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친환경' LNG발전소의 배신…알고보니 유해물질 대량배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동서발전, 내부보고서 '쉬쉬'
문제 알고도 저감조치 안해
인근 주민들 무방비로 노출
문제 알고도 저감조치 안해
인근 주민들 무방비로 노출
‘친환경’으로 알려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가 일산화탄소(CO), 미연탄화수소(UHC) 등 유해물질을 다량 배출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아파트 공원 등 도심 한가운데 지어진 LNG발전소가 유해가스를 내뿜으면서 주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한국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한국동서발전 내부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가 운영 중인 LNG발전소의 가스터빈 불완전연소 과정에서 유독가스인 일산화탄소가 최대 2000ppm(공기 분자 100만 개 중 일산화탄소 분자 2000개)까지 검출됐다. 환경부가 정한 소각시설 오염물질 허용기준인 50ppm의 40배에 달하는 양이다. 초미세먼지의 원인물질 중 하나로 꼽히는 미연탄화수소도 최대 7000ppm까지 측정됐다.
불완전연소는 발전소 시동을 껐다가 다시 켜는 시점에 저온 연소와 화염 불안정으로 발생한다. 자동차가 시동을 켜고 엔진을 공회전할 때 대기 오염물질을 내뿜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내에선 LNG 발전단가가 석탄과 원자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 전력 수요에 따라 발전소 가동을 수시로 중단하고 있다. LNG를 주 연료로 쓰는 발전소는 전국에 24개 있다.
보고서는 일산 LNG발전소에서 공해물질로 보이는 노란색 연기가 피어오른다는 민원이 잇따르자 원인을 찾기 위해 2017년 말 조사, 작성됐다. 한국동서발전은 보고서를 공표하지 않은 채 유해물질 저감 조치를 미뤄온 것으로 알려졌다.
껐다 켜면 유해가스 내뿜는 LNG발전…도심 미세먼지 '또다른 주범'
친환경 발전의 대명사 격인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가 일산화탄소(CO), 미연탄화수소(UHC) 등을 다량으로 내뿜는 건 배출 규제 대상에서 이들 오염물질이 빠진 데 따른 인재(人災)라는 평가다. 도심 한가운데 지어진 LNG발전소가 많은 데다 굴뚝 높이도 낮아 인근 주민의 건강 피해가 우려된다. 한 LNG발전 전문가는 “LNG발전은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한 축”이라며 “LNG발전소의 오염물질 배출 현황에 대한 실태 파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LNG발전소 ‘불완전연소’가 주범
LNG는 석탄에 비해 친환경 연료로 분류된다. 작년 정부가 LNG발전소 발전 비중을 26.8%까지 높인 이유다. 하지만 LNG발전소는 터빈을 껐다 재가동하는 시점에 불완전연소를 일으켜 오염물질을 발생시킨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LNG발전소를 24시간 쉬지 않고 가동하는 이유다. 반면 LNG의 전력단가가 비싼 한국 LNG발전소들은 가스터빈을 저녁에 껐다가 아침에 다시 켜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전력수급 계획에 따른 LNG발전소 가동 중지율은 지난해 43.1%에 달했다. 전체 발전소 평균 가동 중지율(21.1%)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규제 사각지대’가 낳은 위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 외에 일산화탄소와 미연탄화수소 등은 발전시설 오염물질 배출 한도 규정에 포함돼 있지 않아서다. 대부분 LNG발전소가 일산화탄소와 미연탄화수소 저감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데다 배출량 계측조차 하지 않고 있는 배경이다. 미국이 발전소 등 대규모 오염물질 배출시설에 최적방지기술(BACT) 제도를 적용해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뿐만 아니라 일산화탄소, 미연탄화수소 등도 3ppm 이하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발전업계 한 전문가는 “국내 발전시설 배출규제 대상에서 일산화탄소, 미연탄화수소 등이 빠져 있는 건 미스터리”라고 했다.
