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진단] 韓 물가상승률 OECD 최저 수준…"저물가 장기화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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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물가상승률 OECD 최저·식료품 4번째로 낮아…올 물가상승률 0.6% 전망도
디플레 우려에 당국은 선 긋기…유류세·최저임금·체감물가 놓고 고민 깊어져 0%대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주요 선진국 가운데서도 최하위권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디플레이션 여부를 판단할 수준은 아니지만, 저물가가 장기 추세가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비교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0.5% 상승하는 데 그쳐 36개 회원국 가운데 2번째로 낮았다.
한국보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낮은 곳은 일본(0.2%)뿐이었으며, 그리스(0.6%)와 아일랜드(0.6%), 포르투갈(0.9%)이 함께 0%대에 머물렀다.
수년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목표한 물가상승률에 도달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도 물가 상승률은 1.5%였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는 터키(19.7%)가 꼽혔다.
터키는 미국과의 통상갈등과 금융시장 불안 탓에 리라화 가치 추락 현상을 겪고 있는 국가다.
OECD 회원국 물가 상승률 평균치는 2.1%로 집계됐으며, 주요 7개국(G7)의 경우 1.3% 수준으로 모두 한국보다 한참 높았다.
에너지 물가 상승률만 따지면 한국이 OECD에서 가장 낮았다.
지난해 대비 하락한 국제유가 수준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은 여기에 유류세 한시 인하가 겹쳐서다.
한국의 에너지 물가는 전년 같은 달보다 5.9% 급락했다.
캐나다(-5.7%), 미국(-5.0%), 이스라엘(-1.3%), 포르투갈(-0.7%), 헝가리(-0.3%) 등도 내렸지만, 한국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6일부터 서민 부담을 덜겠다며 유류세를 15% 한시 인하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조치는 오는 5월이면 끝날 예정이지만, 최근 들어 국제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타고 전월 대비 국내 휘발윳값도 덩달아 상승한 상황이라 정부의 출구전략 고민이 깊어진 상황이다.
식료품 물가는 0.4% 상승해 역시 OECD 평균(2.3%)을 밑돌았다.
식료품 물가 상승률은 회원국 가운데 일본(-2.1%), 아일랜드(-0.7%), 뉴질랜드(-0.1%)에 이어 4번째로 낮았다.
앞으로의 관측도 그다지 밝지 않다.
주요 투자은행과 글로벌 경제 연구소의 전망을 살펴보면 ING그룹은 올해 한국의 물가성장률이 0.6%에 그칠 것이라며 가장 비관적인 관측을 내놨다.
UBS는 0.7%, IHS마킷과 노무라증권, 데카방크,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모두 0.8%의 상승률을 점쳤다. 주요국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저물가가 수개월째 이어지면서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초입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으로, 총체적인 수요 감소에 따라 소비·생산이 함께 줄어들고 경기가 나빠질 가능성을 키운다는 게 문제다.
통화 당국은 현 상황을 디플레이션으로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디플레이션은 원인과 거시경제 상황이 중요한데 우선 현재 물가 하락은 농축산물과 석유류 공급에 기인하는 것이고 상품·서비스 전반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두 요인을 제외하면 1% 중반의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플레이션은 심각한 경기 침체를 수반하는 것인데 현재 한국의 성장률은 잠재 성장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이 아니더라도 저물가 장기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디플레이션은 아니지만 (장기 저물가를) 우려할 필요는 있다"며 "물가상승이 느린 것은 확실한 상황이고 지금은 '총수요를 어떻게 근본적으로 높일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위험한 것은 사람들이 앞으로도 물가가 떨어질 것이라고 인식하는 상황"이라며 "저물가가 추세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통계청의 지표와 달리 실제로 국민들은 물가가 꾸준히 상승한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물가 인식(지난 1년간 소비자들이 인식한 물가 상승률 수준)은 지난 3월 기준 2.4%로, 3개월 연속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2016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2% 중반의 물가상승을 체감 중인 셈이다.
국민들이 자주 구매하는 물품과 통계청이 집계하는 460개 품목 가격 간의 괴리 탓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오히려 디플레이션보다는 경기둔화 속에서도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저임금이 상승했지만, 물가 상승률이 제자리걸음인 상황도 이례적이다.
통상 임금 상승은 물가를 밀어 올리는 주요 요인으로 보지만, 최저임금이 10.9% 인상된 상황에서도 물가는 여전히 0%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최저임금과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취업자 수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 교수는 "임금은 올랐지만, 일자리가 늘지 않아서 반영되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서비스업 가운데서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외식과 숙박업 분야가 조정 상태에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부는 주요국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물가지표와 상대적으로 높은 체감물가, 국제유가 상승 국면 속에 종료 시한을 맞는 유류세 인하, 최저임금의 물가 영향 등을 모두 고려해 물가 대응 정책을 짜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연합뉴스
디플레 우려에 당국은 선 긋기…유류세·최저임금·체감물가 놓고 고민 깊어져 0%대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주요 선진국 가운데서도 최하위권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디플레이션 여부를 판단할 수준은 아니지만, 저물가가 장기 추세가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비교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0.5% 상승하는 데 그쳐 36개 회원국 가운데 2번째로 낮았다.
