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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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고성·속초에서 발생한 산불로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위기대응 컨트롤타워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이석(離席)을 막고 질의를 이어갔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4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청와대 업무보고를 하기 위해 출석한 상태였다.

고성과 인제 등 강원도 곳곳에서 산불이 급격하게 번지면서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는 첫 언론 보도가 나온 것이 오후 7시 55분쯤이었다.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는 저녁식사 후 오후 9시 20분쯤 재개됐다.까지 진행된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영표 운영위원장은 "지금 고성 산불이 굉장히 심각한 것 같다. 속초 시내에서 민간인들을 대피까지 시키고 있다"면서 "(정 실장은) 위기대응의 총책임자다. 그래서 양해를 구했는데도 (이석은) 안 된다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참석한 홍영표와 나경원/사진=연합뉴스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참석한 홍영표와 나경원/사진=연합뉴스
이에 나 원내대표는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위원장께 심한 유감을 표한다. 위원장이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은 운영위원장으로서다. 여당 원내대표가 아니다"라며 "운영위원장으로서 공정하게 진행해 달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도 정의용 실장을 빨리 보내고 싶다. 정의용 실장이 부득이 (의원들이) 한번씩 질문할 때까지 계시고, 관련된 비서관들은 모두 가도 된다 했다”면서 “(홍영표 위원장이) 순서를 조정해서 우리 야당 의원들이 먼저 (질의)하게 했으면 조금이라도 빨리 갔을 것”이라며 책임을 돌렸다.

그러면서 “마치 우리가 뭔가 방해하는 것인 양 말하면 안 된다”면서 “청와대 사람들을 보기 쉬운가. (올해) 처음 하는 업무 보고니 그렇게 얘기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화재진압 작업 벌이는 의용소방대원 (사진=연합뉴스)
화재진압 작업 벌이는 의용소방대원 (사진=연합뉴스)
업무보고는 그대로 진행됐고, 홍영표 운영위원장은 발언 시간을 넘긴 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너무하다”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모니터를 켜서 속보를 한번 보시라. 화재 3단계까지 발령됐다”면서 “이런 위기 상황에는 책임자가 이석을 하게 하는 그런 정도의 문제 의식을 함께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의용 실장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질의를 더 받다가 이날 오후 10시 38분이 되어서야 국회를 떠나 청와대로 향했다.

이에 대해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5일 오전 현안 서면 브리핑을 통해 "강원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속초 시내까지 번지면서 소방당국에 비상이 떨어지고 강원도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와중에도 한국당 의원들은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천하태평이었다"면서 "홍영표 원내대표가 고성산불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 위기대응의 총책임자인 정의용 실장은 보내주자고 자유한국당에 수차례 요청했음에도,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원들이 한번 씩 질의할 때까지는 있어야 한다. 순서를 바꿔 야당의원들부터 질의하게 하면 좀 더 빨리 갈 것 아니냐'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의용 실장이 강원도 산불 진압에 매진하는 것이 급한지, 한국당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는 것이 급한지 국민들께 여쭤보라"면서 "세월호 참사때나 지금이나 국가 재난 관리에 대한 한국당의 인식은 달라진 것 없이 여전히 불감증 수준에 머물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전날 불거진 정의용 안보실장 이석 논란에 관해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여당에서는 업무보고를 시작하고 계속해서 정 실장이 한미정상회담 준비를 해야 하니 빨리 이석하게 해달라고 했다"라며 "오후 7시 45분쯤에 정회를 할 때까지도 산불로 인한 이석 얘기는 안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 오후 9시 20분에 다시 회의를 속개했고 오후 9시 30분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불이 났는데 정 실장을 보내야 되지 않겠냐고 했다"라며 "유감스러운 게 그 당시 산불 심각성을 말하고 이석에 대한 양해를 구했어야 했는데 저희로서는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라고 해명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