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우려 수위 높인 KDI…5개월 만에 "둔화→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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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만에 경기우려 수위 높여
생산·소비·투자·수출 줄하락
국내외 기관들 앞다퉈
올 성장률 전망치 낮춰
생산·소비·투자·수출 줄하락
국내외 기관들 앞다퉈
올 성장률 전망치 낮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국내 경제상황에 대해 ‘경기 부진’이란 진단을 내렸다. 작년 11월 ‘정체’에서 ‘둔화’로 판정한 지 5개월 만에 경기에 대한 우려 수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KDI는 7일 발간한 ‘KDI 경제동향’ 4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경기가 점차 부진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생산, 투자, 소비가 일제히 위축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KDI는 국내 경기에 대해 작년 8월까지는 ‘개선’ 추세로 판단했지만 10월부터는 ‘정체’란 표현을 쓰며 경기 하강을 예고했다.
김현욱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둔화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에서 부진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KDI는 경기 부진의 근거로 △민간소비 증가세 둔화 △설비투자 감소세 심화 △수출 감소세 지속 △광공업 생산 감소폭 확대 △서비스업 생산 증가폭 축소 등을 들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이날 각종 경기선행지수의 변화 추이와 경제성장률의 상관관계를 고려한 올해 2분기 성장률이 작년 2분기(연 2.8%)보다 1.0%포인트 떨어진 연 1.8%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연은 생산, 소비, 투자, 고용, 금융 등 경제 부문별 15개 지표의 최근 추이를 분석한 결과 하락(부진) 10개, 정체 5개로 상승(양호) 지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KDI, 경기부진 공식화…"하강속도 빨라질 수도"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현재의 경기 상황을 ‘둔화’에서 ‘부진’으로 끌어내린 건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다. 지난 한두 달 사이 통계청이 내놓은 생산·소비·투자·수출 지표가 일제히 ‘후진’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외국계 투자은행(IB)과 국제기구들이 앞다퉈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경제계 일각에선 시간이 흐를수록 경기 하강 속도와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의 선제적인 ‘경제 살리기’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책연구소도 ‘경기 부진’ 판정
KDI가 현 경기 상황을 ‘부진’으로 진단한 첫 번째 요인은 ‘대내외 수요 위축’이다. 생산에 이어 내수소비와 수출마저 꺾이자 당분간 경기를 상승세로 돌려세울 돌파구를 찾기 힘들다고 본 것이다. 작년 11월 ‘경기 둔화’ 선언 후 5개월 동안 생산·투자·소비 지표를 지켜본 결과 내놓은 결론이다.
최근 공개된 경제지표 중 좋아진 수치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2월 광공업 생산이 작년 동기에 비해 2.7% 줄어든 것을 비롯해 설비투자지수(-26.9%) 소비판매액지수(-2.0%) 건설기성액(-10.6%) 서비스업생산(0.0%) 등이 일제히 정체 또는 추락했다. 수출은 올 들어 줄곧 마이너스 행진이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올 2분기 성장률이 작년 2분기보다 1.0%포인트 떨어진 1.8%에 그치는 등 한국 경제가 내리막길을 탔다는 전망을 내놨다. 재고순환지수 소비자기대지수 등 향후 경기를 예측할 수 있는 8개 경기선행지수와 서비스업생산지수 소매판매액지수 등 현재의 경기상황을 진단할 수 있는 7개 지표를 분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경기선행지수는 1분기 뒤 성장률에 상당 부분 반영된다”며 “올 1~2월 경기선행지수 상승률이 1.2%에 그친 만큼 2분기 성장률은 작년 동기보다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률 전망 또 떨어지나
한국 경제가 부진에 빠지자 해외 IB는 물론 신용평가사, 국제기구 등도 앞다퉈 성장률 전망치를 내리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일본계 IB 노무라는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연 2.5%에서 2.4%로 낮춰 잡았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무디스(2.3%→2.1%)와 아시아개발은행(ADB·2.6%→2.5%)도 마찬가지였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올 들어 수출과 내수시장이 빠르게 위축되자 ‘불황이 시작됐다’는 위기감이 재계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며 “민간이 느끼고 있는 체감경기가 조만간 통계청 숫자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대로 두면 우리 경제는 ‘기업 실적 악화→투자 위축→고용·소비 감소→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덫에 걸릴 것”이라며 “금리 인하 등 단기 처방과 함께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란 근본적인 처방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상헌/이태훈 기자 ohyeah@hankyung.com
KDI는 7일 발간한 ‘KDI 경제동향’ 4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경기가 점차 부진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생산, 투자, 소비가 일제히 위축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KDI는 국내 경기에 대해 작년 8월까지는 ‘개선’ 추세로 판단했지만 10월부터는 ‘정체’란 표현을 쓰며 경기 하강을 예고했다.
