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부동산도 유튜브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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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광고보다 효과 좋아" 중개업소까지 진출
"여기 사세요"·"무조건 폭락"…신뢰도는 '글쎄'
"여기 사세요"·"무조건 폭락"…신뢰도는 '글쎄'
“딸에게 뭘 좀 찾아보라고 했더니 유튜브에서 검색을 하더라고요. 당연히 네이버부터 켤 줄 알았는데….”
초등생 자녀를 둔 직장인 김모 씨(39)의 말이다. ‘글 대신 영상으로’. 구글의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삶의 깊숙히 스며들고 있다. 올해는 초등학생들의 희망직업 순위권에도 올랐을 정도다. 유튜브에서 뜨면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까닭이다.
그래서 요즘 유튜브엔 없는 게 없다. 게임과 여행, 맛집 탐방처럼 간단히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부터 자영업 경험이나 전문강의 등 깊이 있는 자료까지 쏟아지고 있다. 부동산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유명 전문가들과 기업, 공인중개사들도 속속 유튜브로 뛰어들고 있다.
◆유튜브도 ‘부동산 열풍’
부동산업계에 유튜브 바람이 분 건 비교적 최근이다. 유튜브가 유행처럼 번지는 와중에 마침 집값도 급등한 영향이다. 초기엔 오프라인 전문가나 유명 강사들이 주로 활동했지만 요즘엔 신분과 직책을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추세다. 진입장벽이 없어서다. 광고 재생수익과 유명세는 덤이다. 일부는 이미 수십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해 부동산시장에서 신문이나 방송 못지않은 강력한 영향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인 부동산 ‘유튜버(유튜브 크리에이터)’는 ‘TV붇옹산’을 운영하는 강영훈 부동산스터디 카페 대표(필명 ‘붇옹산’)다. 네이버에서 회원수 65만명의 국내 최대 부동산 카페를 운영하는 그는 유튜브에서도 4만5000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다. 2012년 채널을 만들어 벌써 7년째 운영 중이다. 매일 나오는 신문기사들의 내용을 구독자들에게 설명해주고 재개발 등 정비사업 관련 제도를 해설해주는 게 주요 내용이다. 강 대표는 “부동산뉴스를 소개하다 보면 스스로의 부동산 공부나 흐름 읽기에도 도움이 돼 꾸준히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며 “편집자가 선택한 메인에 걸리지 않으면 조회수가 올라가지 않는 국내 동영상 서비스들과 달리 유튜브는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제공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태익 씨는 부동산 유튜버 가운데 가장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부동산 읽어주는 남자’ 채널은 23만명이 꾸준히 영상을 받아보고 있다. 실시간 방송을 하면서 시청자들과 채팅 등으로 대화를 나눈 뒤 이를 재편집해 올리는 방식이다. 이 채널의 ‘절대로 전세 사지 마라’편은 179만명이나 시청했다. 웬만한 아이돌 뮤직비디오 못지않은 조회수다.
건설사 출신인 이종원 아포유(아파트포유) 대표는 이미 유튜브 유명인사다. ‘아포유’ 유튜브 채널은 3만6000명이 구독하고 있다. 이 대표는 “유튜브 독자들은 30분 이상 긴 영상이나 너무 무거운 주제는 꺼리는 경향이 있어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기는 힘들다”면서도 “7~8분 이내 짧은 영상의 경우 다른 플랫폼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말했다. ◆“포털 매물 광고보다 효과 커”
최근엔 공인중개사들도 광고 플랫폼으로 유튜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드론 촬영을 통해 주변 인프라를 소개하거나 아파트 실내, 커뮤니티를 찍어 올리면 고객에게 생동감 있게 전달할 수 있어서다. 서울 가락동에서 중개업소를 운영 중인 이하성 헬리오1등공인 대표는 유튜브 ‘오늘의 경매’ 채널에 새 입주 아파트 영상을 올려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 대표는 “사진보다 전달력이 높다 보니 내부 촬영 영상을 보고와서 계약하자는 고객들이 많았다”며 “포털이나 부동산 중개플랫폼은 유료광고를 해도 계약을 한 번 이루기 힘들지만 유튜브는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고 소개했다.
건설사들도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방치해두던 유튜브 채널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자사 시공 아파트와 브랜드를 소개하면서 홍보 효과를 보기 위해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신길뉴타운아이파크’ 등 최근 입주한 단지들의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소개했다. 홍보팀 직원들이 직접 촬영에 나섰다. GS건설은 부동산 전문가들이 출연하는 채널 개설 계획을 꾸렸다. 현대건설은 배우들을 섭외해 웹드라마를 연재 중이다. 유튜브에서 가장 인기있는 콘텐츠가 웹드라마인 까닭이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 외에도 광고재생을 통해 수익을 올리거나 대외적인 인지도를 쌓을 수 있는 게 유튜브의 장점이다. 영상 광고는 일정 구독자와 누적 재생시간 요건을 갖추면 달 수 있다. 구글이 조회수와 평균 시청시간 등을 따져 매달 입금해준다. 적게는 수십만원부터 많게는 수백, 수천만원까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영상과 연계해 아예 개별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도 있다.
