉽지 않았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신뢰가 아니라 ‘관계’에 기반을 둔 사회여서다. 개인적인 관계 틀 안에서만 거래가 이뤄질 뿐 미지의 대상과 거래하는 것은 불확실하게만 여겨졌다. 마윈은 말로만 신뢰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2004년 정보 보호를 강화한 새로운 온라인 결제 시스템 ‘알리페이’를 출시했다. 2011년엔 공식 상거래 업체 인증을 받아 구매자들의 믿음을 쌓아갔다.

《신뢰 이동》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핵심 요소인 신뢰를 재조명하고, 이를 쌓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영국 옥스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등을 지낸 레이첼 보츠먼이다. 저자는 ‘신뢰 이동’으로 비즈니스와 인간관계가 급속하고도 다양하게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이런 흐름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어떻게 실현되고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 성공하는지 소개한다.

보츠먼은 신뢰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연결해주는 다리”라고 정의한다. 모르는 것에 대한 불확실성을 없애줘야만 신뢰 도약이 이뤄진다. 신뢰 도약이 성립되면 새로운 가능성이 창출되고 관계가 형성된다.

인간 역사는 신뢰의 측면에서 세 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는 모두 서로를 아는 관계 기반의 소규모 지역 공동체에서 살던 ‘지역적 신뢰’ 시대다. 두 번째는 계약과 법정, 상표 형태로 신뢰가 작동해 산업사회로 발전 가능한 토대가 구축된 ‘제도적 신뢰’ 시대다. 지금 우리는 세 번째인 ‘분산적 신뢰’ 시대의 초기 단계를 지나고 있다.

신뢰를 구축하는 일엔 ‘평판’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신뢰 인플루엔서’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신뢰 인플루엔서는 새로운 방식으로 신뢰하게끔 하는 의외의 사람들을 의미한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한 불특정 다수가 여기에 해당한다. 저자는 “평판은 상품이 아니라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