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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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에는 강남 재건축 분양 소식이 모처럼 쏟아지고 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은 작년부터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거래도 뜸한 상태다.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 3구의 충격은 급등한 상승폭 만큼이나 커지고 있다. 송파구는 '송파 헬리오시티'의 물량부담으로 시세가 하루가 다르게 급변중이다.

이러한 시장 상황 속에서 부동산의 법칙처럼 여겨지는 '강남불패'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부동산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2분기(4~6월) 중 서울 강남3구에서 10개 단지, 총 7502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10개 단지 가운데 6곳은 재건축, 3곳은 위례신도시, 나머지는 재개발을 통해 공급되는 단지다. 일반 분양은 3009가구가 나올 예정이다. 작년 같은 기간에 공급된 180가구는 물론, 최근 5년 동기간 가장 공급이 많았던 2016년(332가구) 보다도 약 10배 많은 물량이다.

과거 치열하게 이뤄졌던 수주전의 결실들이 분양으로 쏟아지는 시기가 됐다. 최근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구역에서 분양을 앞둔 현장을 가보면 조합들과 건설사들은 '추억'같이 수주전을 떠올리곤 한다. 3~5년 전의 치열했던 수주전과 막판 표심을 모으려고 했던 얘기들이 주를 이룬다. 일부는 영웅담같이 포장되기도 하고, 일부는 '너무 심했다'며 핀잔을 늘어놓기도 한다. 얘기의 말미엔 '그 땐 그랬지만 지금은 좀 아니지'로 마무리된다.

과연 그들의 말처럼 지금은 아닐까. 정부는 정비사업에서 시공사 선정과 관련된 비리에 대한 처분을 강화하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을 작년 10월13일부터 시행했다. 이번 주면 시행된 지도 6개월에 접어든다. 개정안에는 재건축·재개발 사업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건설업자가 금품 등을 제공할 경우 시공권이 박탈되는 강력한 규제가 담겼다. 건설사와 계약한 홍보업체가 금품 등을 제공했을 시에도 건설사가 동일한 책임을 지게 된다. 이른바 OS(outsourcing) 요원이라고 불리는 직원들을 통합 개별홍보도 원천 봉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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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업계에서는 일단 표면적으로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무리한 수주전에 뛰어들지 않고 있고, 정해진 일정만 소화하고 있다는 게 대형 건설사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편법지원과 일부 지역에서의 과열이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다. 수주전을 대신하는 자리는 수의계약이 채워넣기 시작했고 변종 이사비가 등장했다.

건설사들의 소극적인 참여로 유찰된 현장들은 빠르게 수의계약으로 전환되고 있다. 조합은 수의계약으로라도 사업을 빨리 진행하고 싶고, 건설사들 또한 수의계약이 나쁘지 않다는 요구들이 딱 맞아 떨어진 셈이다. 수의계약 전환시점이 기존 3회 유찰에서 2회 유찰로 줄다보니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가는 분위기다.

온도차는 있다. 1군 건설사와 지방 건설사, 서울과 지방 등에 따라서 말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더욱 심한 지방에서는 지역 건설업체들이 수주전에서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지역 업체들은 생존이 걸린 문제다보니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뛰고 있는 모양새다. 반면 1군 건설사들이 주로 참여하는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사업성이 애매한 경우에는 유찰되기 일쑤인데다 수주전이 아예 없는 분위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조합원들은 실망하면서도 사업을 서두르자면서 수의계약으로 돌리고 있다.

다소 조용한 수주전이 몇 개월째 반복되고 있다. 업계의 해석은 제각각이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책이 효과를 얻고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있는 반면 "조합원들만 고통받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가 도시정비사업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사유재산 행사를 막아선다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일부에서는 최근의 이러한 분위기가 얼마 못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누가 봐도 '대어(大魚)'인 서울 용산구 한남 3구역 수주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누가 봐도 수주전의 본게임은 한남뉴타운이다"라며 "과연 업계의 '클린 수주'가 말 뿐인지, 정말로 변했는지는 한남에서 모두 확인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남뉴타운에서 가장 큰 규모인 한남3구역은 최근 구청의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5816가구(임대 876가구)로 조성되는 이 사업은 추정 공사비만도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조합은 이르면 오는 10월 시공사 선정에 나설 예정이다. GS·대우·현대·포스코건설을 비롯해 대림산업, HDC현대산업개발 등 국내 내로라하는 건설사들이 수주전에 뛰어들 기세다. 그동안 '피라미'를 외면했던 건설사들이 '대어'에는 움찔할 지 행보가 주목된다.

*[김하나의 R까기]는 부동산(real estate) 시장의 앞 뒤 얘기를 풀어드리는 코너입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