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가 역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관광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 조치가 여전한 가운데 그나마 회복세를 보이던 일본인 관광객마저 발길을 돌릴 경우 여행·호텔업계는 중국에 이어 일본 시장까지 위축되는 ‘이중고’를 피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은 국내 외국인 관광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주 고객군이다. 일본인 관광객을 주로 받는 한 인바운드 여행사 관계자는 “한국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인해 일본 내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불똥이 여행시장으로 튀지는 않을까 걱정부터 앞선다”고 말했다.

방한(訪韓) 일본인 관광객은 최근 3년 새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7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역대 최저인 183만7782명을 기록한 방한 일본인 관광객은 지난해 전년 대비 28% 늘어난 294만8527명을 나타냈다.

회복세는 올해 들어서도 이어져 지난 1~2월 두 달 동안 평균 25%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올해 방한 일본인이 역대 최대였던 2012년의 351만8792명을 넘어설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오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일 간 관광객 추이를 보면 양국 관계 악화가 여행에는 아직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국 관계 악화가 이 같은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한·일 양국 관광시장은 2014년을 기점으로 일본을 여행하는 한국인이 방한 일본인 관광객을 추월, 현재 2배 넘게 격차가 벌어졌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