한국보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낮은 곳은 일본(0.2%)뿐이었으며, 그리스(0.6%)와 아일랜드(0.6%), 포르투갈(0.9%)이 함께 0%대에 머물렀다.
수년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목표한 물가상승률에 도달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도 물가 상승률은 1.5%였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는 터키(19.7%)가 꼽혔다.
터키는 미국과의 통상갈등과 금융시장 불안 탓에 리라화 가치 추락 현상을 겪고 있는 국가다.
OECD 회원국 물가 상승률 평균치는 2.1%로 집계됐으며, 주요 7개국(G7)의 경우 1.3% 수준으로 모두 한국보다 한참 높았다.
에너지 물가 상승률만 따지면 한국이 OECD에서 가장 낮았다.
지난해 대비 하락한 국제유가 수준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은 여기에 유류세 한시 인하가 겹쳐서다.
한국의 에너지 물가는 전년 같은 달보다 5.9% 급락했다.
캐나다(-5.7%), 미국(-5.0%), 이스라엘(-1.3%), 포르투갈(-0.7%), 헝가리(-0.3%) 등도 내렸지만, 한국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6일부터 서민 부담을 덜겠다며 유류세를 15% 한시 인하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조치는 오는 5월이면 끝날 예정이지만, 최근 들어 국제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타고 전월 대비 국내 휘발윳값도 덩달아 상승한 상황이라 정부의 출구전략 고민이 깊어진 상황이다.
식료품 물가는 0.4% 상승해 역시 OECD 평균(2.3%)을 밑돌았다.
식료품 물가 상승률은 회원국 가운데 일본(-2.1%), 아일랜드(-0.7%), 뉴질랜드(-0.1%)에 이어 4번째로 낮았다.
앞으로의 관측도 그다지 밝지 않다.
주요 투자은행과 글로벌 경제 연구소의 전망을 살펴보면 ING그룹은 올해 한국의 물가성장률이 0.6%에 그칠 것이라며 가장 비관적인 관측을 내놨다.
UBS는 0.7%, IHS마킷과 노무라증권, 데카방크,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모두 0.8%의 상승률을 점쳤다. 주요국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저물가가 수개월째 이어지면서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초입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으로, 총체적인 수요 감소에 따라 소비·생산이 함께 줄어들고 경기가 나빠질 가능성을 키운다는 게 문제다.
통화 당국은 현 상황을 디플레이션으로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디플레이션은 원인과 거시경제 상황이 중요한데 우선 현재 물가 하락은 농축산물과 석유류 공급에 기인하는 것이고 상품·서비스 전반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두 요인을 제외하면 1% 중반의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플레이션은 심각한 경기 침체를 수반하는 것인데 현재 한국의 성장률은 잠재 성장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이 아니더라도 저물가 장기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디플레이션은 아니지만 (장기 저물가를) 우려할 필요는 있다"며 "물가상승이 느린 것은 확실한 상황이고 지금은 '총수요를 어떻게 근본적으로 높일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위험한 것은 사람들이 앞으로도 물가가 떨어질 것이라고 인식하는 상황"이라며 "저물가가 추세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통계청의 지표와 달리 실제로 국민들은 물가가 꾸준히 상승한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물가 인식(지난 1년간 소비자들이 인식한 물가 상승률 수준)은 지난 3월 기준 2.4%로, 3개월 연속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2016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2% 중반의 물가상승을 체감 중인 셈이다.
국민들이 자주 구매하는 물품과 통계청이 집계하는 460개 품목 가격 간의 괴리 탓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오히려 디플레이션보다는 경기둔화 속에서도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저임금이 상승했지만, 물가 상승률이 제자리걸음인 상황도 이례적이다.
통상 임금 상승은 물가를 밀어 올리는 주요 요인으로 보지만, 최저임금이 10.9% 인상된 상황에서도 물가는 여전히 0%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최저임금과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취업자 수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 교수는 "임금은 올랐지만, 일자리가 늘지 않아서 반영되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서비스업 가운데서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외식과 숙박업 분야가 조정 상태에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부는 주요국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물가지표와 상대적으로 높은 체감물가, 국제유가 상승 국면 속에 종료 시한을 맞는 유류세 인하, 최저임금의 물가 영향 등을 모두 고려해 물가 대응 정책을 짜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