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주 고수의 변심…ㅇㅇㅇ株로 재미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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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펀드 편입종목 살펴보니
가치주 대신 성장주에 눈돌려
걸그룹에 빠진 한국밸류 이채원
JYP·SM엔터 편입비중 1·2위
가치주 대신 성장주에 눈돌려
걸그룹에 빠진 한국밸류 이채원
JYP·SM엔터 편입비중 1·2위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요즘 걸그룹에 푹 빠졌다. ‘트와이스’ ‘블랙핑크’ ‘아이즈원’ 등의 콘서트를 직접 관람하고 신곡이 나오면 유튜브로 뮤직비디오를 찾아본다. 그의 펀드에서 투자 비중 1·2위 종목이 JYP엔터테인먼트와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이기 때문이다.
최웅필 KB자산운용 밸류운용본부장은 게임 삼매경이다. 그가 이끄는 운용팀의 펀드매니저들은 시간이 나면 다 같이 컴투스의 모바일 게임 ‘서머너즈워’를 즐긴다. 직접 경험해봐야 게임산업을 이해하고 투자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컴투스는 그의 주요 투자 종목이다. 연예계 ‘큰손’으로
한국의 대표 가치투자자들이 변신하고 있다. 이들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낮은 우량주를 발굴해 끈질기게 기다린 뒤 차익을 내는 전략으로 유명하다. 가치주는 주로 음식료 가스 전기 등 전통 산업군에 많기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이들을 ‘올드 보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최근 가치주 펀드매니저의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면 올드 보이라기보다는 ‘젊은 오빠’에 가깝다. 엔터테인먼트 바이오 게임 등의 비중이 제법 높다.
한국밸류운용은 지난달 25일 에스엠 지분 5.13%(118만3550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는 JYP 지분도 5.75%(2월 28일 기준) 갖고 있다. JYP의 2대 주주, 에스엠의 3대 주주가 됐다. 이 대표는 “한국 엔터산업의 중장기 경쟁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지난달 이른바 ‘승리 사태’로 엔터주가 조정받아 매수 기회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KB자산운용도 이날 에스엠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증권가에서는 가치주 대가들의 공격적인 엔터주 매입에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추구해온 투자 전략에 맞지 않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이 47.75배에 달하는 JYP와 41.56배인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가치주라기보다 성장주에 가깝다.
작년 급락장에서도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수익률 1위(-0.62%)를 기록한 ‘KB중소형주포커스’는 가치주 펀드를 표방하면서 패션주 휠라코리아(펀드 내 비중 9.69%), 게임주 컴투스(7.18%), 바이오주 메지온(6.73%) 등을 담고 있다. 한동안 고전한 ‘한국밸류10년투자중소형’ 펀드도 엔터주 반등에 힘입어 최근 3개월간 13.10% 수익을 내며 부활하고 있다.
PER·PBR만으로 가치주 판단 어려워
전통적인 가치투자 전략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가치주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지난달 23일 공개한 연례서한은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벅셔해서웨이가 지난해 기록한 순이익은 40억달러로 2001년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버핏은 “케첩회사 크래프트하인즈에 투자한 것이 실수였다”고 고백했다. 그는 앞서 “수년 전 구글이나 아마존 주식을 사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가치주 대가들은 PER,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 등 전통적인 잣대로 성장주와 가치주를 구분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산업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에 시대 흐름에 따라 전략 수정도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최 본부장은 “예를 들어 인터넷·게임 업체들은 많은 부지와 시설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자산이 적어 PBR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그보다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고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느냐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통 가치투자 전략이 쓸모없어진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 대표는 “성장하는 산업 내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주식을 찾으려 노력한다”며 “현재 갖고 있는 JYP도 2년 전에는 가치주였다”고 설명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위기가 찾아오고 시장 상황이 바뀌면 다시 전통적인 가치주들의 몸값이 오르는 시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최웅필 KB자산운용 밸류운용본부장은 게임 삼매경이다. 그가 이끄는 운용팀의 펀드매니저들은 시간이 나면 다 같이 컴투스의 모바일 게임 ‘서머너즈워’를 즐긴다. 직접 경험해봐야 게임산업을 이해하고 투자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컴투스는 그의 주요 투자 종목이다. 연예계 ‘큰손’으로
한국의 대표 가치투자자들이 변신하고 있다. 이들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낮은 우량주를 발굴해 끈질기게 기다린 뒤 차익을 내는 전략으로 유명하다. 가치주는 주로 음식료 가스 전기 등 전통 산업군에 많기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이들을 ‘올드 보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최근 가치주 펀드매니저의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면 올드 보이라기보다는 ‘젊은 오빠’에 가깝다. 엔터테인먼트 바이오 게임 등의 비중이 제법 높다.
한국밸류운용은 지난달 25일 에스엠 지분 5.13%(118만3550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는 JYP 지분도 5.75%(2월 28일 기준) 갖고 있다. JYP의 2대 주주, 에스엠의 3대 주주가 됐다. 이 대표는 “한국 엔터산업의 중장기 경쟁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지난달 이른바 ‘승리 사태’로 엔터주가 조정받아 매수 기회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KB자산운용도 이날 에스엠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증권가에서는 가치주 대가들의 공격적인 엔터주 매입에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추구해온 투자 전략에 맞지 않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이 47.75배에 달하는 JYP와 41.56배인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가치주라기보다 성장주에 가깝다.
작년 급락장에서도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수익률 1위(-0.62%)를 기록한 ‘KB중소형주포커스’는 가치주 펀드를 표방하면서 패션주 휠라코리아(펀드 내 비중 9.69%), 게임주 컴투스(7.18%), 바이오주 메지온(6.73%) 등을 담고 있다. 한동안 고전한 ‘한국밸류10년투자중소형’ 펀드도 엔터주 반등에 힘입어 최근 3개월간 13.10% 수익을 내며 부활하고 있다.
PER·PBR만으로 가치주 판단 어려워
전통적인 가치투자 전략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가치주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지난달 23일 공개한 연례서한은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벅셔해서웨이가 지난해 기록한 순이익은 40억달러로 2001년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버핏은 “케첩회사 크래프트하인즈에 투자한 것이 실수였다”고 고백했다. 그는 앞서 “수년 전 구글이나 아마존 주식을 사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가치주 대가들은 PER,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 등 전통적인 잣대로 성장주와 가치주를 구분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산업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에 시대 흐름에 따라 전략 수정도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최 본부장은 “예를 들어 인터넷·게임 업체들은 많은 부지와 시설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자산이 적어 PBR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그보다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고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느냐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통 가치투자 전략이 쓸모없어진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 대표는 “성장하는 산업 내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주식을 찾으려 노력한다”며 “현재 갖고 있는 JYP도 2년 전에는 가치주였다”고 설명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위기가 찾아오고 시장 상황이 바뀌면 다시 전통적인 가치주들의 몸값이 오르는 시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