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영국 정의당 후보(가운데)가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창원성산 선거구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둔 직후 창원 선거사무실에서 이정미 대표(오른쪽)를 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왼쪽은 심상정 의원.  /연합뉴스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운데)가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창원성산 선거구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둔 직후 창원 선거사무실에서 이정미 대표(오른쪽)를 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왼쪽은 심상정 의원. /연합뉴스
여야가 3일 치러진 4·3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1 대 1 무승부를 거뒀다. 이번 선거는 국회의원 2명을 뽑는 ‘미니 보궐선거’였지만, 문재인 정부와 여야 5개 정당의 정치적 명운이 걸려 있었다는 게 정치권의 판단이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띠는 이번 선거에서 사실상 ‘경고장’을 받게 됐다. 여당임에도 경남 창원성산에 후보조차 내지 못했고, 통영고성을 내주게 돼 ‘패배’란 성적표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정부와 여당을 향한 PK(경남·부산) 지역의 분노의 민심이 담긴 투표 결과”라고 평가했다.

PK 보선 '1 대 1'…경고장 받은 與, '문재인 정부 견제' 동력 확보한 한국당
역대 최고치 기록한 투표율

이날 오후 11시30분 현재 창원성산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여영국 정의당 후보는 45.75%를 득표해 2위인 강기윤 자유한국당 후보(45.21%)를 앞섰다. 통영고성은 정점식 한국당 후보가 59.00%의 표를 얻어 양문석 민주당 후보(37.17%)를 따돌렸다.

PK 지역 민심 풍향계가 될 이번 선거에서 승부를 가른 결정적 변수는 투표율이었다. 지난달 29~30일 이틀간 치러진 사전투표는 투표율이 14.37%로, 역대 재·보선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본 투표일인 3일 투표율은 창원성산 선거구와 통영고성 선거구 모두 51.2%를 나타냈다.

이날 여야는 개표 직후부터 50%가 넘는 투표율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여 후보는 개표 초반부터 강 후보에게 줄곧 뒤지다가 개표 마무리를 앞두고 뒤집기를 이뤄냈다. 창원성산에서 정의당과 후보 단일화를 이뤄낸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창원은 젊은 층 투표가 의외로 많아 투표율이 낮지 않다. 여권이 더 많은 표를 얻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한국당은 창원을 중심으로 한 경남 지역의 어려운 경제 여건이 ‘정권 심판론’에 불을 지펴 ‘PK 석권’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당 소속 의원들이 총출동해 투표의 중요성을 알리려 노력한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정점식 자유한국당 당선자(오른쪽)가 4·3 보궐선거 통영고성 선거구에서 승리한 뒤 선거 사무실에서 지지자들과 손을 맞잡아 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왼쪽은 부인 최영화 씨.  /연합뉴스
정점식 자유한국당 당선자(오른쪽)가 4·3 보궐선거 통영고성 선거구에서 승리한 뒤 선거 사무실에서 지지자들과 손을 맞잡아 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왼쪽은 부인 최영화 씨. /연합뉴스
민주당에 경고 내린 PK 민심

보수 텃밭인 PK 지역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며 보수 일변도에 균열이 생겼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전국 최상위권을 달리는 등 민심이 격변하고 있다.

한국당과 정의당은 기존 지역구를 지켜 나쁠 게 없다는 평가다. 반면 민주당에는 뼈아픈 결과다. 통영고성의 경우 보수정당 국회의원만 배출된 ‘보수 텃밭’이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서 두 곳 모두 민주당 소속 기초자치단체장이 당선되면서 해볼 만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정 후보가 압승하며 민주당에 ‘참패’를 안겼다.

이번 4·3 보선 결과에 대해 지역에서는 민주당에 대한 PK 지역 유권자들의 경고장이라고 보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한국당은 이번 선거에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정책과 인사 문제를 집중 거론하며 ‘정권심판론’을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당장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 그림을 새로 그려야 할 상황을 맞게 됐다고 분석했다.

‘제4 교섭단체’의 등장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의 지역구였던 창원성산에서 여 후보가 승리하면서 노 전 의원의 사망으로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의석 20석)을 채우지 못해 자연스레 깨졌던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도 조만간 재구성될 전망이다.

여당인 민주당은 ‘교섭단체 4당 체제’가 나쁠 게 없다는 분석이다. 선거제 개혁을 놓고 한국당을 포위하는 3 대 1의 구도를 만들 수 있고, 바른미래당이 한국당과 공조를 같이하더라도 적어도 2 대 2의 구도로 여야 협상 과정에서 최소한의 균형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제 패스트트랙 도입 등 복잡한 국회 상황을 감안할 때 여권에 우호적인 교섭단체가 하나 더 등장한 것은 한국당에 불리한 상황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개표 후 “선거의 민심을 받들어 민생 안정과 경제 활성화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당도 황교안 대표 체제가 들어선 후 첫 승부처였던 창원성산에서 비록 졌지만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얻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황 대표가 창원성산에 상주하며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선거를 치른 것을 감안하면 보수 리더로서 ‘황교안 효과’가 어느 정도 입증됐다는 분석이다. 여권에 밀려 고전했던 한국당은 “내년 총선에서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회복한 분위기다. 황 대표는 개표 직후 “무너져가는 민생을 살리고 경제를 회복하라는 숙제를 창원 시민들이 주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종필/하헌형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