LNG발전소가 질소산화물을 줄이기 위해 설치한 일부 신형 가스터빈(Low NOx 버너)도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진단이다. 구형 가스터빈보다 기동 초기 화염이 더 불안정한 경우가 많아서다. 한국동서발전의 내부 조사보고서는 ‘일산화탄소가 50ppm 이상인 조건에서 일산화질소의 이산화질소 전환율이 50%를 초과한다’고 적시했다. 일산 LNG발전소는 가스터빈 교체로 불완전연소 시점에 질소산화물 배출 총량을 줄였지만 이산화질소를 더 많이 내뿜는 결과를 낳았다. 많은 LNG발전소에서 노란색 매연이 관찰된 것도 같은 이유라는 지적이다.
위협받는 주민 건강
LNG발전소는 경기, 울산, 부산, 전남 광양, 충남 당진 등 전국에 24개가 있다. 이 중 14곳이 인천·경기 등 수도권에 몰려 있다. 대부분 도심 한가운데 들어서 있다. 한국동서발전이 운영하는 일산LNG발전소는 공원 바로 옆에 있다. 인근 주민들이 산책로로 즐겨 찾는 곳이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미세먼지는 배출원과의 거리가 중요하다”며 “도심 근처 LNG발전소가 도심에서 떨어진 석탄화력발전소보다 나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일산화탄소는 대기로 뿜어져 나와 희석되면 인체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일산화탄소가 공기 중 수분과 만나 지상으로 가라앉았을 때 이를 흡입하면 치명적이다. LNG발전소의 굴뚝 높이가 대부분 70m 이하로 지어졌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화력발전소가 굴뚝 높이를 100m 이상으로 규제하고 있는 데 비해 LNG발전소는 굴뚝 높이 규제가 없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일산화탄소는 100ppm 이상을 직접 흡입하면 인체에 손상을 줄 수 있다”며 “굴뚝이 낮게 설계된 LNG발전소 주변은 주민 피해가 더욱 우려된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발생에도 악영향
일부 전문가는 LNG발전소를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LNG발전소가 2차 초미세먼지를 만들어내는 유해가스를 내뿜고 있어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LNG발전소에서 미연탄화수소가 최대 7000ppm까지 검출됐다. 미연탄화수소는 2차 초미세먼지 생성의 주범일 뿐만 아니라 공기 중에서 희석된다 해도 대기 상태에 따라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영민 경희대 환경학및환경공학과 교수는 “대기정체가 발생하면 미연탄화수소가 희석되지 않고 그 주변에 머물며 농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바람이 불지 않는 대기정체 일수는 220일에 달했다.
이지훈/서민준/정의진 기자 lizi@hankyung.com
7일 한국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한국동서발전 내부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가 운영 중인 LNG발전소의 가스터빈 불완전연소 과정에서 유독가스인 일산화탄소가 최대 2000ppm(공기 분자 100만 개 중 일산화탄소 분자 2000개)까지 검출됐다. 환경부가 정한 소각시설 오염물질 허용기준인 50ppm의 40배에 달하는 양이다. 초미세먼지의 원인물질 중 하나로 꼽히는 미연탄화수소도 최대 7000ppm까지 측정됐다.
불완전연소는 발전소 시동을 껐다가 다시 켜는 시점에 저온 연소와 화염 불안정으로 발생한다. 자동차가 시동을 켜고 엔진을 공회전할 때 대기 오염물질을 내뿜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내에선 LNG 발전단가가 석탄과 원자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 전력 수요에 따라 발전소 가동을 수시로 중단하고 있다. LNG를 주 연료로 쓰는 발전소는 전국에 24개 있다.
보고서는 일산 LNG발전소에서 공해물질로 보이는 노란색 연기가 피어오른다는 민원이 잇따르자 원인을 찾기 위해 2017년 말 조사, 작성됐다. 한국동서발전은 보고서를 공표하지 않은 채 유해물질 저감 조치를 미뤄온 것으로 알려졌다.
