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앞줄 가운데)과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왼쪽),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오른쪽)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굳은 표정으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앞줄 가운데)과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왼쪽),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오른쪽)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굳은 표정으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4일 잇단 장관 후보자 낙마사태에 대해 “최근 인사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인사추천위원장으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지난 1월 임명 후 이날 처음으로 국회 운영위에 출석한 노 비서실장은 “인사 추천에 더욱 신중을 기하고 검증을 보다 엄격히 해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노 비서실장은 ‘대통령도 같은 뜻이냐’는 야당 질의에 “(최근의) 인사 문제와 관련해 국민께서 많은 염려를 하신다는 점에 대해 대통령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정호 국토교통부·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낙마에 따른 청와대 인사검증라인 책임론이 비등한 가운데 열린 이날 운영위는 초반부터 조국 민정수석의 불출석을 둘러싸고 여야가 충돌했다. 정양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정 현황에 신속히 대응해야 하는 업무적 특성 때문에 불참한다’고 하는데 이는 국회를 무시하는 행위”라며 “차라리 면목이 없어 못 나가겠다고 답변했더라면 이해했겠다”고 꼬집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보수 정부 때는 인사가 문제됐을 때 민정수석이 3명이나 사퇴했다”며 “그런데 여러 번의 인사참사에도 불구하고 사퇴하지 않은 것을 따져 물어야 한다”며 불출석을 질타했다. 이에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주정부에서 문재인·전해철·조국 민정수석이 출석했지만 한국당은 집권 9년 동안 민정수석이 단 한 차례도 국회에 출석하지 않았다”며 “정도껏 하시라”고 반박했다.

노 비서실장은 조국·조현옥 수석 등 인사라인 경질을 요구하는 야당 공세에 “(낙마한) 두 후보는 인사검증 과정에서의 오류라기보다 7대 원천 배제기준을 빠져나가거나 현실적으로 검증이 불가능한 영역이 있었다”며 방어에 나섰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인사는 추천 이후 내부검증, 여론검증, 청문회라는 하나의 시스템 속에 이뤄지고 있으며 미비한 점이 있으면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노 비서실장은 그러나 대통령의 인사권한에 대해서는 한 치의 양보 없이 야당 의원들과 강대강 대치를 벌였다.

노 비서실장은 이만희 한국당 의원이 “문재인 정부 들어 인사청문보고서 없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이 12명”이라고 지적하자 “청문보고서 없이 청와대에 올라온 장관 후보들 중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은 경우는 단 한 명도 없다”고 대답했다. 이 의원이 다시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노 비서실장은 “역대 정권에서 다 그랬다는 것”이라며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것은 국회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정양석 한국당 의원이 “그런 식으로 말하면 회의가 정상적으로 되겠냐”고 지적하면서 양측의 고성이 오가는 등 감정 대립 양상도 보였다.

노 비서실장은 전날 보궐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반영해 국정운영 기조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국정 기조를 한순간에 바꾸고 하는 것은 아니다”며 “원칙이 있고 변형이 있는데, 그때그때 유연성을 발휘해 대처할 수 있는 부분은 있다”고 했다.

야당의 청와대 인사라인에 대한 공세에 맞서 민주당은 ‘김학의 동영상’ 사건으로 맞불을 놨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장관이 차관의 성폭행 사건 연루를 알고도 차관 임명에 협조했다면 문재인 정부에서는 어떻게 하겠느냐”며 한국당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노 비서실장은 “장관이 침묵함으로써 차관 임명을 도왔다면 그 장관은 자격이 없는 것 아니냐는 취지인 것 같은데 가정을 전제로 답변을 드리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고 답했다.

김소현/박재원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