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땐 "반대", 여당되자 "환영"…민주당 '내로남불 SOC'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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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도 선회한 與 의원들
총선 앞두고 'SOC 정책' 충돌
총선 앞두고 'SOC 정책' 충돌
“지역 현안 사업을 제때 실행하기 위한 전기가 마련됐다.”(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
정부가 지난 3일 예비타당성조사(예타)의 문턱을 완화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발표하자 여권에선 환영한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예타를 통과하지 못해 멈춰있던 지역 숙원 사업이 시작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야당 시절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앞장서서 반대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지적이 나온다.
야당 “선심성 정책 늘 것”
정부가 발표한 예타 개편안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7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대환영’이라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총선을 앞둔 선심성 예타 개편이라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조정식 의장은 “국토 균형 발전을 합리적으로 고려하고 삶의 질과 관련한 사회 가치를 반영할 기회”라고 반겼다. 혈세가 낭비될 것이란 지적에 대해선 “예타 전문성을 강화하기 때문에 방만 사업 추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개편안에는 그동안 예타 통과의 최대 방어막이었던 경제성 및 지역균형 발전 평가 항목 비중을 줄이거나 없애는 내용이 들어 있다. 최대 1년7개월이 소요되는 예타 작업을 최대 1년으로 줄였다.
예타 통과의 ‘장벽’이 낮춰지자 민주당 강세 지역인 수도권 의원들이 크게 반기고 있다. 백혜련·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가뭄에 단비”라고 했다. 개편안에는 ‘재원 확보 시 특별 배점 부여’ 항목이 포함돼 광역교통시설부담금이 확보된 신분당선 수원 구간 연장 사업의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둔 ‘혈세 퍼주기’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달 4일 “지난 20년 동안 예타는 재정 방파제 역할을 해왔다”며 “국가재정법을 개정해 재정 낭비를 막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권은희 바른미래당 정책위원회 의장도 7일 “선심성 사업이 늘어나 타당성이 약한 재정이 낭비되고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재정 낭비의 버팀목이었던 예타 제도를 주관하는 기획재정부가 당·청의 압박에 굴복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1월 21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예타 건수가 너무 많아 기다리는 데만 2, 3년 걸리고, 경제성 위주로 평가해 지역균형을 고려하지 않는 문제도 있다”고 기재부를 압박했다. 2017년 3월까지만 해도 예타 대상 확대, 신규 사업 억제 대책과 함께 SOC 투자는 ‘타당성이 검증된 시설 위주’로만 하겠다는 지침을 내놓았던 기재부는 불과 2년 만에 기준을 180도 바꿨다.
180도 달라진 예타 정책
정치권에선 여권의 이 같은 태도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당시 총 22조원의 예산이 투입된 4대강 사업도 예타 없이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당시 민주당은 예산을 짤 때마다 “SOC 사업은 배제하라”고 요구했다.
정권 초기에도 SOC를 통한 경기 부양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태도를 보였다. 2017년 5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인위적인 경기 부양에 반대했고, 그해 편성한 2018년도 SOC 예산은 전년보다 3조원(14%)가량 삭감한 19조원으로 책정됐다.
국회도 부정적이었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20대 국회 시작 당시인 2016년 예타 결과의 적정성을 국회예산처가 다시 한번 확인하자는 내용의 예타 강화 법안을 발의했다. 예타 평가가 부실하게 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는 처벌 조항도 담겨 있다.
조 의장도 2013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예타 결과 ‘타당성 없음’ 판정을 받은 23개 SOC 사업의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건 큰 문제”라며 “국회의 예타 검증 기능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예비타당성조사
대규모 공공사업의 취지와 경제성을 따져 국가 예산 누수를 막기 위해 1999년 만들어진 제도. 대규모 재정사업의 효율성과 재정건전성 확보에 크게 기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9~2016년 말 예타가 시행된 782건(333조원) 중 273건(136조원)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정부가 지난 3일 예비타당성조사(예타)의 문턱을 완화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발표하자 여권에선 환영한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예타를 통과하지 못해 멈춰있던 지역 숙원 사업이 시작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야당 시절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앞장서서 반대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지적이 나온다.
야당 “선심성 정책 늘 것”
정부가 발표한 예타 개편안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7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대환영’이라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총선을 앞둔 선심성 예타 개편이라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조정식 의장은 “국토 균형 발전을 합리적으로 고려하고 삶의 질과 관련한 사회 가치를 반영할 기회”라고 반겼다. 혈세가 낭비될 것이란 지적에 대해선 “예타 전문성을 강화하기 때문에 방만 사업 추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개편안에는 그동안 예타 통과의 최대 방어막이었던 경제성 및 지역균형 발전 평가 항목 비중을 줄이거나 없애는 내용이 들어 있다. 최대 1년7개월이 소요되는 예타 작업을 최대 1년으로 줄였다.
예타 통과의 ‘장벽’이 낮춰지자 민주당 강세 지역인 수도권 의원들이 크게 반기고 있다. 백혜련·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가뭄에 단비”라고 했다. 개편안에는 ‘재원 확보 시 특별 배점 부여’ 항목이 포함돼 광역교통시설부담금이 확보된 신분당선 수원 구간 연장 사업의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둔 ‘혈세 퍼주기’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달 4일 “지난 20년 동안 예타는 재정 방파제 역할을 해왔다”며 “국가재정법을 개정해 재정 낭비를 막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권은희 바른미래당 정책위원회 의장도 7일 “선심성 사업이 늘어나 타당성이 약한 재정이 낭비되고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재정 낭비의 버팀목이었던 예타 제도를 주관하는 기획재정부가 당·청의 압박에 굴복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1월 21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예타 건수가 너무 많아 기다리는 데만 2, 3년 걸리고, 경제성 위주로 평가해 지역균형을 고려하지 않는 문제도 있다”고 기재부를 압박했다. 2017년 3월까지만 해도 예타 대상 확대, 신규 사업 억제 대책과 함께 SOC 투자는 ‘타당성이 검증된 시설 위주’로만 하겠다는 지침을 내놓았던 기재부는 불과 2년 만에 기준을 180도 바꿨다.
180도 달라진 예타 정책
정치권에선 여권의 이 같은 태도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당시 총 22조원의 예산이 투입된 4대강 사업도 예타 없이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당시 민주당은 예산을 짤 때마다 “SOC 사업은 배제하라”고 요구했다.
정권 초기에도 SOC를 통한 경기 부양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태도를 보였다. 2017년 5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인위적인 경기 부양에 반대했고, 그해 편성한 2018년도 SOC 예산은 전년보다 3조원(14%)가량 삭감한 19조원으로 책정됐다.
국회도 부정적이었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20대 국회 시작 당시인 2016년 예타 결과의 적정성을 국회예산처가 다시 한번 확인하자는 내용의 예타 강화 법안을 발의했다. 예타 평가가 부실하게 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는 처벌 조항도 담겨 있다.
조 의장도 2013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예타 결과 ‘타당성 없음’ 판정을 받은 23개 SOC 사업의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건 큰 문제”라며 “국회의 예타 검증 기능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예비타당성조사
대규모 공공사업의 취지와 경제성을 따져 국가 예산 누수를 막기 위해 1999년 만들어진 제도. 대규모 재정사업의 효율성과 재정건전성 확보에 크게 기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9~2016년 말 예타가 시행된 782건(333조원) 중 273건(136조원)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