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하나로 시작해 국내 1위 '직구몰' 키우다
국내 1위 해외배송 대행업체인 코리아센터의 김기록 대표(사진)는 사업 초기였던 2008년 큰 위기를 맞았다. 막 문을 연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물류센터를 사용하겠다는 기업이 한 곳도 나타나지 않았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김 대표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당초 한국 온라인몰이 미국에서 상품을 판매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매입한 LA 물류센터를 문을 열자마자 닫아야 할 처지였다.

창고에 뭐라도 채워야 했다. 그래서 시작한 게 배송대행지(배대지) 사업이다. 아마존 등 미국 온라인몰에서 직구(직접 구매)한 소비자가 현지 배송지로 코리아센터의 LA 물류창고 주소를 기입하면 물건을 받아 한국으로 배송했다. 당시는 ‘해외 직구’란 말이 생소하던 때였다. 국내 배송대행지 1위 브랜드 ‘몰테일’의 시작이었다.

궁여지책으로 배대지 사업에 나선 몰테일은 대박을 터뜨렸다. 아마존 이베이 등 미국 온라인몰에서 저렴하게 구입하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로부터 11년. 코리아센터는 미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독일 등에서 7개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약 1900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창고 하나로 시작해 국내 1위 '직구몰' 키우다
9개국에 12개 물류센터 구축

김 대표는 4일 기자와 만나 “화장품, 패션, K팝 굿즈 등 한류 상품을 미국에 수출하려는 다수의 한국 기업이 LA 센터를 활용하고 싶어한다”며 “연내 한국 상품을 해외에 배송하는 역직구 사업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8년 미국에서 해보려 한 사업을 12년 만에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특히 한국 화장품 업체들이 미국 등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라며 “이들 기업이 미국에서 온라인몰을 열면 코리아센터가 상품을 보관해주고, 현지 소비자에게 배송하고 반품을 받아주는 등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김 대표는 “한류 상품 수요가 큰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역직구 사업을 연내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중국은 한국과 가까운 산둥성 웨이하이에 상반기 물류창고를 연다. 부지 면적만 2만6446㎡에 이른다. 지난 2월 새로 연 경기 부천의 물류센터와 웨이하이 센터가 지리적으로 멀지 않은 만큼 물류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부천에서 오전에 보내면 웨이하이에서 오후에 바로 받을 수 있는데, 항공편과 견줘 비용은 10분의 1 수준”이라며 “중국에 온라인몰 형태로 진출하려는 기업엔 상당한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만은 물론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도 연내 진출을 계획 중”이라며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 그 대부분은 해외사업 확장에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 합병 논의 진행”

해외 직구와 역직구가 점점 늘면서 코리아센터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물류가 국가 간 거래의 핵심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11번가가 작년 말 코리아센터 지분 5%를 취득, 전략적 제휴를 맺은 것도 이런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카카오와도 합병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합병 가능성은 작년부터 제기됐으나 큰 진전은 없는 상태다. 그는 “거래가 깨진 것은 아니고 서로 어떤 역할을 할지 이견을 좁히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카카오와 사업 제휴를 곧 시작한다”며 “카카오에서 메이크샵과 연계한 유통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메이크샵’은 온라인몰 구축을 대행해주는 코리아센터의 또 다른 사업 브랜드명이다. 현재 3만여 곳이 정기적으로 비용을 내고 메이크샵의 관리를 받고 있다. 카카오 안에 메이크샵 업체가 입점하면 카카오는 한 번에 대규모 판매자를 확보하게 된다.

그는 “카카오와 사업을 해보고 잘 맞으면 합병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우선 상장부터 한 뒤 제휴와 협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