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회의 전후 노동당 회의 가능성…김정은 내놓을 메시지 주목
[北최고인민회의] '하노이 이후' 北전략, 베일벗나…대미·경제 정책 관심
북한이 오는 11일 개최되는 최고인민회의 등을 계기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새롭게 가다듬은 대외·대내정책 방향을 공개할지 관심이 쏠린다.

최고인민회의를 전후해 실질적 정책결정 기구인 노동당의 회의가 열릴 가능성도 높게 점쳐져 다음 주가 북한의 '포스트 하노이' 노선을 가늠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고인민회의는 남한의 정기국회 격으로, 예산·결산과 국가직 인사 등의 안건을 처리하며 입법 권한을 갖고 있다.

다만 노동당이 결정한 정책 노선을 추인하고 예산 배정과 입법 등을 통해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이 최고인민회의를 전후해 노동당 정치국 회의나 당 중앙위 전원회의 등 노동당의 의사결정 기구를 소집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김정은 시대 들어 노동당의 기능을 정상화하며 최고인민회의에 앞서 당의 주요 회의를 열어 국가적 주요 의제를 논의하는 패턴을 정착시켜 왔다.

지난해에도 최고인민회의 이틀 전인 4월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당 정치국 회의가 열렸다.

당시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와 북미대화 전망을 분석·평가하며 대응방향을 제시하고 최고인민회의에 제출할 예·결산안을 논의했다.

최고인민회의 열흘 뒤인 4월 20일에는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열어 핵무력과 경제건설 병진노선을 종료하고 '경제건설 총력 집중'이라는 새 노선을 채택했다.

이번에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기로'에 선 북한이 노동당 회의를 통해 대응전략을 재정비하고, 회의결과 보도 등을 통해 미국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입을 열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최근 양강도 삼지연군과 강원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평안남도 양덕온천관광지구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건설사업 현장을 잇달아 방문하며 '자력갱생' 기조를 재확인했다.

원산 건설이 계획대로 추진되는 것은 "결코 조건과 형편이 용이해서가 아니라 자기의 힘, 자기의 피땀으로 진정한 행복과 훌륭한 미래를 창조해 가려는 우리 인민의 억센 의지와 투쟁에 의하여 이루어진 결과"라고 평가하고, 삼지연에서는 "적대세력들과의 치열한 계급투쟁, 정치투쟁"을 강조했다.

이번에도 김 위원장은 대북제재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한 체제 내구성과 결속력 강화에 일단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제집중 노선에 대한 의지를 변함없이 밝히고 있는 만큼, 대미 협상에서도 협상 중단 등 급격한 방향전환보다는 '양보 불가'를 내세우며 미국을 압박하는 기조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미 공동성명 이행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내부적으로 자력갱생을 재확인할 것"이라며 "미국이 지속해서 압박, 제재를 계속한다면 '새로운 길'을 갈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북미협상을 통한 제재 완화에 실패한 이후 경제난 타개 방안 등 북한의 대내정책 기조가 보다 구체화할 수 있다.

이번 회의는 새로 꾸려진 14기 대의원들이 처음으로 여는 정기회의다.

최근 북한은 매년 최고인민회의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2016~2020) 수행을 위한 전년도 '사업정형'과 해당 연도 '과업'을 논의해오고 있다.

올해도 이런 의제를 통해 대북제재 환경과 경제 현주소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인식과 대응책 등이 드러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대북제재의 영향이 전방위로 확산하며 북한 경제가 한층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해 왔다.

통일부는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업무현황 보고 자료에서 지난해 북·중 무역액이 전년 대비 50.8% 감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지난달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대의원 선거 결과 분석' 보고서에서 "거수기 역할에 한정되는 최고인민회의지만, 대내외 상황을 고려할 때 경제전략 방향을 비롯한 현실적인 의제를 (이번 회의에) 상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