네이버 등 국내 영상플랫폼 사업자들이 콘텐츠 생산자들에 대한 보상에 인색한 것도 유튜브 쏠림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영훈 대표는 “텍스트 중심의 블로그와 카페의 경우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생산한다 해도 결국 네이버만 돈을 버는 구조”라며 “영상에서도 크레이에터들에게 수익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는 똑같은 실수를 한 탓에 유튜브로 더욱 쏠림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원 대표는 “유튜브는 다른 플랫폼들과 서비스 방식에도 큰 차이가 있다”며 “사용자별 패턴을 분석해 맞춤 영상 추천을 하기 때문에 누구든 많은 구독자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폭락으로 먹고 살아”…신뢰도는 문제
하지만 우려도 많다. 신뢰도를 담보할 수 없어서다. 한 유튜버는 “전문가를 자처하며 날마다 유튜브에 새롭게 등장하는 이들이 과거에 어떤 일을 했던 사람인지 알 길이 전혀 없다”면서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근거 없는 ‘폭락론’ 등 시장에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도 문제다. 자극적인 내용일수록 많이 소비되다 보니 섬네일(미리보기 사진)부터 영상 내용까지 허무맹랑한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도배하는 유튜버들도 있다. 부동산 유튜브를 운영 중인 A씨는 “폭락론자들은 수년 전부터 저주에 가깝게 폭락을 부르짖다가 올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자 더욱 탄력받는 모양새”라며 “부동산에 대한 대중의 상대적 박탈감을 돈벌이에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어디가 망했다더라’ 식의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까닭에 현장에서 피해를 보는 일이 많다”며 “이 때문에 일부 유튜버는 소송을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나친 상업화로 정보의 본질이 흐려지기도 한다. 컨설팅업체들이 대표적이다. 재개발 예정구역에 빌라를 지은 뒤 케이블방송 등에서 추천해 이를 판매하던 방식이 그대로 유튜브로 옮겨오고 있다. 토지 등을 속여 파는 기획부동산도 많다. 부동산 유튜버 B씨는 “유튜브에 떠도는 콘텐츠는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 많기 때문에 자칫 큰 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추천 지역이나 매물 등에 현혹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초등생 자녀를 둔 직장인 김모 씨(39)의 말이다. ‘글 대신 영상으로’. 구글의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삶의 깊숙히 스며들고 있다. 올해는 초등학생들의 희망직업 순위권에도 올랐을 정도다. 유튜브에서 뜨면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까닭이다.
그래서 요즘 유튜브엔 없는 게 없다. 게임과 여행, 맛집 탐방처럼 간단히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부터 자영업 경험이나 전문강의 등 깊이 있는 자료까지 쏟아지고 있다. 부동산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유명 전문가들과 기업, 공인중개사들도 속속 유튜브로 뛰어들고 있다.
◆유튜브도 ‘부동산 열풍’
부동산업계에 유튜브 바람이 분 건 비교적 최근이다. 유튜브가 유행처럼 번지는 와중에 마침 집값도 급등한 영향이다. 초기엔 오프라인 전문가나 유명 강사들이 주로 활동했지만 요즘엔 신분과 직책을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추세다. 진입장벽이 없어서다. 광고 재생수익과 유명세는 덤이다. 일부는 이미 수십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해 부동산시장에서 신문이나 방송 못지않은 강력한 영향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인 부동산 ‘유튜버(유튜브 크리에이터)’는 ‘TV붇옹산’을 운영하는 강영훈 부동산스터디 카페 대표(필명 ‘붇옹산’)다. 네이버에서 회원수 65만명의 국내 최대 부동산 카페를 운영하는 그는 유튜브에서도 4만5000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다. 2012년 채널을 만들어 벌써 7년째 운영 중이다. 매일 나오는 신문기사들의 내용을 구독자들에게 설명해주고 재개발 등 정비사업 관련 제도를 해설해주는 게 주요 내용이다. 강 대표는 “부동산뉴스를 소개하다 보면 스스로의 부동산 공부나 흐름 읽기에도 도움이 돼 꾸준히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며 “편집자가 선택한 메인에 걸리지 않으면 조회수가 올라가지 않는 국내 동영상 서비스들과 달리 유튜브는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제공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태익 씨는 부동산 유튜버 가운데 가장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부동산 읽어주는 남자’ 채널은 23만명이 꾸준히 영상을 받아보고 있다. 실시간 방송을 하면서 시청자들과 채팅 등으로 대화를 나눈 뒤 이를 재편집해 올리는 방식이다. 이 채널의 ‘절대로 전세 사지 마라’편은 179만명이나 시청했다. 웬만한 아이돌 뮤직비디오 못지않은 조회수다.
