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용 원자로 9∼12개월 내 완공"…이란 "비핵화 보호장치 부족" 불만
불붙은 사우디 원전 계획에 중동 긴장 고조…"핵확산 우려"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원전 개발 계획에 속도가 붙으면서 걸프 지역에서 핵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CNN방송은 6일(현지시간) 로버트 켈리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국장을 인용, 최근 촬영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사우디 리야드의 압둘아지즈국왕 과학기술도시(KACST)에서 진행 중인 실험용 원자로 건설이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켈리 전 국장은 이 원자로가 9개월에서 1년 이내에 완공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우디 정부는 그동안 IAEA에 원전 개발 계획을 공개하고 평화적 목적임을 강조해왔다.

CNN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가 원전 개발 계획을 밝힌 것은 9년 전이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석유 의존도를 낮추겠다며 차세대 개혁 청사진 '사우디 2030'을 제시한 이래 그 일환으로 원전 개발이 급속히 추진되고 있다.

사우디는 장기적으로 오는 2040년까지 원자력 발전량을 17기가와트(GW)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인데 이는 사우디 전체 전력 소비량의 15% 수준이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2.8GW 규모의 원전 2기를 도입하기로 하고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 5개국의 원전 사업자들을 상대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달 자국 기업들이 사우디에 원자력 기술을 판매할 수 있도록 자국 기업에 인가를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 의회에서는 사우디와 핵 기술을 공유하는 것이 자칫 중동 지역의 핵 군비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을 계기로 사우디가 믿을 수 있는 파트너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데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핵 비확산을 막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는지 확실치 않다는 점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해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사우디도 마찬가지로 핵무기를 만들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게다가 사우디는 핵연료를 엄격한 통제하에 수입하는 대신 핵연료를 자체 생산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우디와 '앙숙' 관계인 이란은 미국이 역내 핵 비확산을 보장할 충분한 보호장치 없이 사우디와 핵 기술을 거래하려 한다며 맹비난하고 있다.

지난달 알리 샴커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역내 일부 국가들이 "의심스러운 핵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며 이럴 경우 "우리는 국방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런 우려를 고려해 IAEA는 사우디가 원전을 건설하고 핵연료를 사용해 원전을 가동하게 되면 사찰 등 본격적인 개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켈리 전 IAEA 국장은 "그들(사우디)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서명한 이래 지난 30년간 면제받았다"며 사우디가 핵연료를 손에 넣으려면 "이제 방대한 문서 작업에 나서고 사찰에도 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우디가 건설 중인 실험용 원자로는 기술자 훈련을 목적으로 한 소규모 장치로, 전략상의 중요성은 없다"며 "핵무기를 만드는데 충분한 양의 플루토늄을 만들어내는데는 100년은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CNN은 사우디 정부가 원자력에너지 사업 계획을 제시하고 핵무기 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더라도 원자력 프로그램의 존재 자체가 걸프 지역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