껐다 켜면 유해가스 내뿜는 LNG발전…도심 미세먼지 '또다른 주범'
친환경 발전의 대명사 격인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가 일산화탄소(CO), 미연탄화수소(UHC) 등을 다량으로 내뿜는 건 배출 규제 대상에서 이들 오염물질이 빠진 데 따른 인재(人災)라는 평가다. 도심 한가운데 지어진 LNG발전소가 많은 데다 굴뚝 높이도 낮아 인근 주민의 건강 피해가 우려된다. 한 LNG발전 전문가는 “LNG발전은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한 축”이라며 “LNG발전소의 오염물질 배출 현황에 대한 실태 파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LNG발전소 ‘불완전연소’가 주범
LNG는 석탄에 비해 친환경 연료로 분류된다. 작년 정부가 LNG발전소 발전 비중을 26.8%까지 높인 이유다. 하지만 LNG발전소는 터빈을 껐다 재가동하는 시점에 불완전연소를 일으켜 오염물질을 발생시킨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LNG발전소를 24시간 쉬지 않고 가동하는 이유다. 반면 LNG의 전력단가가 비싼 한국 LNG발전소들은 가스터빈을 저녁에 껐다가 아침에 다시 켜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전력수급 계획에 따른 LNG발전소 가동 중지율은 지난해 43.1%에 달했다. 전체 발전소 평균 가동 중지율(21.1%)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규제 사각지대’가 낳은 위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 외에 일산화탄소와 미연탄화수소 등은 발전시설 오염물질 배출 한도 규정에 포함돼 있지 않아서다. 대부분 LNG발전소가 일산화탄소와 미연탄화수소 저감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데다 배출량 계측조차 하지 않고 있는 배경이다. 미국이 발전소 등 대규모 오염물질 배출시설에 최적방지기술(BACT) 제도를 적용해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뿐만 아니라 일산화탄소, 미연탄화수소 등도 3ppm 이하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발전업계 한 전문가는 “국내 발전시설 배출규제 대상에서 일산화탄소, 미연탄화수소 등이 빠져 있는 건 미스터리”라고 했다.
LNG발전소가 질소산화물을 줄이기 위해 설치한 일부 신형 가스터빈(Low NOx 버너)도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진단이다. 구형 가스터빈보다 기동 초기 화염이 더 불안정한 경우가 많아서다. 한국동서발전의 내부 조사보고서는 ‘일산화탄소가 50ppm 이상인 조건에서 일산화질소의 이산화질소 전환율이 50%를 초과한다’고 적시했다. 일산 LNG발전소는 가스터빈 교체로 불완전연소 시점에 질소산화물 배출 총량을 줄였지만 이산화질소를 더 많이 내뿜는 결과를 낳았다. 많은 LNG발전소에서 노란색 매연이 관찰된 것도 같은 이유라는 지적이다.
위협받는 주민 건강
LNG발전소는 경기, 울산, 부산, 전남 광양, 충남 당진 등 전국에 24개가 있다. 이 중 14곳이 인천·경기 등 수도권에 몰려 있다. 대부분 도심 한가운데 들어서 있다. 한국동서발전이 운영하는 일산LNG발전소는 공원 바로 옆에 있다. 인근 주민들이 산책로로 즐겨 찾는 곳이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미세먼지는 배출원과의 거리가 중요하다”며 “도심 근처 LNG발전소가 도심에서 떨어진 석탄화력발전소보다 나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일산화탄소는 대기로 뿜어져 나와 희석되면 인체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일산화탄소가 공기 중 수분과 만나 지상으로 가라앉았을 때 이를 흡입하면 치명적이다. LNG발전소의 굴뚝 높이가 대부분 70m 이하로 지어졌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화력발전소가 굴뚝 높이를 100m 이상으로 규제하고 있는 데 비해 LNG발전소는 굴뚝 높이 규제가 없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일산화탄소는 100ppm 이상을 직접 흡입하면 인체에 손상을 줄 수 있다”며 “굴뚝이 낮게 설계된 LNG발전소 주변은 주민 피해가 더욱 우려된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발생에도 악영향
일부 전문가는 LNG발전소를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LNG발전소가 2차 초미세먼지를 만들어내는 유해가스를 내뿜고 있어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LNG발전소에서 미연탄화수소가 최대 7000ppm까지 검출됐다. 미연탄화수소는 2차 초미세먼지 생성의 주범일 뿐만 아니라 공기 중에서 희석된다 해도 대기 상태에 따라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영민 경희대 환경학및환경공학과 교수는 “대기정체가 발생하면 미연탄화수소가 희석되지 않고 그 주변에 머물며 농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바람이 불지 않는 대기정체 일수는 220일에 달했다.
이지훈/서민준/정의진 기자 lizi@hankyung.com