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로 '50살' 기념한 오뚜기
식품업계에는 “오뚜기 직원들도 자신의 회사에서 만드는 제품을 잘 모른다”는 말이 있다. 생산하는 품목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오뚜기가 판매하는 제품의 품목은 대략 450개 정도다. 시장점유율 1위 품목도 많다. 이런 오뚜기가 창립 50주년을 기념한 제품으로 카레를 내놨다. 카레는 그만큼 오뚜기에는 상징적인 제품이다.

오뚜기 카레는 ‘국내 최초의 국산 카레’이자 ‘오뚜기의 첫 제품’이다. 지금은 흔해진 가정간편식(HMR)의 원조이기도 하다. 국내 카레가 처음 소개된 것은 1940년대다. 일본인들이 한국에 소개했다. 오뚜기 창업자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이 1969년 “카레가 매콤하면서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다. 국산화해보자”고 말한 것에서 한국 카레가 시작됐다. 강황, 고추, 후추 등을 더해 카레가루를 만들었다. 당시 국내에는 S&B와 하우스인도카레 등 일본 카레만 소량 유통되고 있었다.

오뚜기의 첫 제품은 분말 제품이었고, 1981년 상온에서 보관하는 ‘레토르트’ 형태의 ‘3분 카레’로 출시되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오뚜기 카레의 숙성 온도와 기간 등은 지금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50년간 오뚜기 카레는 시장 1위를 다른 제품에 내준 적이 없다. CJ제일제당이 2009년 카레 제품 ‘인델리’를 내놨다가 4년 만에 철수했고, 대상이 2010년 ‘카레여왕’을 출시했지만 시장점유율이 20%를 못 넘고 있다.

카레 시장은 2000년 초반 일본식 카레 전문점 ‘아비꼬’, 농심의 ‘코코이찌방야’ 등의 프랜차이즈가 활성화하면서 더 성장했다. 인도카레 전문점, 태국식과 동남아식 카레 전문점도 생겨났다. 소비자 입맛이 고급화하면서 양산형 카레 제품도 다양해졌다. 오뚜기는 2004년 강황 함량을 50% 높이고 식이섬유를 넣은 백세카레와 렌틸콩카레 등을, 지난해에는 오뚜기 3일숙성 카레도 내놨다. 대상은 프랑스식 육수 조리법과 물에 잘 녹는 과립 형태의 카레로 전통 카레에 도전하고 있다.

오뚜기의 50주년 기념 ‘스페셜티 카레’(사진)에는 허브와 각종 향신료를 조화시킨 ‘육수 티백’이 들어 있는 게 특징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오뚜기 카레의 제조 노하우는 다른 HMR 제품에도 적용되며 회사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며 “그 노하우를 이번 제품에 모두 담았다”고 설명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