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지식재산권 도용, 기술이전 강요, 해킹 등 미국이 제기해 온 불공정 무역관행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무역협상이 타결되면 2025년까지 주요 합의사항을 이행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3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한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의 각종 불공정 무역 관행을 거론하며 “중국이 처음으로 문제점을 인정했다”며 “그동안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는 미국이 지난해 3월 중국과 무역전쟁에 돌입한 직접적 계기였다. 커들로 위원장은 미·중 ‘기술패권 전쟁’의 중심에 있는 화웨이 문제에 대해선 “무역협상에서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커들로 위원장의 발언은 미국과 중국이 이날 워싱턴DC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재개한 가운데 나왔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류허 중국 경제부총리는 지난주 베이징에서 무역담판을 벌인 데 이어 이번주엔 워싱턴DC로 자리를 옮겨 협상을 재개했다. 이번 ‘워싱턴 협상’은 3, 4일 이틀 일정으로 알려졌지만 더 길어질 수도 있다. 백악관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일 오후 백악관에서 류 부총리 등 중국 대표단을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최근 협상 과정에서 무역합의 이행 기간을 2025년으로 정했다고 보도했다. 2025년까지 미국산 상품 수입을 대폭 늘리고, 중국에서 사업하는 미국 기업의 100%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중국이 이를 어기면 미국은 관세 부과 등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현재 미·중 협상의 핵심 난제는 미국의 ‘징벌적 관세 철회 시점’이다. 미국은 500억달러어치의 중국 제품에 25%, 2000억달러어치의 중국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무역협상이 타결되는 즉시 이들 관세를 전면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중국이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확인되기 전까지는 일부 관세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협상 타결 후에도 90일 혹은 180일간 고율관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통한 ‘짝퉁(위조·복제)’ 상품 유통을 단속하라고 행정부에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를 인용해 위조·복제 상품의 전 세계 무역량이 연간 5000억달러에 달할 수 있고, 이 중 20%가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식재산권 침해가 많은 중국을 핵심 타깃으로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