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회장 6년간 86억, 한동우 전 신한금융회장 5년간 94억 챙겨
주인 없는 금융지주사…임기 말년이면 벌어지는 회장·행장 이전투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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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사 회장들이 권력을 잡으면 100억원에 가까운 보수를 챙겨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차례 정도 연임을 가정했을 때 얘기다.

그러나 이들이 받아가는 돈 만큼 부가가치를 생산하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평가가 많다.

주인 없는 회사에서 주인 행세를 하면서 임기 내내 친정 체제를 구축하는 작업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 이자 장사하며 십억 훌쩍 넘는 연봉…연임하면 100억원 가져가
7일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등 국내 최대 금융지주들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보수가 가장 많은 금융지주 회장은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다.

김 회장은 급여와 상여금을 포함해 17억5천300만원을 받았다.

금융회사들은 2013년 사업보고서부터 5억원이 넘어가는 임원의 보수를 공개했는데, 이때부터 지난해까지 김 회장이 받은 보수가 총 86억2천700만원이다.

연봉 공개 제도가 미비했던 2012년에 회장 자리에 오른 것을 고려하면 지금까지 회장으로 받은 보수는 1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남은 임기(2021년)까지 계산하면 총 보수는 100억원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연봉 2위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으로 지난해 14억3천800만원을 받았다.

윤 회장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KB금융그룹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을 겸임했고 이후로는 회장직만 맡고 있다.

그동안 윤 회장이 받은 돈은 사업보고서에 공개된 것만 36억9천400만원이다.

2017년부터 신한금융지주를 이끄는 조용병 회장은 지난해 11억4천900만원을 받았다.

은행장에 올랐던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공개된 보수를 합하면 40억원에 육박한다.

금융지주 회장들의 임기는 통상 3년이다.

1차례만 연임에 성공해도 6년 동안 매년 십수억원의 보수를 챙겨가고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는 장기성과급을 나눠 받는다.

회장 연임 한 차례만 하면 100억원은 가져가는 구조인 것이다.

실제로 한동우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2011년 회장에 올라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한 전 회장의 보수가 공개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동안 그가 받은 돈은 94억1천800만원이다.

회장직에 있었지만, 보수가 공개되지 않은 2011~2012년 보수까지 고려하면 총 보수는 100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실적] 연임했다 하면 총보수 100억…재벌 부럽잖은 금융지주 회장
◇ 연임을 위한 친정 체제 구축이 1번 과제…지분 없이 오너 행세
문제는 금융지주 회장들이 이렇게 많은 돈을 받아가면서 그만큼 부가가치를 생산하느냐다.

금융지주 수익은 대부분 은행에 의존한다.

국내 은행은 정부가 지켜주는 진입장벽 안에서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이자 장사로 매년 수조원 또는 십수조원을 번다.

이렇다 할 혁신 없이 규제 속에서 은거하면서 막대한 보수를 챙겨간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지난해 신한과 하나, KB 회장의 보수는 전년 대비 늘었지만, 이들 회사의 주가는 2018년에만 20%가량 빠졌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특별한 혁신 없이 나라에서 보호해주는 산업으로 손쉽게 돈을 벌면서 십수억원의 연봉을 챙겨가는 것은 자질보다 더한 이익을 가져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히려 혁신보다는 취임과 함께 다음 연임을 위한 참호 구축에만 몰두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지주는 오너가 없는 회사여서 한번 회장에 오르면 막강한 권한을 휘두를 수 있다.

사외이사진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만 친정 체제로 구축하면 장기 집권이 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유일한 경쟁자라 할 수 있는 금융지주 권력 2위 은행장과 지주 회장의 볼썽사나운 권력 다툼이 항상 벌어진다.

2010년 '신한 사태'부터 2011년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이순우 우리은행장의 갈등, 2012년 ING생명 인수를 둘러싼 KB금융그룹 어윤대 회장과 임영록 사장의 갈등, 2014년 은행 주전산기 교체 문제로 불거진 'KB 사태' 등 금융지주 간 내부 갈등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신한금융 조 회장이 서열 2위인 위성호 신한은행장을 전격 교체하자 위 행장이 대놓고 불만을 표출한 사례도 있다.

금융권에서는 연임을 노리는 조 회장과 이 자리를 노리는 위 전 행장의 갈등이 올해 연말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나마 과거에는 금융당국이 강력한 입김으로 견제기능을 행사했지만, 최근에는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에 이마저도 힘을 잃고 있다.

2017년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당시 금융감독원장이 사실상 공개적으로 하나금융그룹의 '셀프 연임'을 비판했지만 김 회장은 유유히 3연임에 성공했다.

되레 하나금융 사장 재직 시절 채용 비리 의혹이 불거지며 최 원장이 낙마했다.

김용기 아주대 국제학부 교수는 "대기업 오너는 지분이라도 많지만, 금융지주 회장들은 주식도 몇주 안 갖고도 권한은 재벌처럼 휘두른다"고 꼬집었다.

그는 "금융지주 회장들은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장기 집권을 위한 자기 왕국 구축에 가장 큰 노력을 기울인다"며 "금융당국의 견제도 힘을 잃어 친정 체제 구축에만 성공하면 이들을 견제할 수 있는 곳이 사실상 전무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