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 '부정 청탁' 인정 여부가 최대 쟁점…2심 판단 엇갈려
승마 지원 뇌물혐의도 쟁점…"마필 자체가 뇌물" vs "무상사용 이익이 뇌물"
'박근혜·이재용·최순실 상고심' 막바지 법리검토…선고 임박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피고인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상고심 재판을 심리 중인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핵심 쟁점을 두고 막바지 법리검토에 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이 부회장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가 상당 부분 진척돼 이르면 이달 내에 선고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통상 전원합의체 선고일정은 선고 10일 전에 확정되는 만큼 박 전 대통령의 구속 기간이 만료되는 16일 전에는 선고가 내려지기 어려운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다만 쟁점에 관한 대법관들의 논의가 충분히 이뤄진 만큼 이달 내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사건의 최대 쟁점은 제삼자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인정할 수 있는지다.

제삼자 뇌물수수 혐의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공모해 이 부회장의 그룹 승계작업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삼성이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원, 미르·케이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의 뇌물을 공여하게 했다는 내용이다.

제삼자 뇌물수수죄는 일반 뇌물죄와 달리 '부정한 청탁'이 존재해야 처벌이 가능한데,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2심 재판부, 이 부회장의 2심 재판부는 엇갈린 판단을 내놨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2심 재판부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작업과 관련해 이 부회장의 '묵시적 청탁'이 존재했다고 판단하고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된 16억원을 뇌물이라고 봤다.

다만 미르·케이스포츠재단에 건네진 204억원은 삼성이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준 돈으로 보고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반면 이 부회장의 2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그룹 승계작업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묵시적 청탁이 존재할 수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동계스포츠영재센터와 미르·케이스포츠재단에 준 돈 모두가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박근혜·이재용·최순실 상고심' 막바지 법리검토…선고 임박
같은 사안을 두고 각 재판부의 판결이 엇갈리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최대 관심사가 됐다.

다만 법리적 쟁점만을 심리하는 '법률심' 역할을 하는 대법원이 소위 '사실심'이라 불리는 하급심 재판부의 사실관계 판단에 관여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논란이 된다.

통상 대법원은 사실심이라 불리는 하급심의 사실관계 판단에 대해서는 이를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별도 심리를 하지 않는다.

다만 사실관계에 대한 하급심의 판단이 '하급심 재판부의 재량적 판단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원칙인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판단되면 예외적으로 심리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법조계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사례가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묵시적 청탁의 존재 여부를 두고 양립할 수 없는 두 판결을 함께 심리하는 것인 만큼 어느 쪽이 옳은 판단이라는 결론을 반드시 내릴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는 이 부회장의 2심 선고 후 새로 불거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태를 주목하고 있다.

분식회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당시 삼성에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이 존재했다는 정황증거가 될 수 있고, 이로 인해 묵시적 청탁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이 부회장은 항소심 재판을 다시 받아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상황에 따라서는 파기환송심을 통해 이 부회장이 다시 구속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뒤따른다.

반대로 묵시적 청탁이 없었다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단할 경우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항소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된다.

무죄로 판단되는 혐의가 늘어나기 때문에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은 박 전 대통령과 징역 20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은 최씨의 형량이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다.
'박근혜·이재용·최순실 상고심' 막바지 법리검토…선고 임박
삼성그룹의 승마 지원과 관련된 뇌물수수 혐의에서 마필과 관련한 뇌물액수를 어떻게 산정하는지도 핵심 쟁점이다.

삼성그룹이 최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지원한 승마 관련 용역대금 36억원, 마필, 마필 차량 등이 각각 뇌물로 인정될지를 두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결론을 내리게 된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2심 재판부는 각각 마필 자체를 '액수 미상의 뇌물'이라고 판단한 반면, 이 부회장의 2심 재판부는 마필을 무상으로 사용한 이익만큼을 뇌물로 판단했다.

법리적으로는 매우 의미가 크지만 두 판단 모두 승마 지원과 관련된 뇌물혐의를 인정한다는 취지여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어떤 판단을 내리더라도 형량에 미칠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