건설사 출신인 이종원 아포유(아파트포유) 대표는 이미 유튜브 유명인사다. ‘아포유’ 유튜브 채널은 3만6000명이 구독하고 있다. 이 대표는 “유튜브 독자들은 30분 이상 긴 영상이나 너무 무거운 주제는 꺼리는 경향이 있어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기는 힘들다”면서도 “7~8분 이내 짧은 영상의 경우 다른 플랫폼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말했다. ◆“포털 매물 광고보다 효과 커”
최근엔 공인중개사들도 광고 플랫폼으로 유튜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드론 촬영을 통해 주변 인프라를 소개하거나 아파트 실내, 커뮤니티를 찍어 올리면 고객에게 생동감 있게 전달할 수 있어서다. 서울 가락동에서 중개업소를 운영 중인 이하성 헬리오1등공인 대표는 유튜브 ‘오늘의 경매’ 채널에 새 입주 아파트 영상을 올려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 대표는 “사진보다 전달력이 높다 보니 내부 촬영 영상을 보고와서 계약하자는 고객들이 많았다”며 “포털이나 부동산 중개플랫폼은 유료광고를 해도 계약을 한 번 이루기 힘들지만 유튜브는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고 소개했다.
건설사들도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방치해두던 유튜브 채널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자사 시공 아파트와 브랜드를 소개하면서 홍보 효과를 보기 위해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신길뉴타운아이파크’ 등 최근 입주한 단지들의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소개했다. 홍보팀 직원들이 직접 촬영에 나섰다. GS건설은 부동산 전문가들이 출연하는 채널 개설 계획을 꾸렸다. 현대건설은 배우들을 섭외해 웹드라마를 연재 중이다. 유튜브에서 가장 인기있는 콘텐츠가 웹드라마인 까닭이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 외에도 광고재생을 통해 수익을 올리거나 대외적인 인지도를 쌓을 수 있는 게 유튜브의 장점이다. 영상 광고는 일정 구독자와 누적 재생시간 요건을 갖추면 달 수 있다. 구글이 조회수와 평균 시청시간 등을 따져 매달 입금해준다. 적게는 수십만원부터 많게는 수백, 수천만원까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영상과 연계해 아예 개별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도 있다.
네이버 등 국내 영상플랫폼 사업자들이 콘텐츠 생산자들에 대한 보상에 인색한 것도 유튜브 쏠림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영훈 대표는 “텍스트 중심의 블로그와 카페의 경우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생산한다 해도 결국 네이버만 돈을 버는 구조”라며 “영상에서도 크레이에터들에게 수익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는 똑같은 실수를 한 탓에 유튜브로 더욱 쏠림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원 대표는 “유튜브는 다른 플랫폼들과 서비스 방식에도 큰 차이가 있다”며 “사용자별 패턴을 분석해 맞춤 영상 추천을 하기 때문에 누구든 많은 구독자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폭락으로 먹고 살아”…신뢰도는 문제
하지만 우려도 많다. 신뢰도를 담보할 수 없어서다. 한 유튜버는 “전문가를 자처하며 날마다 유튜브에 새롭게 등장하는 이들이 과거에 어떤 일을 했던 사람인지 알 길이 전혀 없다”면서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근거 없는 ‘폭락론’ 등 시장에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도 문제다. 자극적인 내용일수록 많이 소비되다 보니 섬네일(미리보기 사진)부터 영상 내용까지 허무맹랑한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도배하는 유튜버들도 있다. 부동산 유튜브를 운영 중인 A씨는 “폭락론자들은 수년 전부터 저주에 가깝게 폭락을 부르짖다가 올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자 더욱 탄력받는 모양새”라며 “부동산에 대한 대중의 상대적 박탈감을 돈벌이에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어디가 망했다더라’ 식의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까닭에 현장에서 피해를 보는 일이 많다”며 “이 때문에 일부 유튜버는 소송을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나친 상업화로 정보의 본질이 흐려지기도 한다. 컨설팅업체들이 대표적이다. 재개발 예정구역에 빌라를 지은 뒤 케이블방송 등에서 추천해 이를 판매하던 방식이 그대로 유튜브로 옮겨오고 있다. 토지 등을 속여 파는 기획부동산도 많다. 부동산 유튜버 B씨는 “유튜브에 떠도는 콘텐츠는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 많기 때문에 자칫 큰 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추천 지역이나 매물 등에 현혹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