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과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이 함께 내놓은 주식 계좌 개설 서비스가 출시 10일 만에 계좌 수 35만 개를 넘기며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투증권의 성공으로 증권사와 정보기술(IT) 기업 간 합종연횡 및 플랫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투證-카뱅 협업 '대박 조짐'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주식 계좌 개설 서비스를 통해 만들어진 한투증권 계좌 수가 이날 35만 개를 넘어섰다. 한투증권과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6일 업계 최초로 증권사와 인터넷전문은행 간 협업을 통한 주식 계좌 개설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뱅크 최대주주는 한투증권의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지분율 50%)다.

카카오뱅크 주식 계좌 개설 서비스는 기존 증권사 앱(응용프로그램)에 비해 신청 절차가 훨씬 간단한 점이 특징이다. 증권사 앱에서 주식 계좌를 개설하려면 성명·주소 등 개인정보를 별도로 입력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카카오뱅크에서는 은행 계좌 개설 당시 입력해둔 정보만으로도 바로 주식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이달 말까지 계좌를 처음 만든 고객은 2만원 즉시 입금, 온라인 거래수수료 평생 무료 등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카카오뱅크를 통해 유입되는 고객 수가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자 한투증권은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한투증권은 2006년 10월 주요 시중은행과 연계한 비대면 주식계좌 개설 서비스인 ‘뱅키스’를 출시했다. 지난달 말까지 뱅키스를 통해 개설된 계좌 수는 80만 개 수준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뱅크를 거쳐 개설된 계좌 수가 불과 10일 만에 올해로 출시 13주년을 앞둔 뱅키스 계좌 수의 절반에 육박했다는 얘기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 플랫폼의 영향력이 증권업에서도 크다는 점을 실감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카카오뱅크가 주식 계좌 이벤트를 시작한 직후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선 ‘카뱅에서 주식 계좌를 만들면 현금 2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 계좌를 개설하면 현금이나 이에 준하는 경품을 주는 이벤트는 다른 증권사도 여러 경로를 통해 해왔다”며 “결국 플랫폼의 차이가 성공 여부를 갈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기준 카카오뱅크 가입자 수는 891만 명에 달한다.

‘IT 플랫폼과의 협업’이 증권업계에서 화두로 떠오르면서 주요 증권사들은 경쟁적으로 IT 기업과 제휴한 서비스 및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각각 네이버, NHN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개설 서비스를 출시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2월 카카오페이 연계 CMA 발행어음 상품을 내놓은 데 이어 지난 2일부턴 KT가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함께 주식 계좌 개설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형주/이고운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