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원조' 日의 몰락…재팬디스플레이, 결국 대만에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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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중연합, 800억엔 투입
지분 절반 인수 경영권 행사
지분 절반 인수 경영권 행사
“디스플레이 시장을 처음 일궜던 일본이지만 이제 더이상 세계 시장에서 싸울 업체가 없다.”(니혼게이자이신문)
일본 최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제조업체인 재팬디스플레이(JDI)가 대만 전자부품 업체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으로부터 800억엔(약 8160억원)의 구제자금을 받기로 했다. 이번 결정으로 JDI의 최대 주주는 일본 정부에서 대만 기업으로 바뀌게 됐다. 한때 세계 LCD시장을 장악했던 일본 기업들이 소극적 투자를 이어오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신기술 개발에 뒤처진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패널시장도 한국과 중국 업체가 주도하는 가운데 일본 업체들을 인수한 대만 업체들이 경쟁하는 구도로 바뀌게 됐다. 패널 시장서 일본 업체 ‘제로(0)’
니혼게이자이신문은 4일 “경영난에 처한 JDI가 대만 전자부품 업체들로 구성된 타이중연합에 800억엔의 자금지원을 받는 대신 전체 지분의 50% 가까이를 넘기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타이중연합은 대만의 부품업체인 TPK와 푸본금융그룹, 실크로드 펀드 등 3개사로 구성돼 있다. 기존 최대 주주였던 일본 민관펀드(INCJ)는 자리를 내놓게 됐다.
JDI는 2012년 일본 정부 주도로 디스플레이산업 수성을 위해 출범한 회사다.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가 2000억엔(약 2조405억원)을 내놓고 히타치 도시바 소니 등 3개사의 관련 사업부문을 통합해 세웠다. 당시 산업혁신기구는 지분율 25.29%로 최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1970년대 샤프 등이 계산기용 액정 양산에 성공하면서 급성장한 일본 디스플레이산업은 1990년대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소니 등 10여 개 기업이 LCD 패널을 생산하던 일본은 1998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80%대 점유율을 자랑했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AOU 등 한국과 대만 업체들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일본 업체들의 LCD시장 점유율은 2006년 16%까지 급전직하했다. 2016년에는 샤프가 대만 훙하이에 팔리는 등 수난사가 이어졌다. 이번에 JDI마저 대만 자본에 넘어가면서 일본 업체 중에선 교세라와 파나소닉의 소규모 생산라인만 남게 됐다.
중국 가격 공세에 ‘추풍낙엽’
2012년 일본 정부까지 나섰지만 JDI는 초기부터 큰 힘을 쓰지 못했다. 2015년 일본 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에 매출이 9891억엔(약 10조904억원)에 달하기도 했지만 이후 30% 넘게 매출이 줄었다. 2017년부터는 영업손실도 이어지고 있다.
JDI가 몰락한 원인으로는 아시아 경쟁기업들과의 투자경쟁에서 뒤처졌고, 신기술 개발 경쟁에서도 기회를 놓친 점이 우선 꼽힌다. BOE CSOT 등 중국 업체들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급성장했다. 중국 업체들은 중소형 LCD부터 대형 LCD와 OLED 등으로 전선을 넓혀가며 가격공세를 폈고 이는 JDI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경제산업성의 한 간부는 “패널 사업은 가격경쟁력이 절대적인 분야로 더이상 손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신기술인 OLED에 대한 대응도 한발 늦었다. 삼성전자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OLED를 스마트폰에 탑재했다. 반면 일본 기업들은 OLED시장의 부상 가능성을 과소평가하다 실용화에서 뒤처졌다. 뒤늦게 산업혁신기구가 2016년 OLED 개발비로 750억엔(약 7649억원)을 대출했지만 이미 시장 판도가 굳은 뒤였다. 여기에 최대 고객인 애플의 부진도 JDI엔 큰 부담이 됐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일본 최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제조업체인 재팬디스플레이(JDI)가 대만 전자부품 업체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으로부터 800억엔(약 8160억원)의 구제자금을 받기로 했다. 이번 결정으로 JDI의 최대 주주는 일본 정부에서 대만 기업으로 바뀌게 됐다. 한때 세계 LCD시장을 장악했던 일본 기업들이 소극적 투자를 이어오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신기술 개발에 뒤처진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패널시장도 한국과 중국 업체가 주도하는 가운데 일본 업체들을 인수한 대만 업체들이 경쟁하는 구도로 바뀌게 됐다. 패널 시장서 일본 업체 ‘제로(0)’
니혼게이자이신문은 4일 “경영난에 처한 JDI가 대만 전자부품 업체들로 구성된 타이중연합에 800억엔의 자금지원을 받는 대신 전체 지분의 50% 가까이를 넘기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타이중연합은 대만의 부품업체인 TPK와 푸본금융그룹, 실크로드 펀드 등 3개사로 구성돼 있다. 기존 최대 주주였던 일본 민관펀드(INCJ)는 자리를 내놓게 됐다.
JDI는 2012년 일본 정부 주도로 디스플레이산업 수성을 위해 출범한 회사다.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가 2000억엔(약 2조405억원)을 내놓고 히타치 도시바 소니 등 3개사의 관련 사업부문을 통합해 세웠다. 당시 산업혁신기구는 지분율 25.29%로 최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1970년대 샤프 등이 계산기용 액정 양산에 성공하면서 급성장한 일본 디스플레이산업은 1990년대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소니 등 10여 개 기업이 LCD 패널을 생산하던 일본은 1998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80%대 점유율을 자랑했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AOU 등 한국과 대만 업체들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일본 업체들의 LCD시장 점유율은 2006년 16%까지 급전직하했다. 2016년에는 샤프가 대만 훙하이에 팔리는 등 수난사가 이어졌다. 이번에 JDI마저 대만 자본에 넘어가면서 일본 업체 중에선 교세라와 파나소닉의 소규모 생산라인만 남게 됐다.
중국 가격 공세에 ‘추풍낙엽’
2012년 일본 정부까지 나섰지만 JDI는 초기부터 큰 힘을 쓰지 못했다. 2015년 일본 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에 매출이 9891억엔(약 10조904억원)에 달하기도 했지만 이후 30% 넘게 매출이 줄었다. 2017년부터는 영업손실도 이어지고 있다.
JDI가 몰락한 원인으로는 아시아 경쟁기업들과의 투자경쟁에서 뒤처졌고, 신기술 개발 경쟁에서도 기회를 놓친 점이 우선 꼽힌다. BOE CSOT 등 중국 업체들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급성장했다. 중국 업체들은 중소형 LCD부터 대형 LCD와 OLED 등으로 전선을 넓혀가며 가격공세를 폈고 이는 JDI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경제산업성의 한 간부는 “패널 사업은 가격경쟁력이 절대적인 분야로 더이상 손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신기술인 OLED에 대한 대응도 한발 늦었다. 삼성전자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OLED를 스마트폰에 탑재했다. 반면 일본 기업들은 OLED시장의 부상 가능성을 과소평가하다 실용화에서 뒤처졌다. 뒤늦게 산업혁신기구가 2016년 OLED 개발비로 750억엔(약 7649억원)을 대출했지만 이미 시장 판도가 굳은 뒤였다. 여기에 최대 고객인 애플의 부진도 JDI엔 큰 부담이 됐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