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악보대로 살면 돼
합창단 지휘자와 대중강연자로 활동하는 김진수 씨(사진)가 최근 《너의 악보대로 살면 돼》를 출간했다. 인간관계를 음악, 그중에서도 합창에 접목해 풀어낸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책에서 “인간관계에도 악보가 필요하다. 혼자 있고 싶을 정도로 막막한 순간에도 절대 자신을 표현하는 걸 멈추지 말아라. 내 악보대로 살아도 된다”고 썼다. 그는 이에 대해 “악보엔 여러 기호가 있는데 내가 원한다고 작곡가의 의도와는 달리 기호들을 빼버리면 그 음악은 미완성이 된다”며 “타인을 자의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나 역시 내가 만든 내 악보대로 살면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노래를 잘해 성악가의 길을 선택했다. 합창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전체적인 톤을 조율해 하모니를 만드는 지휘자 역할에 감화를 받아 지휘자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저자는 “합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인데 처음 지휘를 시작했을 땐 타인에게 억압적이었다”며 “돌발적으로 ‘왜 그걸 못하냐’고 상처도 많이 줬는데 지금 생각하면 뭔가 미숙했다”고 털어놨다. 우연히 본 ‘호흡’이라는 단어에서 저자는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호흡이란 몸에 좋지 않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좋은 산소가 들어온다는 의미”라며 “나의 좋지 않은 모습과 단점들을 털어놨더니 합창단원들이 위로와 격려를 해주며 함께 호흡하게 됐다”고 했다.
저자는 합창을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했다. 함께 노래를 부르다 보면 혼자 튀고 싶어 하는 사람, 자신감이 없어 다른 소리에 묻혀가는 사람 등 다양한 군상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완벽하게 똑같은 소리가 없기에 스스로 음색에 대한 확신과 다른 사람의 음색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휘자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서로의 템포와 호흡이 다름을 인정하면서 고쳐가느냐에 따라 합창 연주가 달라진다”며 “합창에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듯 타인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것은 사회생활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자는 “스스로 많이 변했다”고 했다. 그는 “살아오면서 상처가 있는지 몰랐는데 스스로 모난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며 “합창 지휘를 통해 내 모습을 들여다보고 모난 부분을 많이 다듬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이 비슷한 환경에 있는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왜 난 이것밖에 못하고 있지?’라고 자책한다”며 “상처가 없는 사람은 없기에 자신이 그린 나만의 악보를 존중하면서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더난, 260쪽, 1만3500원)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