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나무의 경제학
“한국은 반세기 만에 산림녹화에 성공한 유일한 개발도상국이다. 경제 발전과정의 환경 파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녹색성장의 쾌거를 이뤄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의 평가다. 광복 후 임야의 절반이 민둥산이었던 나라가 울창한 산림 선진국으로 변한 것을 보고 세계는 ‘20세기의 기적’이라고 극찬했다.

한국의 산림녹화 성공은 정부의 강력한 ‘숲가꾸기 정책’ 덕분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농림부 소속 산림국을 산림청으로 독립시키고 새마을운동과 함께 전 국민 나무심기를 독려했다. ‘땔감 혁명’도 단행했다. 가정 연료를 나무 대신에 석탄과 석유로 바꿨다. 중화학공업 육성과 산림녹화·새마을운동을 병행한 균형성장 모델이었다.

정부는 1970년대 초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을 세우고 식목일 전후를 식수(植樹)기간으로 확대하면서 지역별 기후에 맞는 나무를 심는 데 주력했다. 이런 노력에 발맞춰 SK임업과 유한킴벌리 등 기업들도 녹화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재를 털어 숲을 일군 ‘조림왕’ 임종국 등 민간인들의 헌신 또한 눈물겨웠다.

한국 최초의 임학박사인 현신규 전 서울대 교수는 우리 풍토와 기후에 맞는 신품종 나무를 개발해 산림녹화를 뒷받침했다. 그가 개발한 리기테다소나무는 미국에 ‘기적의 소나무’로 소개됐고, 1962년 미국 의회가 원조 삭감을 논할 때 그동안 한국을 지원한 것이 헛되지 않았다는 증거로도 쓰였다.

그 시절 녹화사업은 국민의 생존과 직결된 것이었다. 이제는 숲이 주는 생활·환경·건강에 관심을 갖는 시대가 됐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국내 전체 산림이 흡수하는 대기오염 물질은 연간 107만t에 이른다. 축구장 한 개 크기의 숲이 매년 168㎏의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등을 줄여준다.

도시숲이 도심 초미세먼지를 40.9% 줄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에서 도시숲의 경제적 효과는 한 해 5억달러(약 5600억원)를 넘는다. 일본에서는 벚꽃 하나만으로 한 해 1600억엔(약 1조6000억원)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지난해 벚꽃관광의 경제효과 6500억엔(6조5000억원) 중 외국 관광객의 소비가 25%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도시숲 면적은 아직 세계보건기구 기준의 60%에 불과하다. 올해 관련 예산 2500억원을 투입한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한편에서는 씁쓸한 소식도 들린다. 최근 3년간 태양광발전용으로 훼손한 산지가 여의도(290㏊)의 15배, 베어낸 나무가 233만 그루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식목일 행사가 무색하다. 예부터 “국가 경영의 기본은 치산치수(治山治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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