김현욱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둔화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에서 부진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KDI는 경기 부진의 근거로 △민간소비 증가세 둔화 △설비투자 감소세 심화 △수출 감소세 지속 △광공업 생산 감소폭 확대 △서비스업 생산 증가폭 축소 등을 들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이날 각종 경기선행지수의 변화 추이와 경제성장률의 상관관계를 고려한 올해 2분기 성장률이 작년 2분기(연 2.8%)보다 1.0%포인트 떨어진 연 1.8%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연은 생산, 소비, 투자, 고용, 금융 등 경제 부문별 15개 지표의 최근 추이를 분석한 결과 하락(부진) 10개, 정체 5개로 상승(양호) 지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KDI, 경기부진 공식화…"하강속도 빨라질 수도"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현재의 경기 상황을 ‘둔화’에서 ‘부진’으로 끌어내린 건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다. 지난 한두 달 사이 통계청이 내놓은 생산·소비·투자·수출 지표가 일제히 ‘후진’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외국계 투자은행(IB)과 국제기구들이 앞다퉈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경제계 일각에선 시간이 흐를수록 경기 하강 속도와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의 선제적인 ‘경제 살리기’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책연구소도 ‘경기 부진’ 판정
KDI가 현 경기 상황을 ‘부진’으로 진단한 첫 번째 요인은 ‘대내외 수요 위축’이다. 생산에 이어 내수소비와 수출마저 꺾이자 당분간 경기를 상승세로 돌려세울 돌파구를 찾기 힘들다고 본 것이다. 작년 11월 ‘경기 둔화’ 선언 후 5개월 동안 생산·투자·소비 지표를 지켜본 결과 내놓은 결론이다.
최근 공개된 경제지표 중 좋아진 수치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2월 광공업 생산이 작년 동기에 비해 2.7% 줄어든 것을 비롯해 설비투자지수(-26.9%) 소비판매액지수(-2.0%) 건설기성액(-10.6%) 서비스업생산(0.0%) 등이 일제히 정체 또는 추락했다. 수출은 올 들어 줄곧 마이너스 행진이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올 2분기 성장률이 작년 2분기보다 1.0%포인트 떨어진 1.8%에 그치는 등 한국 경제가 내리막길을 탔다는 전망을 내놨다. 재고순환지수 소비자기대지수 등 향후 경기를 예측할 수 있는 8개 경기선행지수와 서비스업생산지수 소매판매액지수 등 현재의 경기상황을 진단할 수 있는 7개 지표를 분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경기선행지수는 1분기 뒤 성장률에 상당 부분 반영된다”며 “올 1~2월 경기선행지수 상승률이 1.2%에 그친 만큼 2분기 성장률은 작년 동기보다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률 전망 또 떨어지나
한국 경제가 부진에 빠지자 해외 IB는 물론 신용평가사, 국제기구 등도 앞다퉈 성장률 전망치를 내리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일본계 IB 노무라는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연 2.5%에서 2.4%로 낮춰 잡았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무디스(2.3%→2.1%)와 아시아개발은행(ADB·2.6%→2.5%)도 마찬가지였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올 들어 수출과 내수시장이 빠르게 위축되자 ‘불황이 시작됐다’는 위기감이 재계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며 “민간이 느끼고 있는 체감경기가 조만간 통계청 숫자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대로 두면 우리 경제는 ‘기업 실적 악화→투자 위축→고용·소비 감소→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덫에 걸릴 것”이라며 “금리 인하 등 단기 처방과 함께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란 근본적인 처방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상헌/이태훈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