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장 "생산성 역주행 車노조…'노사 공멸' 재앙 부를 것"
“한국이 왜 자동차 생산 5위 국가에서 7위로 떨어졌을까요. 임금 대비 생산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사진)은 한국 자동차산업이 ‘생산절벽’ 위기에 빠진 이유를 이렇게 진단했다. 정 회장은 7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한국 완성차업계의 1인당 평균 임금은 9072만원(2017년 기준)으로 일본 도요타(8390만원), 독일 폭스바겐(8303만원) 등 경쟁국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경쟁국보다 10~20% 더 길어 전형적인 고비용·저효율 구조에 빠졌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2015년까지 연간 자동차 생산 대수 5위를 지켰지만 지난해 7위로 주저앉았다. 올해는 한국 자동차산업 생태계 유지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400만 대 생산 여부도 불투명하다.

정 회장은 일부 완성차업체의 노동조합이 생산성을 더 낮추자고 요구하는 상황에 대해 “노사 모두 공멸하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는 노동 강도 완화와 인력 충원, 작업 전환 배치 요건 강화(노조 동의 의무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세계 최고로 올라간 임금 수준을 낮추지 않으려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며 “이를 역행하면 회사는 망가지고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낡은 임금 구조와 부족한 노동유연성에 대한 쓴소리도 했다. 정 회장은 “한국 자동차기업은 연공제(근무기간에 따라 임금·직급이 상승하는 제도)와 호봉제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데 비해 해외 자동차업체는 직무급제와 성과급제가 중심”이라며 “한국 기업들도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임금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신차를 생산라인에 투입하거나 공장 라인 간 물량을 조정할 때 노조 동의를 받아야 하는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유연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생산절벽 우려는 현실이 될 것”이라고 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